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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에자연학교

(다살이) 41. 미토콘드리아는 어미에게서만 받는다.

작성자정중동|작성시간26.06.09|조회수93 목록 댓글 0
자연세계는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에 더 깊은 내력이 있다.
자연생태계의 공생하기, 기생하기 등 더불어 같이 살아가는 공생 공존의 의미를 ‘다살이’라고 한다. 다살이는 ‘다’의 사전적 의미인 있는 대로, 모조리, 전부라는 뜻과 무엇에 종사하여 기거하며 살아간다는 ‘살이’의 복합어이다.
넘치지 않게 그리고 크게 욕심 부리지 않는 생물들의 다살이 모습에 우리 자신을 투영해볼 수 있다.

 

(다살이) 41. 미토콘드리아는 어미에게서만 받는다.

 

 

꿀같이 끈적끈적한 송진(resin)이 흘러내리면서 벌, 나비를 꼼짝 못 하게 잡아 속에 집어넣고 굳어버려 그 화석(化石)이 된 나무즙이 플라스틱만큼 딱딱하고 누르스름하면서 광택이 나는 투명한 호박(琥珀). 이 호박은 그저 마고자의 단추나 브로치로만 쓰이는 게 아니다.

 

생물학자 카노(Cano)는 실험실로 그 호박을 가져와 살균하고 조심스럽게 잘라서 미라가 된 벌의 소화관을 끄집어내어서 그 조직을 배양액에 넣어놔 봤다. 놀랍게도 일주일 안에 투명했던 배지(培地)가 희뿌옇게 변했으니, 그것은 2,500~4,000만 년간 벌의 창자 속에서 휴면(休眠)하고 있던 세균 포자가 갑자기 생명력을 얻어서 분열(번식)했기 때문이다.

 

호박에서 발견한 벌 창자 속의 세균(박테리아)을 키워냈다는 것은 동부 시베리아 얼음 속에서 썩지 않은 맘모스 고기(시체)를 삶아 먹고 배탈이 났다는 것보다(냉동된 맘모스 살에 세균이 살아 있었다) 더 관심을 끄는 대사건이다. 맘모스는 제4기 홍적세(洪積世)에 살았으나 이 호박보다는 시기적으로 그리 오래되지 않았고 또 동결된 시체라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아무튼 스티븐 스필버그가 만든 쥬라기 공원영화를 연상하게 하는 이야기나 원작 소설 쥬라기 공원에서는 호박 속의 모기에서 공룡 DNA를 뽑아내고 그것에 개구리의 DNA와 짝 맞춰 공룡을 만들어낸다는(재생시키는) 가설적인 일일 뿐이고 반면에 카노는 실험으로 옛날 생물을 그대로 다시 살려냈다는 데 의미가 있는 것이다.

 

카노 교수 등은 이것 말고도 이미 비슷한 시대의 세균이나 효모를 여러 종 살려냈다고 한다. 수백 년 전의 세균 포자를 다시 살려내는 일을 많은 학자들이 시도해 왔지만, 수백만 년 전의 것에 다시 생명력을 불어넣었다는 것은 경이롭다고 하겠다. 옛 세균 중에는 지금의 것과 성질이 다른 것이 있어서 그것들을 이용하여 약품, 살충제, 효소 등을 제조할 예정이라 한다.

 

카노 교수는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미생물학과 학과장으로 호박 속의 생물 연구에 힘을 쏟고 있다. 사실 호박 속에는 앞에서 말한 벌, 나비, 모기뿐만 아니라 거미, 풍뎅이, 개구리, 도마뱀, 전갈까지도 화석화되어 있고 이미 이 지구에서 멸종된 것들도 들어 있다고 한다. 이런 점에서 호박은 단순한 치장물이 아니라 과거라는 역사가 담겨 있는 하나의 타임캡슐(time capsule)인 것이다.

 

그리고 호박 속의 생물들이 비교적 잘 보관되어 있다는 것은 변화 속도가 느리다는 것이다. 그러나 세포 속의 DNA가 부분적으로 잘려 나가거나 분해되어 완전하게 보존된다는 것은 마냥 어렵지만 호박이야말로 옛날의 화석 DNA(ancient DNA)를 거의 그대로 보관한 최상의 생명 보고(寶庫)로 보는 것이다. 그래서 세계에 호박 찾기 붐이 일었다고 하며 어떤 호박 속에서는 곰팡이까지 분리해 냈는데 그것에서 특수 항생제를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한다.

 

그리고 이미 호박 속의 화석 효모로 (그 효모를 많이 번식시켜) 에일맥주(ale beer)를 만들었고 그 이름을 짓궂게도 쥬라기 호박 에일(Jurassic Amber Ale)’ 이라고 이름 붙였다고 한다. (참고로 채집된 호박은 가장 오래되어도 4천만 년 전 것이라면 쥬라기는 1억 4천4백만 년 전의 것이라 이름이 좀 우습고 서로 맞지 않는 점이 있다). 그런데 카노 교수의 작업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지구상의 세균의 95퍼센트는 아직 동정(同定)도 되지 않아 이름도 붙지 않았으며 세균은 수백만 년 전의 것과 지금 것이 거의 같으니, 다시 말해서 세균은 변하지 않으므로 호박 속의 세균은 뒤뜰에도 수두룩하다고 악평한다.

 

화석 DNA(ancient DNA를 이렇게 이름을 붙여 보는데 ‘옛날 DNA’보다는 의미가 더 가까울 것 같다)에 관해서 좀 더 상세하게 들여다보자. 뭣보다 흥미로운 것은 이집트의 미라에서 DNA를 추출해서 분석한다는 것인데 가장 덜 분해되어 정상에 가까운 부위는 몸 조직 중에서 손발톱의 표면 부분이라 한다. 거기서 뜯어낸 조직을 효소로 단백질을 소화하고 용매를 써서 추출하여 전기영동 방법으로 겔(gel)을 통해서 DNA 조각을 분리해 내는데 그 조각이 작으면 겔 판 위에서 멀리까지 이동하고 크면 더디게 이동하니 그 이동 거리를 재어서 DNA 크기를 계산한다.

 

다른 복잡한 분자생물학적 방법을 동원해서도 DNA 염기의 배열 순서를 찾아낸다. 예를 들어 미라가 아닌 이미 멸종된 종인 말을 닮은 큐와가(Quagga)의 살갗을 독일 자연사박물관에서 구해 염기배열 순서를 밝혀내기도 했다고 했다. 사람의 오래된 시체에서 또 멸종된 생물의 DNA를 찾아낸다니 생물을 전공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재미가 있다.

 

사실 DNA라는 말만 나와도 머리를 흔들고 어려워하겠지만 그렇게 피해 가기만 할 것이 아니다. DNA는 단백질과 함께 생명의 기본 물질이라는 점에서 중요하고 또 유전물질이란 점에서 우리가 신경을 써서 알아둬야 할 물질이다. 각론은 여기서 생략하지만, DNA는 네 개의 다른 염기가 모여 구성되어 있는데 A(아데닌), T(티민), G(구아닌), C(시토신)가 그것이다.

 

사실 생명의 신비를 담고 있는 꽈배기 모양의 2중나선구조(double helix structure)를 한 DNA는 오직 A, T, G, C라는 네 자의 글자로 구성되어 있다. DNA 한 가닥이 ATTAGGCCTAA…… 이런 식으로 잇달아 60억만 개가 이어지면 다른 쪽 가닥에도 여기에 맞춰 TAATCCGGATT……로 역시 60억만 개가 연결되어 나간다. 반드시 AT(T는 A와) GC(C는 G와) 짝을 짓는다는 것인데 그렇지 못한 짝지음이 곧 돌연변이다.

 

흔히 DNA 2중나선구조를 녹판(흑판)에 자꾸 크게 그리다 보니 엄청나게 커 보여 보통 현미경으로는 본 것 같은 착각이 드나 전자현미경으로 봐야 특수한 DNA 관찰이 가능하다. 사실 사람도 한 개의 세포 속 한 개의 핵 안에는 46개의 염색체가 있고 그 속에 DNA 분자가 꼬여 들어 있는데 그것을 뽑아내 길이를 재면 2미터나 되고 그들의 염기쌍이 60억 개가 된다니 불가사의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눈에도 보이지 않는 세포 하나에 2미터, 60억이란 것이 들어 있으니 말이다. 자식이 부모를 닮는 것이 유전이라면 그 유전물질이 DNA라는 것으로, 전만 해도 핵 속에 염색체가 있고 그 염색체에 유전인자가 들어 있다고 배워왔는데 바로 그 유전인자가 DNA이다.

 

그런데 막연하게 DNA가 유전자라기보다는 DNA의 일부분(많은 염기가 포함된다)이 한 개의 유전인자인 것이다. 사람의 유전자가 적어도 10만 개가 넘는다니 평균 몇 개의 염기쌍이 1개의 유전인자가 되는지 계산이 가능할 것이다. 보통 1개의 유전자는 6만 개의 염기쌍을 갖는다는 것이다. 사람에서 몇 번 염색체의 어느 부분의 DNA가 유전인자로서 어떤 사람의 무슨 형질과 물질을 만드는 데 관계하는가를 인간게놈이란 프로젝트까지 만들어 경쟁적으로 연구하였다. 다른 말로 사람의 유전자지도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미토콘드리아 DNA(mDNA)DNA(nuclear DNA, nDNA)에 비해서 매우 간단한 구조를 하고 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세포가 분열하는 것은 nDNA의 명령에 따르고 nDNA와 관계없이 mDNA는 독립적으로 행동하여 필요하면 DNA 복제를 한다. 식물에서도 nDNA말고 세포질의 엽록체에 DNA가 있어서 mDNA와 비슷한 복제가 일어난다.

 

사람의 미토콘드리아 DNA16,569개의 염기쌍으로 이뤄진 2중나선구조를 하며 염기 순서도 모두 다 알려져 있다. 이들은(이들 모두를 게놈이라 표현한다) 13가지의 단백질 합성과 22가지의 운반RNA(t-RNA) 2가지의 리보솜(r-RNA)에 대한 정보(명령)를 내린다. 그런데 사람에 따라(가계에 따라) mDNA16,569개의 염기쌍 배열이 다 다르니 이것들의 순서를 찾아내어 비교하면 유전적으로 멀고 가까움이 나타나 친족 확인은 물론이고 범인 체포도 가능하다. 작은 혈흔, 머리카락의 모근(毛根), 타액(침을 뱉을 때 산세포가 나갈 수 있다), 정액으로 하는 소위 유전자 감식은 이 mDNA를 비교 분석하는 작업인 것이다.

 

여기에서 하나 강조하고 싶은 것이 있다. 사람의 난자와 정자가 수정해서 수정란이 되고 난할을 계속하는 복잡한 발생과정을 거쳐 새 생명이 탄생한다. 그런데 난자는 하나의 세포로 난핵에 유전물질이 들어 있고 세포질 속에는 모든 세포소기관이 들어 있으나 정자는 머리부에 유전물질이 들어 있는 정핵만이 있고 꼬리는 이동 외에는 수정 물질로 관여하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모체에서 만들어진 난자는 유전물질인 핵 DNA가 들어 있는 난핵과 미토콘드리아, 소포에, 리보솜 등 모든 세포소기관이 든 세포질을 가진 완전한 세포지만 정자는 정핵만 남은 비정상세포로 정핵 속에 핵 성분만 남았고 세포질의 미토콘드리아가 들어 있지 않다. 그러므로 자식들의 미토콘드리아는 아버지의 것이 아니라 항상 어머니 쪽에서 받은 것이다. 그래서 모든 사람이 모두 모계성 미토콘드리아를 갖게 되는 것으로 모계 유전성이 얼마나 강한가를 암시하는 대목이다.

 

에너지(ATP) 대사에 없어서는 안 되는 미토콘드리아를 언제나 어머니(모계)에게 받는다니 아들딸 모두가 어머니를 더 많이 닮으며 사랑이라면 모정(母情)인 이유를 이제사 알아냈다! 3.4킬로그램으로 태어난 55조 개의 세포를 가진 그 태아는 원래 아버지 쪽에서는 무게도 재기가 어려운 정자 하나밖에 받은 것이 없다는 것이다. 흔히 우리가 말하는 씨도 중요하다 하겠지만 밭이 차지하는 의미와 위력을 독자들은 느꼈으리라 본다. 제언컨대 우리가 갖는 미토콘드리아도 엄마의 것이 복제되어 만들어진 것이다. 아버지의 것은 없다.

 

난자와 정자가 수정한다는 말은 23개씩의 염색체를 각각 받았다는 것인데 다른 말로 30억 개씩의 DNA 염기쌍을 각각 어머니, 아버지한테서 받으며 그것이 바로 유전물질이다. DNA 염기쌍이 어떻게 생겼기에 새 생명을 만들고 또 닮음을 내림하는 것일까. 어쨌거나 수정 시에 아버지의 미토콘드리아는 난자에 들어가지 않는다. 아들도 딸도 모두 에너지 대사의 중추부인 미토콘드리아를 엄마에게서 받는 것이다. 수정하는 다른 모든 동물도 똑같아서 그런 점에서 알고 보면 아비 수놈은 빛바랜 허깨비에 지나지 않는다.

 

 

권오길. 생물의 다살이. 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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