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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의 생존전략) 42. 놀고먹는 생활, 새삼

작성자정중동|작성시간26.06.15|조회수96 목록 댓글 0

(잡초의 생존전략) 42. 놀고먹는 생활, 새삼

 

잡초의 삶도 사람과 다를 바 없다. 큰 야망을 품은 잡초가 있는가 하면 소박하게 작은 크기로 살기를 꿈꾸는 잡초가 있다. 시행착오를 거듭하기도 하고 곤경에 빠지기도 한다. 자기만의 전략을 세우기도 한다. 크게 성공하기도 하고, 밑바닥을 기면서도 행복한 잡초도 있다. 경쟁이 싫어서 사람의 발에 밟히는 고생을 참아가면서 홀로 사는 잡초도 있다.

 

뿌리 없는 소문은 믿기 어렵다. 그런데 뿌리도 잎도 없는 잡초가 있다면 당신은 그것을 믿을 수 있겠는가?

 

새삼이 그렇다. 새삼은 뿌리도 없고 잎도 없이 다른 식물에 붙어서 사는 기생식물이다. 새삼은 다른 식물들처럼 자기 뿌리로 땅속에서 영양분을 흡수하고, 자기 잎으로 광합성을 하는 성실한 생활을 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새삼에는 뿌리도 필요 없다. 광합성을 하는 엽록소 또한 없으므로 색깔도 콩나물처럼 연약한 황백색이다. 그 모습이 영락없는 기둥서방이다. 사람 중에도 그런 이가 있다. 일을 하기 싫어한다. 남에게 얹혀살고 싶어 한다. 그런데 실제로 그렇게 살고 있는 새삼의 삶은 과연 어떤 것일까?

 

뿌리가 없다고 하지만 막 싹을 내민 새삼은 뿌리를 갖고 있다. 그리고 사냥감을 찾아서 줄기를 뻗어간다. 이 굶주린 패러사이트(parasite), 곧 기생식물은 다른 덩굴식물과 달리 어떤 식물이건 감고 오르지 않는다. 사람이 세운 지주대나 이미 힘을 잃은 식물은 본 척도 하지 않는다. 마치 사냥감을 노리는 뱀처럼 주변의 식물을 기분 나쁘게 어루만져 가면서 활기에 차 있는 식물만을 골라 타고 올라간다.

 

사냥감을 잡은 새삼은 필요가 없어진 뿌리를 버리고, 실제로 뿌리가 없어진다. 뿌리를 버린 새삼은 사냥감의 몸을 감고 올라가면서 줄기에서 큰 송곳니와 같은 기생뿌리를 자꾸 만들어 가며 사냥감의 몸속으로 파고들어 간다. 그리고 그 송곳니로 마치 흡혈귀가 생피를 빨아 마시듯이 영양분을 빨아 먹는다.

 

때로는 상대 식물이 못 견디고 시들어 죽는 일도 있다. 새삼이 골수까지 핥고 빨며 놓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이미 기둥 서방질을 넘어선다. 간단하지 않다. 영양 상태가 좋고 건강한 작물도 엄청난 피해를 본다. ‘황백색의 흡혈귀라는 별명에 걸맞은 잔혹함이다.

 

이처럼 흉악한 새삼은 사냥감이 부족하면 자기네끼리 얽혀서 서로서로 먹이로 삼기도 하는, 손을 대기 어려운 존재다.

 

새삼은 나팔꽃이나 고구마와 같은 메꽃과의 식물이다. 그러나 같은 덩굴식물이라는 점을 빼면 닮은 곳이 전혀 없다. 어째서 새삼은 그처럼 괴물과 같은 모양으로 변한 것일까?

 

벌레를 잡아먹는 식물을 식충식물이라고 하는데, 식충식물은 삶의 조건이 열악한 척박한 땅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벌레를 잡아먹는 길을 택했다. 그러나 기생식물은 사정이 다르다. 기생식물은 조건이 나쁜 곳에 살고 있지 않다. 자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 그런데 왜 기생식물은 자기 뿌리와 잎으로 자립하지 않고 굳이 기생이라는 길을 택한 것일까? 그 까닭은 분명하지 않다.

 

겨우살이 또한 유명한 기생식물이지만 훌륭한 가지와 잎을 갖고 있다. 기생한 나무에 뿌리를 내리고 물이나 양분을 약삭빠르게 가로채면서도 광합성은 제힘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새삼은 그런 어정쩡한 기분으로 기생식물의 길을 택하지 않았다. 새삼의 기생은 단호하다. 뿌리나 잎까지 버린 것이다. 생각해 보면 이것은 대단한 결단이다. 만약 기생에 실패하면 그것으로 끝이다. 다른 생존의 길이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새삼은 배수의 진, 곧 강 앞에 진을 치고 사는 셈이다.

 

땅에 발을 붙이지 않는 새삼이지만, 그 정신만은 만만치가 않다.

 

 

이나가키 히데히로(著), 최성현(譯). 풀들의 전략. 도솔오두막.

 

▲ 새삼 : 메꽃과의 한해살이 기생(寄生) 덩굴풀. 산과 들에 나는데 줄기는 황갈색 철사 모양임. 잎이 없으며 여름에 종 모양의 황백색 꽃이 핌. 한방에서 토사자(菟絲子)라 하여 약으로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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