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 바보) 43. 숲 지킴이 산새, 날 수 있는 동물
새는 날 수 있다. 그것이 새의 가장 큰 특징이다. 작은 참새만 해도 힘 하나 안 들이고 순식간에 산꼭대기까지 날아 올라간다. 건너편 산까지도 훌쩍 건너가 버린다. 하늘 높이 치솟았다가 이번에는 꽃그늘 속으로 들어가 버린다. 그 모습이 유쾌하기 그지없어 보인다. 또 높은 하늘을 유유히 나는 큰 새들은 얼마나 멋있는가! 그 새를 보고 있으면 “나도 새처럼 저렇게 자유롭게 멀리 날아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일어난다.
새들이 나는 모습에는 몇 가지 유형이 있다. 첫째, 직선으로 난다. 비둘기, 오리 등이 그렇다. 둘째, 물결 모양으로 날아다닌다. 할미새, 박새, 곤줄박이, 딱새, 참새, 직박구리, 종다리 등이 이 유형에 속한다. 셋째, 공기의 흐름을 타며 난다. 독수리, 황조롱이, 매, 솔개의 비행이 여기에 속한다. 이 새들의 비행을 보면 날개를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하늘 높이 올라가 공기의 흐름을 이용하여 날고 있기 때문이다. 대단한 비행 기술이다.
새는 날기에 알맞은 몸을 갖고 있다. 유선형의 몸을 갖고 있다. 그 덕분에 공기의 저항을 적게 받는다. 날개가 있다. 날개는 수많은 깃털로 촘촘히 뒤덮어 있는데, 표면이 매끄러워서 날 때 공기의 저항을 적게 받는다. 가슴 근육이 매우 튼튼하다. 크기를 놓고 계산해 보면 사람보다 50배나 강하. 뼈가 가늘고 속이 비어 있어서 가볍되 강하다. 머리뼈에도 콧구멍과 연결된 공간을 두어 무게를 줄였다. 꼬리뼈 대신에 가볍고 튼튼한 꼬리깃을 갖고 있다.
새는 폐에 주머니처럼 달린 공기주머니를 가지고 있는데 그 안에 신선한 공기를 충분히 저장해 둘 수 있다. 그 덕분에 몸이 가벼워 날기 쉽고, 또 높은 곳을 빠르게 날 때도 숨을 쉬는 데 지장이 없다. 이빨이 딸린 무거운 턱을 버리고 대신 각질로 된 가벼운 부리로 입을 대신하고 있다. 다른 동물에 비해 창자가 짧으나 흡수율이 높고 소화가 빠르다. 그래서 똥오줌을 바로바로 배출하여 몸을 가볍게 유지할 수 있다. 새들은 날면서도 똥을 싼다.
새처럼 가볍게, 자유롭게 살고 싶은 것은 모든 사람의 소원이다. 누구나 얽매임 없이 구속받지 않고 살고 싶어 한다. 자, 그렇다면 그렇게 살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필요할까?
첫째, 튼튼한 몸과 건강한 마음을 잃지 않도록 한다.
둘째, 삶의 날개가 될 만한 고정 수입원을 개발한다.
셋째, 몸이 가볍도록 밥은 늘 조금 적게 먹는다.
넷째, 잡담을 줄이고 침묵의 시간을 갖는다.
다섯째, 더 큰 차, 더 큰 집을 사려고 애쓰기보다는 삶의 질을 중심으로 삼는다.
그러나 새라고 하여 어디고, 마음대로 가지는 못한다. 보기에는 온 세상을 훌훌 날아다니며 살 것 같지만 다 자기만의 범위 안에서 살아간다. 박새 같은 작은 새는 높이 날지 않는다. 자기를 먹이로 삼는 큰 새들의 눈에 띄기 쉽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들도 먹이를 구할 수 있고, 또 둥지가 있고, 쉴 곳이 있는 자기만의 활동 범위가 있다. 마치 인간이 한곳에서 일을 하며 먹고사는 것과 같다.
이 활동 영역은 대개 크기에 비례하여, 참새와 같은 작은 새들은 1 평방킬로미터 정도의 범위 안에서 살아간다고 한다. 활동 영역이 80~120 평방킬로미터에 이르는 독수리나 40~80 평방칼로미터에 이르는 매에 비하면 참 보잘것없다.
《장자》에 보면 ‘대붕’이라는 새가 나온다. “3천 리 물을 치고 날기 시작하여 바람을 타고 9만 리나 올라가 여섯 달을 난 뒤에 쉰다.” 라는 새다. 이런 말 끝에 “작은 새가 무엇을 알까. 작은 앎은 큰 앎에 미치지 못한다.” 라는 말이 있다.
틀린 말이 아니지만 산기슭의 떨기나무 위나 솔밭에서 먹이를 찾으며 마음 편히 사는 멧새나 박새와 같은 작은 새들을 보고 있으면 큰 앎이 무슨 소용이 있겠나 하는 생각이 문득 일기도 한다. 비록 좁은 지역에 살지만 욕심 없이 자유롭고 즐겁게 사는 작은 새들의 모습이 큰 무게를 가지고 다가올 때가 있다.
남이야 어떻게 생각하든 자기 일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굶지 않고 크게 아픈데 없는 것을 고맙게 여기며. 때로 손해를 보고, 또 그걸 억울해하면서도 자기만이라도 법과 상식을 지키고자 애쓰며 사는 보통 사람의 삶이 어느 날 문득 위대하고 귀해 보이는 것과 같다. 따지고 보면 두 발 쭉 펴고 마음 편히 살 수 있는 사람이 가장 잘 사는 사람이 아닐까 싶다. 뱁새면 어떤가. 정말 벌레보다 못한 붕새와 독수리가 이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가.
최성현. 바보 이반의 산 이야기. 도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