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의 사랑
아파트 화단의 꽃들이 저마다 아름다움을 자랑하느라 야단입니다.
“사람들은 나를 보며 봄을 느낀 됐어.”
하고 개나리가 말하자
“흥, 그까짓 걸로. 난 하늘에서 내려온 꽃이래.”
하며 별꽃이 지지 않으려 말합니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나 아니겠어. 모든 연인이 사랑 고백할 때는 나를 앞세우지.”
장미의 말에 꽃들이 의기소침합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뭐니 뭐니 해도 사랑이 최고니까요.
장미를 제외한 꽃들은 괜히 하늘을 원망합니다. 태어날 때부터 축복받은 운명은 있나 봅니다.
“야, 저리 가. 못생긴 게.”
꽃들은 가만히 있는 잡초에 화풀이합니다.
“왜, 나에게 화풀이니?”
잡초는 어눌하게 대꾸합니다.
“넌, 우리 아름다움을 방해한단 말이야.”
장미의 말에 잡초는 울먹입니다.
“못된 것들. 그만두지 못해.”
할미꽃의 야단에 다들 조용합니다.
할미꽃은 말을 이어갑니다.
“각자 아름다움은 다른 거야. 특별히 아름다운 꽃은 없어. 너도 아름다움 점이 있을 거야.”“네.”
할미꽃의 위로에도 잡초는 시무룩합니다.
잡초의 친구는 할미꽃입니다. 같이 놀고 책도 읽고 시장도 같이 보지만,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습니다. 할미꽃은 그런 잡초가 가엾습니다.
잡초는 별을 바라봅니다.
“별님, 왜 저를 못나게 만드셨나요? 절 미워하시나요?”
잡초는 흐느끼며 웁니다.
“왜 우니?”
잠시 휴식을 취하는 바람이 물었습니다.
잡초는 사정을 말하고, 다 들은 바람은 안쓰러운 눈으로 바라봅니다.
“내가 사는 숲에 가지 않을래? 그곳은 모두 평등하단다.”
잡초가 가여운 바람이 넌지시 말합니다.
“갈래요.”
바람의 말에 잡초는 조금도 망설임 없이 좋다고 합니다.
“잠깐만요. 할머니에게 편지 한 장 쓸게요.”
할머니 갑자기 떠나게 되어 죄송해요. 전 바람이 사는 숲에 갈 거예요. 그곳에서 마음을 치료할래요. 그동안 감사하고 지금보다 성숙한 모습으로 돌아갈 거예요. 건강하세요.
잡초는 나뭇잎 편지에 적었습니다.
“이제 가요.”
밤하늘은 고요합니다. 별은 자장가를 불려주었고, 잡초는 처음으로 달콤한 꿈을 꿉니다.
해님이 재잘거리며 노는 꽃들을 온화하게 보는 봄날입니다.
“잡초야 우리랑 딱지치기하자.”
혼자서 노는 잡초에 장미가 말합니다.
“잠시만 내가 딱지 접어줄게.”
할미꽃이 잡초에 말합니다.
잡초는 할미꽃이 만든 소중한 딱지로 친구들과 놀지만 모두 잃고 슬픈 눈으로 할미꽃에 옵니다.
“할머니의 소중한 딱지 모두 잃어버렸어요.”
“괜찮아, 또 만들어 줄게.”
할미꽃은 잡초의 머리를 쓰다듬습니다.
“어서 일어나.”
바람의 말에 잡초는 화들짝 놀라 일어납니다. “좋은 꿈이라도 꾸었니?”
잡초의 입이 반달이 된 모습에 묻습니다.
“헤헤헤.”
잡초는 무안한 웃음을 보입니다.
“여긴 가요?”
바람은 살며시 고개를 끄덕입니다.
잡초는 주위를 둘러봅니다.
하늘엔 햇살의 포근함 받는 아기 구름이 재잘거리고 눈부시도록 하얀 토끼들과 사슴이 풀과 졸졸 흐르는 강물과 얘기를 마시며 폴짝폴짝 뛰놀았으며 알록달록 꽃들과 우람하고 잘생긴 나무들이 나른한 낮잠을 잤습니다.
“와.”
잡초는 아름답고 평화로운 모습에 절로 감탄사가 나옵니다.
”땡, 땡, 땡“
방울꽃이 바람이 왔다고 알립니다.
“바람님, 오셨어요.”
“세상 이야기해줘요.”
숲 속 가족이 재촉합니다.
“소개할 가족이 있다.”
숲은 일제히 잡초에 집중합니다.
“아주 먼 숲에서 온 아기 잡초야. 모두 반갑게 맞아주고 친하게 지내.”
바람의 소개에 모두 방글 웃으며 반겨주자 잡초는 쑥스러워합니다.
잡초가 환영을 받는 시간에 할미꽃은 편지를 보며 아쉬운 눈물을 흘립니다.
‘그곳에선 행복하고 건강해라.”
할미꽃은 진심으로 기도합니다.
하루하루 즐겁고 평화롭게 지냈습니다. 소원이던 친구들과 어울러 노는 사이 고난의 기억은 점점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할미꽃은 잊지 않습니다.
“할머닌 잘 지낼까?”할머니께 가고 싶지만 잘난척하는 꽃들이 싫어 쉽게 갈 수 없었습니다.
“잡초야."
잡초는 친구들 있는 곳으로 방긋 웃으며 신 나게 뛰어갑니다.
평화로움을 즐기는 숲에 낯선 발걸음 소리가 가까이 들려옵니다.
“모두 제자리로 돌아가.”
바람의 말에 즐겁게 놀던 꽃들이 자기 자리로 가 꼼짝하지 않습니다. 꽃이 움직이고 말한다는 것을 안다면 사람들이 가만히 있지는 않을 테니까요,
“저벅, 저벅”
“아야~”
등산화에 밟힌 풀들이 아프다고 말합니다.
“봄 느끼러 온 사람들이야. 늘 이맘때면 오거든.”
토끼가 말하고 숲 속으로 급히 숨었습니다.
사람들은 숲을 구경하며 감탄사를 연발합니다.
“어머, 아름다워라,”
“꼭 너처럼 아름답다.”
알록달록 꽃을 간질이는 대화로 사용하자 잡초의 얼굴이 빨개집니다. 하지만 자신에 관심을 두는 사람이 없어 시무룩해졌습니다. 사람들은 가고 바람은 잡초를 일으킵니다.
“힘들고 아팠지.”
바람은 풀들을 어루만집니다.
꽃들의 웃음소리가 들렸지만, 잡초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아침 해가 떠오르고 숲은 기지개를 켭니다. 잡초도 밤 동안 옹송그려 있던 몸을 한껏 늘였고. 그래선지 시무룩했던 마음도 펴졌습니다.
“꽃들아 안녕.”
잡초는 해맑게 웃습니다.
오늘의 놀이는 공차기입니다. 떼굴떼굴. 뻥뻥. 핑핑. 공은 신 나게 날아갑니다.
‘펑‘
민들레가 찬 공이 멀리 갔습니다.
“내가 가져올게.”
잡초는 친구들에게서 점점 멀어졌습니다.
“어디 있는 거지?”
한참을 두리번거리는 잡초에 묵직한 소리가 들립니다.
“공 여기 있다.”
공은 움푹하고 거친 바위 옆에 있었습니다. 잡초는 주변을 봅니다. 황량하고 거칠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바위는 금방이라도 눈물 흘릴 듯 눈을 하고 있었지만, 친구에게 가야 해서 인사만 하고 돌아갑니다.
“친구들아, 공 여기 있어.”
별이 태양과 교대했습니다. 숲은 고요하고 모두 잠자리에 들었지만, 잡초는 낮에 만난 바위 아저씨에게 갔습니다.
“아저씨.”
“넌 잡초가 아니나? 무슨 일로 왔지?”
“아저씨는 어째서 슬픈 눈을 하고 있어요?”
“얘가 별걸 다 묻는구나.”
“얘길 해줘요.”
잡초의 애원에 하는 수 없이 말합니다.
“못난 외모 때문에 사람이 관심 두지 않아서야. 둥글고 매끈한 돌만 좋아해.”
“그래서 돌들이 없었군요. 제가 있는 곳으로 오세요. 그곳은 차별이 없어요.”
“고맙지만 몸이 무거워 움직일 수 없어.”
바위의 말을 듣고 지난날 자신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세상은 어째서 불공평할까요? 잡초는 조용히 생각합니다.
잡초는 놀이에도 어울리지 않았고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친구들은 우울해진 잡초를 걱정합니다.
“왜 그러니?”
단짝 민들레의 물음에 사정을 이야기합니다.
“바람에게 말해봐. 해결해 주실 거야.”
잡초는 바람에게 고민을 말합니다.
“한 가지 방법이 있는데 그건 너에겐 엄청난 고통이야.”
“어떤 고통이든 감내할 수 있어요.”
“그건, 너의 몸을 바위에 주는 거야. 그러면 여름의 따가움도 겨울의 찬바람도 고스란히 받게 돼. 그래도 괜찮니?”
잡초는 잠시 망설였지만 외면받는 외로움의 고통이 얼마나 큰지 알기에 하겠다고 했습니다.
“이번은 무슨 일이니?”
바위는 잡초에 물었습니다.
“제가 아저씨 옷이 되겠어요.”
바위는 잡초의 말이 고맙지만, 고통을 알기에 거절했습니다.
“알고 있어요. 그래도 하게 해 주세요.”
예쁜 마음의 잡초에 감동한 바위는 눈물을 흘립니다.
‘할머니 돌아가겠단 약속 지키지 못해 죄송해요.’
사람들이 바위를 발견합니다.
“여기 아름다운 바위가 있어.”
“어쩜 이리 아름다울까.”
잡초 옷을 입은 바위가 신기한 사람들이 바위를 봅니다.
“이 바위는 하늘의 선택의 받은 게 틀림없어. 소원을 빌자.”
그날부터 신성 바위라 불리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