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없는 인간, 철지난 사람 >
수수께끼 하나
사람이 일생 중에서 가장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시기는?
답은 철이 들때라나.
아는 분이 고관절 수술로 입원했다가 퇴원해서
나를 찾아왔다.
그는 “ 이제야 저는 철이 들었습니다.” 하고 말했다.
나는 “그 많은 연세에 철이라니요?” 하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러자 “병원에서 철을 넣어 수술했거든요.
그러니 제가 철이 든 거죠.ㅎ ㅎ” 하는 것이었다.
‘철’이란 ‘계절’을 뜻하기도 하는데,
철은 우리 민족의 아주 중요한 시간의 삶이었다. 철을 놓치면 그 해 농사는 허탕일 수가 많기 때문이다. 아마 철을 안다는 것은 생존을 위한 지혜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런지 ‘철’에 관한 조상들의 말이 많다. ‘철없다, 철이 지났다, 철들다,철부지다, 철딱서니가 없다, 철이 덜 들었다…’ 등.
김형석 교수는
“철드는 나이란? ‘나 스스로를 믿고 살 만한 나이’를 의미하지. 60세가 되고 나니 철이 들더군" 얼마 전에 읽은 기사다.
세상에는 두 부류의 '철'과 어긋난 이들이 존재한다. 하나는 아직 '철'이 들지 않아 제멋대로 행동하는 '철없는 인간'이고, 다른 하나는 시대의 변화라는 거대한 흐름을 읽지 못하고 과거의 관습에만 매몰되어 버린 '철지난 사람'이다. 이들은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그 기저에 깔린 심리와 사회적 파장은 전혀 다른 궤적을 그린다.
'철없는 인간'은 나이를 먹어 육체는 성인이 되었을지언정, 내면의 자아는 여전히 미성숙한 상태에 머물러 있는 이들을 일컫는다.
그들은 자신의 말과 행동이 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깊이 고민하지 않는다. 갈등이 발생하면 상황을 직시하고 해결책을 찾기보다, 자신의 감정을 우선시하거나 비난의 화살을 외부로 돌리는 데 급급하다. 이들은 언제나 둥지 안의 새끼처럼, 남들이 차려놓은 밥상에 앉아 숟가락만 얹으려 한다.
반면 '철지난 사람'은 한때는 시대의 주역이었을지 모르나, 세월의 흐름에 따라 변화한 가치관과 시스템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과거의 영광이나 관습 속에 스스로를 박제해 버린 이들이다.
이들은 흔히 '라떼는 말이야'로 대변되는 서사를 반복한다. 변화를 발전이 아닌 위협으로 간주하며, 새로운 세대의 언어나 사고방식을 '틀린 것' 혹은 '무례한 것'으로 규정짓는다
그들은 마치 유행이 지난 옷을 고집스럽게 입고 거리를 걷는 이처럼, 주변의 흐름과 엇박자를 내며 스스로 고립을 자초한다.
철이 든다는 것은 나이를 먹는 것과 비례하지 않는다. 그것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고, 타인의 입장을 헤아리며, 다가올 내일을 위해 어제의 낡은 습관을 기꺼이 폐기할 줄 아는 용기에서 비롯된다.
진정으로 철이 든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철없는 아이'처럼 호기심을 유지하되 책임감을 지는 일이며, '철지난 사람'처럼 경험을 존중하되 변화를 거부하지 않는 유연함을 갖추는 일이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에게 철없는 사람이기도 하고, 또 누군가에게는 꼰대 같은 철지난 사람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내가 지금 어느 지점에서 멈춰 서 있는지를 성찰하는 것이다.
나이를 먹는 것은 자연스러운 생물학적 현상이지만, 그 나이에 걸맞은 깊이를 갖추는 것은 치열한 정신적 노동이다. 철없음이 성장의 미완이라면, 철지난 것은 인식의 정(停滯)다. 우리는 모두 이 두 가지 함정 사이에서 끊임없이 줄타기를 하며, '지금, 여기'라는 현재의 계절을 온전히 살아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계절을 잃어버린 인간은 꽃을 피울 수 없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시대가 어떤 바람을 보내고 있는지, 그 바람에 맞춰 내 옷을 다시 갈아입을 준비가 되었는지 자문해 보아야 할 때다.
아마 철이 든다는 것은 갈 때 가고, 물러설 때 물러서는 것이 아닌가 한다.
그나저나 요즈음은 아이들만 철이 없는 것이 아니라 철지난 어른들이 마구 쏟아져 나온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이즘처럼 철없는 사람들이 많을까? 어느 신부님은 철없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이유는 철없는 음식을 많이 먹어서란다. 지금은 제철 먹거리가 별로 없다는 핑게를 댄다
철없는 이들을 예로 들면 부지기수다 자기가 지은 죄의 소송 자체를 없애버릴려하는 어처구니가 없는 짓,
고물가,고환율, 고이율이 성장의 진통과정이라는 복창터지는 소리, 전세난이 일시적이라는,현실을 몰라도 너무 몰라 헛소리하는 철없는 정치인들......
학생에게 자리 양보 안 한다고 시비를 거는 할아버지나 경로석에 앉은 젊은이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할머니나……. 나이에 걸 맞는 늙은이가 된다는 것도 철이 드는 것이 아닐까 한다. 시쳇말로 ‘나이를 똥구멍으로 먹는 경우’는 하지 말아야 제대로 철을 먹은 노인이 된다.
다들, 언제나 철이 들려나…….
심수봉의 백만송이 장미https://youtu.be/0KlpBqgcEII?si=BtR28A8mx-UNaS0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