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 30차 세션에서 어떤 일이?-②장애인 참정권 공동성명 발표, 세계 다운증후군의 날 행사 등 있어
- 기자명칼럼니스트 이원무
- 입력 2024.04.26 09:14
- 수정 2024.04.26 09:15
제30차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 폐회식 전경. ⓒUN Media 동영상 캡처
장애인권리위원회의 아말리아 가미오 부위원장과 장애인에 대한 모든 형태의 차별 철폐 미주위원회 대표가 장애인권리협약 제29조 ‘정치 및 공적 생활에 대한 참여’에 대한 공동성명 개요를 제30차 세션 폐회식 때 영상으로 발표했다.
▲당사국이 장애인의 법 앞의 평등 권리를 박탈하는 조항들을 폐기하고, 인권적 접근 방식으로 장애의 사회적 모델을 존중하는 식의 지원 시스템을 개발할 것, ▲당사국은 장애인에게 모든 선거단계에서 의사소통 및 완전한 정보에 대한 접근 메커니즘을 보장해 장애인이 선거권을 행사하도록 할 것, ▲장애인은 다른 사람들과 동등한 기초하에 선출직에 출마해야 하고, 선거 과정에서 지원 메커니즘과 합리적 변경을 적용해 장애인에게 투표할 권리를 촉진하도록 당사국이 보장해야 한다는 점 등이다.
공동성명을 들으면서, 얼마 전 끝난 22대 총선이 생각났다. 각 정당에서 제시하는 정책과 선거 후보들의 공약들을 보면, 지적장애인에게는 내용이 상당히 어렵다. 점자 공보물의 경우엔 공보물 면수가 활자의 3배여야 하나, 매수가 2배 이내로만 허용돼 선거 후보자들에 관한 시각장애인들의 정보 취득이 제한받고 있는 실정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선거방송에서도 정당별 비례대표 후보들 간의 토론회 방영 시 수어로 통역하는 화면을 보면, 수어통역사가 바뀌긴 하지만, 수어통역사 화면은 한 명만이라, 누구의 발언인지 청각장애인으로선 구분하기 어렵다. 투표 시에도, 투표 칸이 작아 필자 느낌엔 분명 잘못 기표할 장애인들이 적지 않겠다는 우려가 들기도 했고, 정당마크 등을 투표용지에 첨가하는 등의 그림투표용지가 제공되지 않아 투표 시 지적장애인들은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숫자와 글씨로만 이뤄어져 지적장애인이 투표하기 쉽지 않았고 길이가 긴 제22대 국회의원선거 비례대표 투표용지에 대해 설명하는 앵커. ⓒKBS News 유투브 동영상 캡처
한편, 2013년 민법 개정으로 금치산제를 폐지하고 장애인 등의 잔존능력과 자기결정권 존중을 위해 성년후견제가 마련됐다. 그리고, 4년 전,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의 유권해석으로 피성년후견인도 투표할 수 있는 길이 생겼다.
그러나 아직도 공직선거법에서 선거권이 없는 자 중에서 폐지된 금치산제와 관련된 금치산선고를 받은 자를 명시하고 있다. 금치산자라 함은 자기 행위 결과를 합리적으로 판단할 능력이 없는 사람을 가리키는데, 법원 등에선 장애에 대한 이해 부재로 인해 지적·자폐성·심리사회적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합리적 판단 능력이 없는 사람들로 치부하기 쉬울 여지가 있다, 이렇게 되면 이들은 선거권을 박탈당하는 등, 법 앞의 평등을 부정당할 소지가 농후하다.
범죄를 저지른 지적·자폐성 장애인의 경우엔 재범 경우와 치료 필요성이 인정될 때 치료감호소에 수용해 보호와 치료를 하는 치료감호제도라는 것이 있다. 해당 장애는 치료가 되지 않지만, 치료라는 명목으로 최장 15년까지 자폐성 장애인 등을 감금하는 식으로 운영되었기에, 인권단체들로부터 심각한 인권침해를 자행한다는 질타가 늘 끊이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치료감호법 제47조를 보면 피치료감호자는 치료감호 집행이 종료될 때까지 공법 상의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부정당한다고 나와 있다. 결국, 치료감호소에 수용된 지적·자폐성 장애인 등도 선거권을 박탈당하는 등 역시 법 앞의 평등을 부정당한다.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에서도 이런 치료감호법의 차별적 법령이 있음에 상당한 우려를 표시했었다.
장애인의 피선거권도 보장되지 않긴 마찬가지다. 공직선거법 제47조에 보면, 국회의원선거의 경우, 정당의 후보자 추천 시 지역구와 비례대표에 있어, 여성은 각각 30%, 50% 이상을 할당받게 되어 있다. 지방의회의원선거의 경우에서도, 여성이 후보자로 나설 시 정당에선 지역구와 비례대표와 관련해 역시 각각 30%, 50% 이상을 할당받는다. 그런데 장애인이 국회의원선거와 지방의회의원선거에 후보로 나설 시 정당에서 지역구와 비례대표 할당과 관련한 규정이 없다.
또한, 선거에 출마한 후보가 후보 등록할 시 관할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에 일정 금액을 기탁한 후 당선여부 및 득표율에 따라 전부 혹은 일부 금액을 반환하거나 국고로 귀속하는 기탁금 제도(출처: 위키백과)가 있지만, 선관위에 납부하는 기탁금 액수가 장애인과 청년층에겐 상당한 부담이 된다.
따라서 대통령선거, 국회의원선거 등에 나서는 장애인의 경우, 공직선거법 제56조 1호의 각호의 기탁금의 50%만 내도록 공직선거법을 개정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선거와 시도지사 선거의 경우만 해도, 장애인은 선관위에 각각 1억 5천만 원, 2500만 원의 기탁금을 내야 하고, 이는 소득수준이 낮은 장애인에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장애인권리위원회 아말리아 가미오 부위원장과 장애인에 대한 모든 형태의 차별 철폐 미주위원회 대표가 장애인권리협약 제29조 ‘정치 및 공적 생활에 대한 참여’에 대한 공동성명을 발표하는 장면. ⓒUNWebtv 동영상 캡처
이외에도, 공직선거법상 장애인 후보자 지원과 관련해 활동지원인 제도만 있고, 이 제도와 관련한 서비스종합 지원조사표가 장애인의 욕구와 의지, 선호를 무시한 것이라, 특히 지적·자폐성·심리사회적 장애인이 피선거권을 가지는 게 사실상 쉽지 않다. 장애인들이 후보자로 지상파 방송 등에 토론회나 연설회에 참여 시 이들과 관련한 합리적 변경 규정이 공직선거법상에 부재하다.
따라서, ▲공직선거법에서 선거권을 부정당하는 금치산자 규정과 치료감호법에서의 차별적 법령 등의 폐지, ▲지적장애인과 관련한 그림투표용지 및 쉬운 선거공보 등 각 장애 유형과 관련한 선거권 보장을 위한 합리적 변경에 대해 공직선거법에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이를 실제로 시행할 것, ▲공직선거법에 선거 시 구체적인 장애인 할당비율, 할당원칙과 장애인의 기탁금액 추가 완화 조치 등을 명시하고 이를 실행하는 등 장애인이 ‘정치 및 공적 생활에 대한 참여’ 권리가 보장되도록 만반의 조치를 해야 한다.
하지만 선거권, 피선거권과 관련한 합리적 변경을 권리로 인식하고 있지 않기에, 이런 조치들은 시행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답답하다. 무엇보다도 장애가 있는 정치인을 동료 정치인으로 바라보지 않는 정치권 내의 인식도 장애인의 선거권, 피선거권에 걸림돌이 되는 요소 중 하나이기도 해 정치인들에게 장애인권리협약 관점의 장애인식교육이 훈련 수준으로 요구되는 거기도 하다,
그러므로 합리적 변경을 권리로 인식해 장애인에게 모든 선거단계에서 의사소통 및 완전한 정보에 대한 접근 메커니즘을 보장하며 장애인이 선거권을 행사하도록 하는 건 물론 다른 사람과 동등한 기초 하에 선출직에 출마하도록 하고, 법 앞의 평등을 부정하는 조항들을 폐기하는 등의 조치가 정부와 지자체에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계속 알리고 이들을 압박하는 게 필요함을 이번 공동성명을 통해 다시금 상기하게 된다.
30차 세션이 끝날 즈음에 제네바 유엔 본부에서 스위스 정부가 세계 다운증후군의 날을 기념하기 위한 기념식과 리셉션을 개최했다. 세계 다운증후군의 날은 다운증후군이 있는 사람들에 대한 시회적 인식개선과 권익옹호를 위해 UN에서 지정한 날인데, 기념식에선 다운증후군을 가진 스위스의 한 여성이 바이올린을 연주하기도 했다.
이 날과 관련해 올해 1월, 스페인 동부 발렌시아 자치주 의원으로 다운증후군이 있는 마리아 갈세란 씨가 당선됐다는 뉴스가 생각났다. 마리아 갈세란 당선인은 당선 소감에서 다운증후군이 있는 사람들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음을 사회가 막 인식하기 시작했지만 갈 길이 멀다는 심정을 밝혔다.
정치인으로서 자질이 없다는 일부 스페인 누리꾼들 이야기들에 대해선 자기가 능력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존재하지만, 자신이 어떤 배경에 있는지 그 사람들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과 같은 사람들을 위해 더 잘할 방법을 찾고 싶다고 말하며, 장애 때문에 자신을 주목하기보단 한 명의 사람으로 봐주길 바란다는 말로 말을 맺었다. (출처: 스페인 첫 다운증후군 자치주 의원 “사회 인식 바뀌기 시작…아직 갈 길 멀어”, 한겨레 1월 18일 기사)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자치주 의원으로 당선된 당시 마리아 갈세란 당선인 모습. ⓒMirror 7 News Breaking News 유투브 동영상 캡처
아직도 스페인에서 다운증후군이 있는 정치인들이나 사람들을 능력 없다고 하며, 이들을 비하하는 인식이 있다 하니, 다운증후군을 가진 사람 이야기가 아니긴 하지만, 얼마 전 당시 ‘국민의힘’ 황석준 의원이 김예지 의원에 대해 정치인이라기보다 몸이 조금 불편한 장애인을 대표하는 그런 성격이 있다는 말로 비하한 일이 다시 떠오른다.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동료 정치인으로 바라보지 않고, 정치인으로서의 자질이 없을 것이란 편견을 드러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드니, 분노가 치밀어올랐다. 더군다나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선택의정서 비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등, 정치인으로서의 능력은 상당하다고 생각하는데 당 내부에서 그렇게 평가했다니 팀킬이 따로 없다는 생각마저 든다.
외국에선 다운증후군이 있는 사람이 의원으로 나오는 사례가 소수라도 등장하는데, 우리나라에선 이를 기대하기란 애당초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아까도 말했지만, 선거에 나서는 장애인 입후보자 지원과 관련해 활동보조 외에는 다양한 지원방안들이 실질적으로 부재하기에 그런 측면이 있기도 하다.
그래서 스페인에서 다운증후군이 있는 사람이 입후보했다는 소식을 통해 얼마 전 장애가 있는 정치인 비하로 몸서리가 쳐지게 만든 측면이 있음과 동시에 한편으로는 부러움이 느껴져 심정이 복잡해졌다. 이게 당시 세계 다운증후군의 날 기념행사와 관련해 생각해보니 더욱 그런 느낌이 드는 것 같다.
언젠가는 우리나라에서도 다운증후군이 있는 사람이 정계에 진출하는 날이 꿈이 아닌 현실이 될 날이 멀지 않겠지? 세계 다운 증후군의 날만이 아니라 이들의 권리 증진을 위한 노력과 조치가 매일 진행된다면 이날이 더욱 실질적인 의미가 있겠지? 요구하고 끝까지 싸운다면 느리긴 해도 역사는 진보할 터이니.
다운증후군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지적·자폐성·심리사회적 장애인이 정계에 진출할 날도 과연 올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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