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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주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가족으로, 이웃으로, 시민으로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작성자박진희|작성시간24.06.17|조회수28 목록 댓글 0

거주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가족으로, 이웃으로, 시민으로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문성호 서울시의원님께 드리는 공개서한’
"뇌병변 중증장애인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함께해 주세요"

  • 기자명에이블뉴스
  • 입력 2024.06.17 14:22

 

안녕하세요. 빛나는 이름에 누가 될까 지난 어버이날 성명에는 차마 이름을 언급하지 않았는데 많이 서운하셨나 보네요. 이제야 불러 드립니다. 국민의힘 문, 성, 호, 의원님’

지난 6윌 10일은 작년에 제정·선포한 두번째 한국뇌병변장애인권리증진의날(KCPD)이었고, 12일에 그 기념식과 정책컨퍼런스를 진행하였습니다.

컨퍼런스에서는 건강, 의사소통, 이동 및 접근, 탈시설, 고령화 등 뇌병변장애인의 삶과 요구들에 관한 다양한 논의들이 진행되었습니다. 행사를 준비하고 진행하는데 집중하다 보니 의원님이 하신 중요한 말씀을 뒤늦게야 듣게 되었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저희 컨퍼런스에 초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눠볼 걸 하는 생각도 하게 되네요.

지난 11일 열린 제324회 서울특별시의회 정례회 제2차 본회의에서 보여주신 의원님의 진정성 넘치는 시정질의 잘 보았습니다. 울먹이시며 제대로 말씀을 이어가지 못하시면서도, 와상장애인을 포함하여 뇌병변 중증장애인들의 부모님이 가장 걱정하는 것이 ‘내가 없을 때’라며 장애인을 지속적으로 돌봐야 하는 부모가 노후나 사별, 유사 상황이 되었을 때, 그들이 확실하게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대책이 마련되었으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의원님, 부모님이나 이른바 보호자의 하소연이 아닌 보호를 받는 뇌병변 중증장애인 당사자의 이야기는 들어보셨나요? 설마 부모님이나 보호자가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대변한다 생각하시는 건 아니시지요? 혹시나 못들으셨을까 싶어 뇌병변장애인당사자인 저희의 이야기를 이렇게 편지에 담아 보내드립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저희가 바라는 것도 의원님이 말씀하신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와상장애인을 포함하여 뇌병변 중증장애인들이 부모님이나 보호자 없이도 ‘지역사회에서’ 인간다운 삶이 확실하게 보장되어야 합니다.

만약 의원님이 말씀하신 대책이 마련된다면, 부모님의 노후나 사별, 유사시가 아니더라도, 그분들이 장애인을 지속적으로 돌봐야 하는 일상적인 부담에서 벗어나, 장애인들과 지역사회에서 가족으로 함께 살 수 있지 않을까요?

의원님은 장애인의 지역사회 자립이 필요하다고 하시면서도 자립을 할 수 있는 사람과 할 수 없는 사람을 구분하여 자립을 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거주시설이 필요하다 주장하고 계십니다. 설마 의원님, 자립생활이 아무런 지원 없이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삶이라 생각하시는 것은 아니죠?

노파심에 굳이 설명을 드리자면 장애인의 자립생활이란 장애인들이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안에서’ 자기결정권 및 선택권을 가지고 인간답게 살아가는 것입니다. 자립생활을 할 수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이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자립생활에 필요한 지원의 정도가 다른 것이지요.

말씀하신 개인별 맞춤 보조기기와 전문적인 케어 서비스를 사랑하는 가족들과 이웃들과 함께 지역사회에 살며 지원받을 수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왜 그런 서비스를 사랑하는 가족들과 이웃들과 떨어진 거주시설에서 받아야만 하는 건가요?

왜 우리 사랑하는 가족들이 우리 때문에 평생을 고생하며 살고, 우리 때문에 마음 놓고 죽지도 못한다 생각하는 걸까요? 그분들이 진정으로 우리와 떨어져 살고 싶어서 거주시설이 필요하다 의원님께 하소연하시는 거라 생각하시는 건가요? 말씀하신 서비스들을 가족들과 이웃들과 함께 사는 지역사회에서 받을 수 있다면, 부모님이나 보호자의 유사시가 아니라 바로 지금, 일상에서 지원받을 수 있다면, 과연 그분들이 그런 하소연을 하실까요?

말씀하신 뇌병변장애인 지원 마스터 플랜은 지역사회에서 가족으로, 이웃으로, 시민으로 함께 살고 싶은 우리 뇌병변장애인 당사자들의 염원으로 만들어진 정책입니다. 부족하지만 1기 계획의 성과로 뇌병변, 중증장애를 가진 서울 시민의 삶이 일부 개선된 것이 사실입니다.

이를 지속 가능한 정책으로 추진할 수 있는 뇌병변장애인지원조례가 제정되었고, 이를 토대로 2기 계획이 수립되고 있습니다. 우리 뇌병변장애인들이 서울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사업적, 제도적 토대가 만들어진 것이기에 저희는 이를 기반으로 의원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뇌병변장애인들이 확실하게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여러 요구들을 해오고 있습니다.

여기에 거주시설이 포함될 여지는 없습니다. 거주시설은 우리를 가족들과 이웃들로부터 떼어 놓는 것이고, 시민으로서의 삶을 박탈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2기 계획에 거주시설의 확충이 포함된다면 서울시와 이를 제안한 의원님은 뇌병변장애인 당사자들의 더 강력한 저항을 마주하게 되실 것입니다.

국민의힘 문, 성, 호 의원님, 와상장애인을 포함하여 뇌병변, 중증장애인들과 가족들의 안타까운 삶에 눈물로 공감하며 그들의 인간다운 삶의 보장을 위한 서울시 행정부의 확실한 대책을 요구하는 의원님의 진심을 믿습니다. 다만 그 대책에 거주시설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탈시설에 대한 잘못된 믿음을 이제는 내려놓아 주시길 간곡히 바랍니다. 장애인을 비롯한 시민의 삶과 권리를 보호해야 할,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 정치인으로서 성장을 위해서라도 부디 저희의 충언을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2024년 6월 17일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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