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장애인복지정보

영국에선 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어린이 프로그램 진행자라고?BBC 어린이 프로그램 '블루 피터', 휠체어 이용 장애여성 진행자 출연

작성자박진희|작성시간26.04.01|조회수20 목록 댓글 0

영국에선 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어린이 프로그램 진행자라고?BBC 어린이 프로그램 '블루 피터', 휠체어 이용 장애여성 진행자 출연
영국 어린이들에게 장애인 체육 등 다양한 체험 소개하는 활동 전개
한국도 장애인 예능 출연자 생길 수 있길...'감동 눈물' 안 만들어도 가능

  • 기자명칼럼니스트 장지용
  • 입력 2026.04.01 09:03
  • 수정 2026.04.01 11:15

 

【에이블뉴스 장지용 칼럼니스트】 솔직히 이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우연이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영국 뮤지컬 ⟪식스 더 뮤지컬⟫ 관련 영상을 찾다가 무슨 쇼 프로그램 같은데 공연을 하는 와중에 휠체어 이용자가 있어서 무엇인가 싶었습니다.

영국 BBC의 인기 어린이 프로그램 '블루 피터'(Blue Peter). 휠체어에 앉아 있는 자가 영국 여성 장애인 육상선수 애비 쿡(Abby Cook)씨로, 정식 진행자이다. ⓒ영국 BBC 블루 피터 프로그램 공식 유튜브 채널 갈무리

나중에 알고 보니 영상의 출처는 영국 BBC의 대표 어린이 방송 프로그램 ⟪블루 피터⟫ (Blue Peter)였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1958년 10월 첫 방송이 된 거의 웬만한 영국인이면 어린 시절에 다 봤다는 TV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었을 정도였습니다. 자기들 설명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방송된 어린이 프로그램이라고 하더군요.

방송에서는 어린이들에게 소개할 만한 체험 활동 · 도전적인 활동 · 명소 소개 등뿐만 아니라 스튜디오 촬영분으로도 재미있는 활동과 대중문화 소개, 그 외에도 어린이들이 만나고 싶어 하는 명사 접견 행사 등을 방송하고 있었습니다. 쉽게 말해 ‘어린이 예능’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또한, 첫 방송이 된 해를 알아보니 필자의 부모님보다도 오래된 방송이어서 놀랐습니다. 필자의 아버지는 1959년생, 어머니는 1960년생이기 때문입니다.

휠체어 이용자는 단역이나 그런 것도 아니었습니다. 아예 방송에 등장하는 정규 진행자였던 것입니다. 더 자세한 프로필을 찾아보니, 애비 쿡(Abby Cook)이라는 여성 휠체어 육상 선수 출신 방송 진행자였습니다. 애비 씨는 엘러스-단로스 증후군이라는 질병으로 인한 장애를 가지고 휠체어 경주에 도전하는 장애인 육상 선수이기도 했습니다. 또한, 해당 프로그램 역사상 최초의 휠체어 이용자 출신 진행자라고 합니다. 한국식으로 해석하면 일종의 ‘뽀미 언니’나 ‘하나 언니’ 같은 개념으로 출연시킨 듯합니다.

영국 BBC 어린이 프로그램 '블루 피터'를 통해 소개된 영국 리버풀에 들어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축구 에버튼 FC 새 홈구장 '힐 디킨슨 스타디움'을 방문한 진행자 애비 쿡 씨(왼쪽)와 다른 진행자(가운데), 현장 관계자(오른쪽)가 경기장을 문답 형식으로 소개하고 있다. ⓒ영국 BBC 블루 피터 프로그램 공식 유튜브 채널 갈무리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영상을 보니 그냥 보기 좋은 이유로만 출연시킨 것이 아닌, 몇몇 출연분도 있었을 정도입니다. 주로 현장을 방문해도 실내 체험이거나 스튜디오 촬영분 위주 출연이지만, 최근 개장한 영국 리버풀에 들어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축구 에버튼 FC의 새 홈구장 힐 디킨슨 스타디움(Hill Dickinson Stadium) 방문 등의 독특한 에피소드도 있었습니다. 

영국 BBC 어린이 프로그램 '블루 피터'에서 애비 쿡 씨(오른쪽 빨간 전동휠체어에 앉아있는 자)와 다른 출연자(오른쪽 녹색 옷 입은자)가 전동휠체어 축구선수(왼쪽)에게서 전동휠체어 축구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영국 BBC 블루 피터 프로그램 공식 유튜브 채널 갈무리

영국 BBC 어린이 프로그램 '블루 피터'에서 진행자 애비 쿡 씨(분홍색 옷 입은 자)가 2024 파리 패럴림픽 휠체어 테니스 금메달리스트 알피 휴렛(Alfie Hewett, 자주색 옷 입은 자) 선수에게서 휠체어 테니스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오른쪽에는 레오라는 어린이 휠체어 테니스 선수(파란 옷 입은 자)가 함께 휠체어 테니스를 소개했다. ⓒ영국 BBC 블루 피터 프로그램 공식 유튜브 채널 갈무리

그 외에도 놀란 것은 국내에도 소개된 전동휠체어 축구 선수를 만나 직접 전동휠체어 축구에 도전하거나 2024 파리 패럴림픽 휠체어 테니스 금메달리스트 알피 휴렛(Alfie Hewett) 선수를 만나 휠체어 테니스에 도전하는 등 애비 씨가 체험을 통해 소개하는 장면도 있었습니다. 즉, 장애인 체육이 어린이들에게 자연히 소개할 수 있는 소재가 되었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영국 BBC 어린이 프로그램 '블루 피터'에서 장애인-비장애인 자매 도예가를 방문안 애비 쿡씨(빨간 앞치마 입은 자)가 다른 진행자 (왼쪽 두번째)와 장애인 도예가(맨 오른쪽 민트색 옷 입은 자)와 비장애인 도예가 (맨 왼쪽 흰 옷 입은 자) 자매의 안내를 받으며 도예 체험을 소개하고 있다. ⓒ영국 BBC 블루 피터 프로그램 공식 유튜브 채널 갈무리

애비 씨는 장애인 체육 이외에도 장애인-비장애인 자매 도예가를 방문해 도예 체험을 하고 실제로 간단한 도자기를 제작하는 장면 등도 실내 체험일 경우 어쨌든 출연해 방송분을 채워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영국 BBC 어린이 프로그램 '블루 피터'에서 스튜디오에서 진행한 영국 BBC 라디오 1 채널 진행자와 대중가요 알아맞히기 대결을 벌이는 진행자 애비 쿡 (오른쪽) 씨와 다른 출연자. 해당 장면은 물을 목에 머금은 상태로 대중가요를 부르고 해당 곡의 제목을 알아맞히는 대결로, 정답은 로제-브루노 마스의 '아퍄트'였다. 애비 쿡 씨의 자리가 휠체어 이용자를 고려한 배치이기도 했다. ⓒ영국 BBC 블루 피터 프로그램 공식 유튜브 채널 갈무리

그 외에도 스튜디오 촬영분에서도 애비 씨가 출연할 때 세트장 구조를 휠체어 이용자에 알맞게 짜는 등에서도 휠체어 이용자라는 점을 고려해도 어쨌든 정식 방송 진행자임을 존중한 태도가 엿보였습니다.

영국 BBC 어린이 프로그램 '블루 피터'에 출연한 영국 뮤지컬 '식스 더 뮤지컬' 영국 순회 공연팀 출연자들이 주제가 'Ex-Wives'의 일부를 부른 뒤 상징적인 손 동작을 보여줬다. 해당 손 동작은 해당 공연에서 출연진들이 주제가를 다 부른 뒤 보여주는 상징적인 손 동작이다. ⓒ영국 BBC 블루 피터 프로그램 공식 유튜브 채널 갈무리

영국 BBC 어린이 프로그램 '블루 피터'에 출연한 영국 뮤지컬 '식스 더 뮤지컬' 출연자들의 공연을 보고 환호하는 어린이 출연자와 애비 쿡 (줄무늬 옷 입은 자) 씨. ⓒ영국 BBC 블루 피터 프로그램 공식 유튜브 채널 갈무리

그 외에도 대중문화 소개를 위한 가수나 뮤지컬 배우가 출연할 때 같이 환호하고 즐기는 장면도 좋았습니다. 물론 어린이 프로그램인 만큼 방송 수위를 조절하는 대목도 엿보여서, ⟪식스 더 뮤지컬⟫ 공연에서는 주제가의 일부만 들려주는 등은 있었지만요. 실제 공개된 방송 영상에서 공연하지 않은 부분은 원곡에서 뮤지컬 주제이기도 한 헨리 8세의 여섯 왕비에 관한 역사적 사실이라 들어간 것이지만 욕설이나 잔인한 표현 등 어린이들이 듣기에는 매우 부적절한 가사가 상당히 많이 있어서 방송에서는 생략한 것입니다.

영국 자폐인 작가 엘 멕니콜이 쓴 소설 '스파크' 한국어 번역본 표지. 해당 작품의 영어 원서가 2021년 영국 어린이 프로그램 '블루 피터'에서 주관한 어린이 도서 시상식에서 '최고 이야기책' 부분에 선정되었다. ⓒ요요

지금은 폐지되었고 애비 씨가 관련된 부분은 아니지만, 해당 프로그램이 주최한 어린이 도서 시상에서도 2021년 시상분에는 엘 멕니콜(Elle McNicoll)의 소설 ⟪스파크⟫ (A Kind of Spark)가 최고 이야기책 부분(Best Story)에서 수상한 것도 특이한 지점이었습니다. 이 소설은 작가 자신부터 자폐인이었고, 자폐성 장애와 마녀사냥 이야기를 잘 이은 소설이라 수상할 수 있었나 봅니다. 참고로 소설 ⟪스파크⟫는 현재 한국어로도 번역 출간된 상태입니다. 그리고 저도 지난 2025년 교회 청년회 제주 수련회를 위한 국내선 비행기 이동 중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사실 블루 피터는 어린 시절 원했던 ‘어린이들을 위한 예능 프로그램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완벽히 현실로 보여준 결과물이라 아쉬웠습니다. 어린 시절에 원했던 그런 것을 어른이 되고 나서야 현실에 존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아쉬웠습니다.

이 칼럼에서는 애비 씨와 관련되지 않은 내용이라 자세히는 소개하지 않았지만, 필자의 최대 관심사이기도 한 사진 촬영에 도전하는 이야기라거나, 영국 해병대 훈련소에 입소해 군사 훈련 체험을 하는 이야기, 영국 프로그램인 특성상 있을 수밖에 없는 왕실 인사를 알현하거나, 세계를 휩쓴 로제-브루노 마스의 〈아파트〉 나  ⟪케이팝 데몬 헌터스⟫  주제가 〈골든〉을 어린이들이 부르는 등의 방송분도 해당 프로그램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되기는 했습니다.

언제야 한국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이라거나, 어린이들도 즐겁게 볼 수 있는 예능 프로그램을 볼 수 있을는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EBS 1TV ⟪세상을 비집고⟫는 장애인 출연진만으로 예능 분량을 뽑아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서 ‘장애인 예능’은 ‘감동 눈물’을 쥐어짜지 않아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으니 말입니다.

아, 물론 가장 이상적인 것은 제가 출연하는 것이겠지만요. 실제로 EBS는 아닌 다른 방송국 PD도 저를 보고선 “장지용이는 ‘예능감’ 좀 있어 보인다”라고 평가했기도 했으니 말입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