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3.2. 토요일.
07:19 알람에 깨어, 머리 감고 아침 식사. 어제는 5유로 짜리. 오늘은 10유로 짜리. 좀 낫기는 하다. 그러나 어쩐지 어제 아침의 정성이 없는 듯. 작은 집과 큰 집의 차이? 창가에 자리 잡아 식사를 하며 밖을 보는데, 남편이 날씨가 맑다고 해서야 해가 비추는 걸 느꼈다. 붉은 색 오래된 지붕이 환하게 해를 받아 반짝이고 있다. 아~ 얼마나 오랜만에 만나는 밝은 햇살인지.....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식사 마치고 정리하여 체크아웃. 가방을 프런트에 맡기고 중앙역 쪽으로 나와 쾨니히스문과 뉘른베르크 역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밝은 햇살로 파아란 하늘이 드러난 독일~ 뉘른베르크 쾨니히스문
바로 그 자리에 Tram 9 번이 서는 게 아닌가. 우리는 예정을 바꾸어 일단 Docu-Zentrum으로 갔다. 10시 입장인데 9시 35분 경 도착, 여기저기 둘러 보았다. 앞에는 넓은 호수가 얼어 있었고 밝게 비추는 해로 사진이 잘 안나와 호숫가를 따라 동쪽으로 걷다보니 Symponic Hall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콩그래스 할래(Kongresshalle)의 내벽을 볼 수 있었다.
뉘른베르크를 사랑했던 히틀러는 뉘른베르크에 어마어마한 도시 계획을 실행하였다. '나찌 제국 전당대회 복합단지' 그 중 하나가 바로 콩그래스할래!
콩그래스할래는 번역하면 의회 전당. 로마 콜로세움의 위엄을 모티브로 한 이 건축물은 나찌 시대의 건축 기술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해 볼 수 있는 놀라운 건축물이다. 높이가 39m, 직경이 250m 나 되며, 5만석을 갖춘 실내 집회장이다. 25m의 대리석 열주가 390m나 뻗어 있는 대회장 스탠드를 갖춘 이 엄청난 건축물은 돔이 아닌 평면 지붕을 기둥이 없이 지탱하는 구조라하니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다. 나찌가 몰락하면서 소련의 공습으로 많이 부셔졌지만 남아 있는 모습으로도 그 위용을 짐작할 수 있다.
히틀러의 꿈이 무너진 현장. 흉물로 남아 어찌할 지를 고민하던 독일인들은 또다른 건축 기술로 이 건축물을 품은 전시관을 만들어 히틀러의 시작부터 끝까지 사료들을 전시하고 교육하고 있었다. 발가벗겨진 채 죽임을 당한 여인들과 어린이들의 사진이 눈에 박혔다. 온 독일인이 한꺼번에 미쳤던 그 시절, 오른 팔을 번쩍 치켜들여 하이 히틀러를 외쳤던 그 시절, 이 땅에 평화는 없었다.
아무튼 이 건축물의 마스터 플랜을 완성한 알베르트 슈페어에 대한 책 '기억'을 읽고 싶다.
전시관으로 이용되는 곳
콩그래스할래의 내벽
박물관을 나오니 Trum이 서 있다. 냅다 뛰어 탔는데 뭔가 이상해. ㅋㅋ 중앙역 가는 9번이 아니라 6번. 한 정거장 가서 돌아와 9번을 타고 중앙역으로 돌아왔다. 중앙역에서 이번엔 U-bahn 1번을 타러 갔다. 우리 다음 목표는 Barenchanze에 있는 Memorium Nurnberger Prozesse. 내가 역을 잘못 헤아린 탓에 Barenchanz에서 내리려고 했을 때는 막 출발, 결국 한 정거장 가서 되돌아 왔다. 밖으로 나와 학생 두 명에게 물어보았지만 모른다. 마침 상가 유리창을 닦고 있는 아저씨에게 물어보아 찾아갔다. 뉘른베르크는 2차 대전 때 융단 폭격으로 무참히 파괴되었다. 그런데 그 와중에 온전히 남은 건물이 있었는데 바로 '사법부 궁전(Justizpalast)'. 무척 큰 건물이었다. 우리가 들어갈 수 있는 곳은 전범재판(국제군사재판)을 했던 600호 법정과 전시관이다. 그 크지 않은 재판정에 앉아 당시를 회상해 보고 전시관을 둘러 보았다.
수많은 청년들을 미치게 했던, 죄없는 수많은 사람들을 죽였던, 아까운 건물들 문화재들을 처참하게 무너뜨렸던 그 사람들은 재판정에 들어올 때 아주 여유로웠고 전혀 죄인의 모습이 없다. 자기들끼리 악수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고.... "음~ 그저 전쟁에 졌을 뿐이야." 그런 태도! 그곳은 제국의회(나찌의회)가 있던 곳으로 유태인 등 '다른 민족에 대한 처리법'을 통과 시킨 곳이다. 바로 그곳에서 전범들은 각각의 죄값에 대한 처벌을 받았다. 역사의 반전이 참 극적이다. 히틀러! 그는 어찌하여 그토록 엄청난 죄를 지어야 했을까?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을까? 어린 시절의 히틀러가 궁금하다.
600호 법정
사법부 궁전은 웅장한 건물이었다. 그곳에는 이차대전 승전 4개국 미, 영, 프, 소의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
돌아오는 길에 Weisser Trum 역에 내렸다. 계단을 올라오니 바로 눈 앞에 Weisser Trum이 서 있다. 바로 그 곁에 돔이 보여 가보니, 성엘리자베스교회. 붉은 대리석 기둥과 기둥 끝에 금박이 화려한 조각이 인상적이다. 엘리자베스교회여서 그런지 아이를 데리고 있는 조각들이 많았다.
이 교회에서 가장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지하에 있는 기도실. 조그마한 공간에서는 마음을 다해 신의 음성을 기다릴 수 있을 듯하다. 한 청소년이 눈을 감진 않았으나 고개를 숙이고 한참 앉아 있다. 무엇이 이 아이의 마음을 어지럽히고 있을까. 주님은 이 아이에게 무엇을 말해 줄 수 있을까. 이 아이는 그 음성을 알아듣고 그대로 따라할까. 오지랖 넓게 걱정하면서도 제단 앞의 조각을 자세히 보고 싶고 사진도 찍고 싶었다. 남편이 셔터를 누르자 그 소리에 깜짝 놀라 쳐다본다. 더 이상 셔터를 누를 순 없었고 일어서 나왔다.
바로 앞에 있는 성 야곱교회. 로텐부르크에서 보지 못한 야곱교회에 들어섰다. 아~ 마음 아픈 교회다. 1200년대부터 시작된 야곱교회는 2차 대전 때 완전히 부서져서 새로 고쳐 지었는지 아주 오래된 그림들과 조각들이 제자리라 할 수 없는 곳에 자리잡고 있다. 아주 어색하다. 새 건물 벽과 중세의 그림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그 어설픈 모습이 정말 마음 아프다.
그리고 Ehekarusell 분수. 오호~ 조각이 대단하다. 펠리칸 날개가 감싸고 있는 가족의 모습, 키스하고 있는 남녀의 모습, 인어인가 용인가 타고 앉아 싸우고 있는 두 남자의 모습, 식사하다 자신의 입에 권총을 겨누고 있는 여인의 모습 등 등.... 조각 곁에서 열렬히 키스하는 연인을 남편이 사진 찍다 건드렸다. 이런 실례를~~. 그 남자가 우리 둘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해서 그러라 했는데, 키스하는 조각을 제대로 표현해주지 않았다. ㅎㅎ
이 사진은 다른 분이 찍어주셨다^^
다시 U-bahn을 타서 성 로렌츠 교회로 나왔다. 블로그에서 검색한 맛있는 밥집을 찾아서.... 아름다운 샘 곁에 있는.... 로렌츠플라츠에서 Haupt Markt 까지 사람이 넘쳐난다. 햇빛 좋은 토요일이 아닌가. 열흘도 넘게 만에 나타난 햇님이 얼마나 반갑겠는가. 나도 겉옷을 벗어들고 다녔다. 카페 앞에는 어제까지 볼 수 없었던 테이블이 밖에 나왔고 사람들이 가득 앉아 귀한 햇볕을 누리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찾아간 식당엔 자리가 없어서 줄 서 있다. 우린 배도 고프고 해서 소세지 굽는 냄새가 엄청 당겼지만 과감하게 나와서 호텔 쪽으로 레스토랑을 찾으며 걸었다. 우리나라 거리에는 넘치는 식당이 뉘른베르크 번화가에서는 참 귀하다. 결국 점심은 u반 역에 있는 타이 음식점에서 볶음밥과 닭고기+야채 볶음으로. 볶음밥 스몰 디쉬 2, 닭고기+야채볶음 스몰 디쉬1 시켰더니, 닭고기+야채볶음에 밥을 함께 준다. 볶음밥이 조금 짰지만, 그래서 조금 남겼지만, 만족스런 식사였다. 이제 호텔로 가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가야할 곳이 남아 있다. 시간이 조금 여유 있어서 마지막 간 곳은 Opernhaus. U반 2번을 타고 다녀와서 호텔에서 짐을 찾고 역으로. 4번 글라이스 찾느라 또 안되는 영어하고 드디어 승차. 뷔르츠부르크 행 기차를 타고 간다. 밤베르크가 곧 우리 앞에 나타난다. 기차에서 이 글을 쓰고 있는 내내 머슴애 하나가 엄청 떠들어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