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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 - 한하운(1919~1975)

작성자사문난적|작성시간26.06.12|조회수4 목록 댓글 0

자화상 - 한하운(1919~1975)

 

한 번도 웃어 본 일이 없다

한 번도 울어 본 일이 없다

 

웃음도 울음도 아닌 슬픔

그러한 슬픔에 굳어버린 나의 얼굴

 

도대체 웃음이란 얼마나

가볍게 스쳐가는 시장기냐

 

도대체 울음이란 얼마나

짓궂게 왔다가는 포만증이냐

 

한때 나의 푸른 이마 밑

검은 눈썹 언저리에 배워본 덧없음을 이어

 

오늘 꼭 가야 할 아무데도 없는 낯선 이 길 머리에

찔름찔름 다섯 자보다 좀 더 큰 키로 나는 섰다

 

어쩌면 나의 키가 끄으는 나의 그림자는

이렇게도 우득히 웬 땅을 덮는 것이냐

 

지나는 거리마다 쇼윈도 유리창마다

얼른 얼른 내가 나를 알아볼 수 없는 나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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