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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기대표 칼럼

우리 아이 공부 비결?

작성자김준기대표|작성시간26.06.08|조회수10 목록 댓글 0

40만 원짜리 디지털 감옥, 얼리버드 할인 중입니다

 

대한민국 사교육 시장은 늘 혁신적이었다. 누군가는 수학 문제집을 팔고, 누군가는 영어 단어장을 팔았다. 그런데 이제는 한 단계 더 진화했다. 아예 아이의 자유를 월정액으로 구독하는 시대가 열렸다.

 

월 40만 원.

 

예전 같으면 유명 강사의 인강 패키지를 결제할 돈이다. 하지만 이제 그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은 공부법이 아니다. AI 카메라 한 대, 스마트폰 압수 권한, 그리고 부모 대신 잔소리를 해주는 원격 관리자다.

참으로 놀라운 기술 발전이다.

과거 부모들은 “공부 좀 해라”라고 직접 말했다. 아이는 “알겠어요”라고 대답한 뒤 몰래 휴대전화를 했다. 최소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갈등은 있었다.

 

지금은 다르다.

 

부모는 앱을 켠다. 관리 업체는 알림을 보낸다. AI는 아이의 눈동자를 추적한다. 아이는 20초마다 감시당한다.

 

가족 간 대화는 줄었지만 데이터는 늘어났다.

 

오늘 집중도 73%.

의자 이탈 4회.

졸음 감지 2회.

방 정리 미실시.

휴대폰 사용 가능 시간 차감 30분.

 

이쯤 되면 자녀 교육이 아니라 교정시설 운영 보고서에 가깝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서비스가 비싸다고 생각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부모들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40만 원의 진짜 가치는 아이를 관리하는 것이 아니다.

아이와 싸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잔소리를 대신해 준다.

휴대폰을 대신 뺏어 준다.

생활지도를 대신해 준다.

말 그대로 부모 역할의 일부를 구독 서비스로 외주화한 것이다.

 

넷플릭스는 영화를 대신 틀어주고, 배달앱은 밥을 대신 가져다준다.

그리고 에듀테크 업체는 부모를 대신해 아이를 감시한다.

참으로 효율적인 세상이다.

 

이런 흐름이라면 머지않아 새로운 상품도 나올 것이다.

 

월 59만 원 프리미엄 상품.

AI가 대신 혼내드립니다.

월 79만 원 VIP 상품.

시험 망쳤을 때 실망한 표정까지 대신 지어드립니다.

월 99만 원 플래티넘 상품.

“너를 믿는다”는 격려와 “정신 차려라”는 잔소리를 적절한 비율로 조합하여 자동 발송해드립니다.

 

어쩌면 부모는 점점 필요 없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상하다.

정작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 이야기에는 늘 비슷한 문장이 등장한다.

 

집에 책이 많았다.

부모가 먼저 공부하는 모습을 보였다.

식탁에서 대화를 많이 했다.

부모도 휴대전화를 오래 보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AI 감시 카메라 이야기는 잘 나오지 않는다.

 

생각해 보면 당연하다.

자율성은 감시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감시가 강해질수록 사람은 통제받는 법을 배울 뿐이다.

스스로 절제하는 법이 아니라 누군가 보고 있을 때만 행동하는 법을 익힌다.

 

결국 부모들이 사는 것은 공부 습관이 아니다.

감시 시스템이다.

 

그리고 감시가 끝나는 순간, 그 습관도 함께 사라진다.

대한민국은 늘 교육열이 뜨거운 나라였다.

 

하지만 교육열과 통제욕은 전혀 다른 것이다.

교육은 언젠가 부모의 손을 놓게 만드는 과정이다.

반대로 통제는 아이가 영원히 손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과정이다.

 

그래서 묻고 싶다.

월 40만 원짜리 디지털 감옥에서 키워낸 아이가 정말 원하는 미래는 무엇일까.

 

서울대 합격증일까.

아니면 감시자가 사라져도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는 어른일까.

 

만약 후자라면, 정작 가장 필요한 것은 AI 카메라가 아니라 식탁 하나와 대화 몇 마디일지도 모른다.

 

그건 아직 월 40만 원으로도 살 수 없는 물건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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