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ween Words and Mercy
그들은 말을 던졌고
그 말은 돌이 되었다.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말하느냐는
진실보다 먼저 사람을 묶는다.
정의의 문장으로 포장된 말은
순식간에 올무가 되어
말하는 자와 듣는 자
모두를 걸어 잠근다.
질문은 이미 답을 품고 있었고
그 답은
예수를 향한 시험이었다.
그러나 그는
말로 맞서지 않았다.
손가락을 굽혀
땅을 썼다.
율법이 새겨졌던 돌이 아니라
바람에 지워질 흙 위에.
그는 죄의 목록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고발자의 이름을 적지 않았을 것이다.
인간의 마음이 얼마나 쉽게
정죄의 언어를 선택하는지를
천천히, 침묵으로
번역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 사이
돌을 쥔 손들이
하나둘 풀린다.
그때 비로소
말씀이 말을 얻는다.
“나도
너를 정죄하지 않는다.”
죄가 없다는 선언이 아니라
죄보다 큰 사랑의 방향이다.
법을 무너뜨린 십자가이다.
“가서
다시는 죄를 범하지 말라.”
그러나,
인간은 다시 죄를 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욕망은 기억보다 빠르고
의지는 은혜보다 느리다.
이 말씀은
절망이, 명령이 아니라
초대이다.
다시는 죄를 범하지 말라는
네 힘으로 완전해지라는 요구가 아니라
은혜 밖으로
돌아가지 말라는 요청이다.
구원은
죄 없는 인간을 만드는 사건이 아니라
죄를 품고도
하나님 앞으로 돌아오게 하는 길이다.
우리는
정죄하지 않는 음성에 의해 살고
넘어지면서도
다시 부름을 받는다.
오늘도
흙 위에 쓰인 그 글자는
바람에 지워졌지만
그 침묵의 선언은
여전히 우리를 살게 한다.
정죄의 언어가 아니라
구원의 말로
살게 한다.
- 요8:2~11절, Between Words and Mercy(말과 자비 사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