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石花의 詩

카푸치노의 향기(Cappuccino)

작성자리멤버|작성시간26.02.16|조회수10 목록 댓글 0

카푸치노의 향기(Cappuccino)

수도사의 갈색 수도복에서
한 잔의 이름이 태어났다
세속과 하늘 사이의 색,
침묵과 노동 사이의 색,
카푸치노
인간의 하루가 입는 영혼의 옷

 

볶인 원두는
태양과 토양과 농부의 손을 기억하며
불 속에서 스스로를 태워
깊은 밤의 기억으로 변했다
쓴맛은 생의 무게,
산미는 첫사랑처럼 짧은 기쁨

 

그 위에 우유가 부어질 때
거칠던 세계는 부드러워지고
증기로 일어난 거품은
기도처럼 가볍게 떠올랐다
고난 위에 은혜가 얹히듯
쓴 현실 위에 흰 위로가 내려앉았다

 

카푸치노의 향기는
속도를 견디는 영혼을 위한 안식이다
검은 역사 위에 흰 용서를 올리고
피로한 노동 위에 따뜻한 숨을 얹는
문명의 작은 성례전

 

사람들은 잔을 들고
자신의 하루를 축복한다
이 쓴 세상에도

 

부드러움이 가능하다는

작은 신앙고백처럼

 

그러나 거품은 곧 사라지고
쓴맛은 다시 입 안에 남는다
삶이 그렇듯
위로는 순간이고
존재는 깊다

 

그래서 카푸치노는 말한다
쓴 것을 없애지 말고
그 위에 사랑을 얹으라고
고난을 지우지 말고
은혜로 덮으라고

 

오늘도 나는
이 잔에서 인간을 본다
불과 우유와 숨결이 만난 자리에서
고난과 은혜가 섞여
하나의 향기로 태어나는
연약한, 그러나 아름다운 존재를

 

카푸치노여
너는 수도사의 침묵과
도시의 아침을 잇는 다리
쓴 역사 위에
하늘의 거품을 얹은
인간의 기도이다

 

- 카푸치노“쓴 현실 위에 얹힌 부드러운 위로.”-

- 石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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