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인간의 시간을 묻다〉
우리는 열매를 마시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마신다
에티오피아의 밤에서 깨어난 염소의 발굽 소리
수피 수도원의 침묵 속 기도
그 어둠의 각성은
인간이 하나님보다 먼저 깨어 있고 싶어 한 역사였다
오스만의 항구에서
커피는 침묵의 신학자가 되어
술 대신 사유를 허락했고
말 대신 질문을 부어 주었다
유럽의 살롱에서
커피잔은 작은 설교단이 되었고
혁명과 과학과 민주주의가
이 검은 잔 위에서 태어났다
에스프레소는
시간을 압착한 근대의 고백서
“우리는 기다리지 않겠다”는
인류의 선언문이었다
라떼는
쓴 역사 위에 올린 우유의 위로
사람이 사람에게
살아남을 이유를 부어 주는 의식이었다
콜드브루는
느림으로 신앙을 회복하려는
뒤늦은 인간의 참회 기도
그러나 주여
우리는 여전히
시간을 마시면서도
영원을 갈망한다
한 잔의 커피 앞에서
문명은 철학자가 되고
인간은 다시 어린아이처럼 묻는다
“나는 어디에서 와서
이렇게 깨어 있고
어디로 가는가”
커피는 대답하지 않는다
다만 더 깊은 밤을 준다
그 밤 속에서
인간은 다시
하나님을 찾도록 창조되었음을
기억하게 된다
- <커피, 인간의 시간을 묻다> “시간을 마시며 영원을 잊은 문명에 대한 신학적 성찰.”- 석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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