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시간을 마시는 방식
인간은 빵만으로 살지 않고
시간으로 산다
우리는 열매를 볶아 마시며
깨어 있기를 선택했고
그 선택은 문명이 되었다
커피는 신의 침묵 속에서
인간이 스스로에게 설교한 최초의 설교문이다
밤을 늘리고
사유를 확장하고
제국을 건설하고
혁명을 잉태한
작은 검은 잔
이 시는
커피를 찬미하려는 것이 아니라
커피를 통해 인간을 읽으려는 시도이다
속도를 신으로 섬긴 인간
관계를 구원으로 착각한 인간
느림을 회개로 배우는 인간
그리고 끝내 영원을 갈망하는 인간
나는 목회자로서
농부로서
시인으로서
이 잔 앞에 앉아
인간과 하나님 사이의 거리를 묻는다
커피는 대답하지 않는다
그러나 침묵 속에서
하나님의 시간이 더 또렷해진다
- "시간을 소유하려다 시간에 삼켜지는 인간의 방식.” -석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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