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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연재

[신앙과 시 120편] 〈푸른 사자의 밤〉 - 돌아갈 품의 그리움

작성자리멤버|작성시간26.06.13|조회수3 목록 댓글 0

[신앙과 시 120편] 〈푸른 사자의 밤〉 - 돌아갈 품의 그리움- 세월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는 그리움과 사랑의 본질을 붙드는 마음의 노래
- 이현용 목사 (바이블아카데미 원장, 임불교회 담임, 『목사고시 종합문제집 리멤버』 저자)

 기자명거창기독신문 (webmaster@gcc20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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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사자의 밤]

 

무리는 떠났고

초원은 넓어졌으나

세상은 오히려 더 좁아졌다

 

살아간다는 것은

먹이를 찾는 일이 아니라

부를 이름 하나를 잃지 않는 일임을

와니니는 너무 일찍 배워버렸다

 

별빛 아래 웅크린 어린 사자의 눈동자에는

두려움보다 더 깊은 것이 있었으니

돌아갈 수 없는 품을 기억하는

존재의 오래된 그리움이었다

 

나는 객석에 앉아 있었으나

어느새 초원의 바람 속에 서 있었다

와니니의 떨리는 숨결 사이로

내 안의 어린 날 하나가 걸어 나왔다

 

세월은 사람을 늙게 하지만

그리움은 나이를 먹지 않는다

문득

한 번만 더 어머니의 품에 안기고 싶었다

 

세상을 건너오는 동안

강해져야 한다고 믿었으나

인간이 끝내 닿고 싶은 곳은

승리의 언덕이 아니라

누군가의 가슴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래서 또 생각했다

내 두 아들을

내 생의 마지막 숨결이

저물녘 들녘의 바람처럼 가늘어질 때

무슨 거창한 말보다

따뜻한 두 팔이 나를 안아 주기를

 

사랑이란

서로를 위해 세상을 바꾸는 힘이 아니라

끝내 돌아갈 품이 되어 주는 일

 

 밤

푸른 사자 한 마리가 울고 있었고

나는 그 울음 속에서

한 사람의 아들이자

두 아들의 아버지로

조용히 함께 울고 있었다.

 

- 뮤지컬 "푸른 사자 와니니"를 감상하고 -  石花 -

이 시는 한 편의 뮤지컬을 감상한 뒤의 정서를 넘어, 인간 존재의 가장 깊은 곳에 숨어 있는 그리움과 사랑의 본질을 조용히 길어 올린다. 무리는 떠났고 초원은 넓어졌으나 세상은 오히려 더 좁아졌다는 첫 구절은, 겉으로는 넓어진 세계 속에서도 마음 둘 곳을 잃어버린 존재의 고독을 날카롭게 보여 준다. 살아간다는 것이 단순히 먹이를 찾는 일이 아니라 부를 이름 하나를 잃지 않는 일이라는 고백은, 인간에게 삶이란 결국 관계를 잃지 않는 일이며 사랑의 대상을 놓치지 않는 일임을 일깨운다. 그래서 와니니의 외로움은 한 어린 사자의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오늘을 살아가는 모든 인간의 마음과도 겹쳐진다.

 

특히 이 시가 깊은 울림을 주는 이유는, 와니니의 눈빛 속에서 화자 자신의 어린 날이 걸어 나오는 장면 때문이다. 객석에 앉아 있던 사람은 더 이상 관람자에 머물지 않고, 어느새 자기 안의 오래된 그리움과 대면하게 된다. 그리하여 이 시는 단순한 감상이 아니라 자기 고백의 자리로 깊어진다. 세월은 사람을 늙게 하지만 그리움은 나이를 먹지 않는다는 문장은 이 작품의 중심을 이루는 고백이라 할 만하다. 사람은 성장하고 늙어 가지만, 한 번 품었던 사랑과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결코 쉽게 늙지 않는다. 어머니의 품을 다시 한 번 그리워하는 장면은 그리움이 얼마나 근원적이고도 오래된 감정인지 보여 준다.

 

“사람이 끝내 그리워하는 것은 더 높은 자리가 아니라, 아무 조건 없이 자신을 받아 주는 한 품의 온기이다.”

이 시는 또한 사랑의 의미를 매우 따뜻하고도 깊게 다시 정의한다. 우리는 살아오는 동안 강해져야 한다고 배우고, 세상을 이겨야 한다고 믿으며, 승리의 언덕을 향해 달려가려 한다. 그러나 시인은 인간이 끝내 닿고 싶은 곳은 누군가의 가슴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 대목은 매우 단순해 보이지만 오래 남는 진실을 품고 있다. 사람은 성취로 완성되지 않고, 사랑으로 안식한다. 그래서 사랑이란 세상을 바꾸는 거대한 힘이 아니라 끝내 돌아갈 품이 되어 주는 일이라는 마지막 정의는, 이 시를 한층 더 깊은 작품으로 만든다. 사랑은 무엇을 해내는 능력보다 누군가를 받아 주는 공간이 되는 일에 더 가깝다.

또한 이 작품은 한 사람의 아들이자 두 아들의 아버지라는 이중의 자리에서 인간 생애를 바라보게 한다. 어머니의 품을 그리워하는 마음과, 마지막 순간 두 아들의 두 팔이 자신을 안아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한 흐름 안에서 이어진다. 이것은 사랑이 세대를 건너 흘러가는 방식이 무엇인지를 보여 준다. 우리는 누군가의 품에서 자라고, 또 누군가의 품이 되어 주며 살아간다. 결국 인간의 삶은 사랑을 받는 자리와 사랑을 건네는 자리가 서로 맞물려 이어지는 긴 순례라고 할 수 있다. 이 시는 그 순환을 매우 잔잔하면서도 아프게 그려 낸다.

 

마지막 장면에서 푸른 사자 한 마리의 울음은 더 이상 동물의 울음으로만 들리지 않는다. 그것은 잃어버린 품을 그리워하는 모든 존재의 울음이며, 사랑받고 싶고 안기고 싶은 인간 마음의 깊은 메아리다. 한 사람의 아들이자 두 아들의 아버지로 함께 울고 있었다는 고백은, 삶의 끝에서도 결국 인간이 붙드는 것은 관계와 품과 사랑이라는 사실을 보여 준다. 그러므로 이 시는 외로움의 시인 동시에 위로의 시다. 강해야 한다고 배워 온 사람에게, 끝내 돌아갈 품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위로인지를 조용히 전하는 작품이다.

석화(石花) 이현용 목사
국립부산공업대학교 졸업(B.Eng)
대전신학대학교(B.Th) 및 대학원(M.Div) 졸업
한국방송통신대학교 행정학과 수료
예장통합 목사고시 전문 강사(20년)
프리칭 성경 연구 및 설교세미나(RPS) 대표
전 대전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 객원교수
임불교회 담임목사
저서: 《목사고시 종합문제집 리멤버》, 《진주노회 고시 종합문제집》, 《프리칭 포커스》
못골 문학상 수상
바이블아카데미 — 말씀과 비전으로 ‘시작 없는 시작’을 준비하는 공동체

 

 

거창기독신문 webmaster@gcc20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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