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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인간 1

진짜 이야기

작성자김동지|작성시간26.06.07|조회수33 목록 댓글 0

  진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오래도록 가슴에 담아 두었던 이야기다. 물어보는 사람이 없어서 하지 못했던 이야기다. 분위기에 안 맞는 생뚱맞은 이야기로 들릴까봐 할 수 없었던 이야기다. 나도 살아볼 만큼은 살아봤다. 신통한 소식은 어디에도 없었다. 이 행성에서 볼 장은 다 봤다. 지겨운 녀석들이다. 인류는 여기까지다. 이제는 눈치 안 보고 내 이야기를 하겠다.

 

  지금까지는 밑작업이었다. 이제 빌드업은 끝났다. 들을 귀가 있으면 할 말도 있는 법이다. 남이 던져준 대본에 추임새나 넣는, 무리한 애드립을 던지다가 무안이나 당하는 지나가는 행인 1의 구차한 이야기랑 말고, 비위 맞추지 말고, 무리에 끌려가지 말고, 기세에 주눅들지 말고, 쩌렁쩌렁 울리는 진짜 이야기를 해야 한다.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이야기라야 한다. 

 

  시를 쓰려면 이육사의 광야처럼 피를 토하고 써야 한다. 그림을 그리려면 피카소처럼 다 찢어놓고 시작해야 한다. 과학을 하려면 아인슈타인처럼 옴팡 뒤집어놓고 다시 판을 짜야 한다. 자신이 싫어하는 음식을 탐식하는 아이러니를 실천하는 이상을 본받아야 한다. 천하에 큰 불을 질러야 한다. 그럴 때 지나가는 사람의 어깨를 붙잡고 말을 걸어도 어색하지 않다. 

 

  군주의 시대는 갔다. 종교의 시대는 갔다. 혁명의 세기도 갔다. 자본의 세기도 숨을 헐떡거린다. 잔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 길을 잃고 곤란해져서 똥마려운 표정을 짓는 불쌍한 80억을 봤다면 임자가 할 말을 해야 한다. 하늘이 쿵 하고 세상이 벌떡 하는 언어가 필요하다. 쪼잔한 소리를 지껄이는 자는 쫒아버려야 한다. 야유, 조롱, 신파, 감성팔이, 비아냥은 질렸다.

 

  사소한 일에만 광분하는 신변잡기주의, 말초주의, 지엽말단주의, 쇄말주의는 던져버려라. 행복타령, 사랑타령, 성공타령, 명성타령, 출세타령은 그게 어린이의 자기소개다. 항문기의 똥자랑을 거쳐 남근기의 자기소개 행동이라면 졸렬하다. 기껏 한다는 말이 돈벌이 아니면 불로장수, 건강 관심이라면 비참하다. 말년병장이 달력에 동그라미치듯 죽을 날 계산한다.

 

  다 큰 어른이 먹는거, 입는거, 싸는거 이야기나 하고 나자빠져 있다면 비참하다. 글자 배운 사람이 미녀 이야기, 자동차 이야기, 골프 이야기, 주식 이야기, 축구 이야기 아니면 할 이야기가 없다. 고갈된 소재주의가 눈물겹다. 모르는 사람과 스몰 토크라니 쪽팔리지 않는가? 왜 저런 인간 군상들과 내가 무시로 이 도시에서 얼굴을 마주치며 살아가야 한다는 말인가?

  신이 있다는 말은 귀신이 없다는 말이다. 빛과 어둠은 공존하지 않는다. 귀신 하나도 제압 못하는 신이 어찌 신이겠는가? 귀신이 없다는 말은 내세도 없고, 천국도 없고, 지옥도 없고, 구원도 없고, 부활도 없고, 심판도 없고, 해탈도 없고, 윤회도 없고, 부처도 없고, 업보도 없고, 조상도 없고, 풍수도 없고, 제사도 없고, 사주도 없고 얄궂은 것들은 다 없다는 말이다.

  사차원도 없고, 초능력도 없고, 무한동력도 없고, 외계인도 없고, 평평한 지구도 없고, 유기농도 없고, 진정성도 없고, 성찰도 없고, 생태주의 없고, 페미도 없고, LGBTQ 없고, 정치적 올바름도 없고, 터부도 없고, 징크스도 없고, 종교도 없고, 두려움도 없고, 죽음도 없고, 사후세계도 없고, 도덕도 없고, 교양도 없고, 에티켓도 없고 없을 것은 다 없다. 쿨하게 된다.

  수요가 있으므로 그것이 없다. 시장이 만들어낸 상품이지 진리가 만들어낸 에너지가 아니다. 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사람과 한 공간에 머무르게 되었을 때 어색한 상황을 타개하고자 뭐라도 말을 해야겠는데 맞는 말을 하면 '씨부리지 마라. 다 알고 있다 이놈아!' 어긋난 말을 하면 '허튼 수작 부리지 마라. 어디서 좌판을 벌여. 이놈아!' 어느쪽이든 호통이 돌아온다.

 

  존 레논은 그의 이매진에서 신도 없고, 천국도 없고, 지옥도 없고, 국가도 없고, 종교도 없고, 사유재산도 없고, 전쟁도 없는 세상을 노래했지만 정작 있는 것은 무엇인지 말하지 않았다. 인류애가 있다? 그것만으로는 약하다. 말을 하다가 끊었다. 핀잔받지 않고 되치기에 걸리지 않는 아리송한 말을 해야한다. 어쨌든 그는 예수와 맞장뜨려 했으니 호연지기가 있다.

 

  없는 것이 그림자라면 있는 것은 빛이다. 있는 빛을 진술하기 앞서 그림자로 전제를 친다. 빛은 하나이나 그림자는 여럿이다. 진짜를 말하려고 서론이 길다. 이 모든 거짓말을 만들어낸 근원이 있다. 하나의 거짓말로 감당이 안 되어 더 많은 거짓말을 동원하게 하는 강력한 전파원이 있다. 퀘이사가 있다. 신은 있다. 초인은 있다. 군자는 있다. 노무현 같은 진짜는 있다. 

 

  인간은 빛을 똑바로 보지 못하고 그림자를 통해 빛을 추측한다. 빛은 그림자 바깥에 있지 않다. 신은 인간 바깥에 있지 않다. 하릴없이 구질구질한 인간의 하소연이나 듣고 있는 관음증 신이라면 그것은 인간 바깥의 존재다. 인간과 연결되지 않은 인간 바깥의 신은 가짜다. 그림자와 빛은 분리할 수 없다. 신은 타인이 아니다. 신은 당신 속으로 들어와서 당신 안에 있다.

 

  없는 신이 없을 뿐 있는 신은 있다. 죽은 신이 없을 뿐 산 신은 있다. 종교의 신은 없지만 우주와, 생명과, 인류와, 문명의 주인은 있다. 우주와, 생명과, 인류와, 문명을 한 줄에 꿰어내는 근본은 있다. 게다가 쓸모가 있다. 신에게 직통계시를 받는다면 종교라도 성직자는 필요없다. 교회도, 성경도, 십일조도, 예배도, 설교도 필요가 없다. 잡다한 것들은 다 필요가 없다.

  우주와, 생명과, 인류와, 문명을 한 줄에 꿰면 분명한 방향성이 생긴다. 집단의 치고나가는 기세가 그곳에 있다. 신이 에너지를 공급하면 인류는 계속 간다. 신의 쓸모는 잡다한 것을 한 방에 날려버리는데 있다. 잡동사니 진열은 저장강박증 행동이다. 왜 잡동사니를 수집할까? 불안하기 때문이다. 있어야 할 것이 없으니 없어도 되는 것을 채운다. 인류는 불안장애다. 

  쾌락, 행복, 사랑, 성공, 명성, 출세, 돈벌이, 불로장수, 천국, 지옥, 구원, 내세, 심판, 해탈, 윤회, 부처, 업보, 풍수, 제사, 사주, 평평한 지구, 일루미나티, 사차원, 초능력, 무한동력, 외계인, 안아키, 유기농, 진정성, 성찰, 생태주의, 페미, LGBTQ, 정치적 올바름, 터부, 징크스, 종교, 죽음, 사후세계, 도덕, 교양 따위는 강박증에 불안증 환자들이 모아놓은 잡동사니다.

  없는 것이 없을 뿐 있을 것은 있다. 인간 사이의 불화는 에너지 부족 때문이다. 시비를 걸고 남을 헐뜯어서 되돌아오는 반작용의 힘에서 에너지를 빼먹으려고 하니 비참하다. 왜 엔진에 모터를 연결하지 않고? 당신에게 에너지를 주는 원천은 있다. 에너지는 관성력과 기세에서 나온다. 신의 옛것에 당신의 새것을 더할 때 강력해진다. 인간의 길을 가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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