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뒤 비탈에서 오늘
뿌리와 돌 들 사이로 구덩이 하나를 파고 또 팠다.
충분히 깊이,
그 구덩이에서 돌멩이를 모두 치우고 거칠거나 고운 흙도 다 퍼냈다.
그런 다음 그곳 오래된 숲 여기저기서 무릎을 꿇고 한시간 동안
국자와 두 손으로 썩은 밤나무 그루터기에서
따스한 버섯 냄새를 풍기는
저 검고 버슬거리는 숲의 흙을
두통 가득 퍼서 이쪽으로 날라오고
구덩이에 나무 한 그루를 심었다.
나무 주위를 이탄의 흙으로
친절하게 둘러주고, 햇볕을 받아 따스해진 물을 천천히
부어가며 부드럽게 뿌리를 씻어내듯 흠뻑 물을 주었다.
작고 여린 나무가 거기 서 있다,
우리가 사라지고,
우리 시절의 시끄러운 위대함과
끝없는 곤궁과 미친 불안감이
잊힌 다음에도 거기 서 있을 테지.
높새바람이 나무를 휘게 하겠지.
비바람이 나무를 잡아채고,
태양이 미소를 보내고, 촉촉한 눈이 내리누르겠지,
방울새와 딱다구리가 그 나무에 살거고
나무 발치에서는 조용한 고슴도치가 땅을 후벼팔테지.
나무가 경험하고 맛보고 당하는 일들,
세월의 흐름, 바뀌는 동물 종족,
압박, 치유, 바람과의 우정과 해와의 우정,
그 모든 것들이 날마다 속살거리는 나뭇잎의 노래되어
나무에서 흘러나올테지, 그 다정한 우듬지를
요람처럼 흔드는 친절한 몸짓에서도,
잠에 취해 매달린
봉오리들을 촉촉히 적시는 수지의 달콤한 향기에서도,
나무가 만족스럽게 저 자신과 놀이하는
빛과 그림자의 영원한 놀이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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