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 한 뼘 들추자
핏줄이 보였다
그 한 줄 고치는 동안
마음 먼저
수술대에 누웠다
" 그날의 두 뼘이
조용히 누워 있었다."
아래층 아줌마가 올라오셨다. 천장에서 물이 떨어진다고 하셨다.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오전에 잡아둔 병원 예약 같은 건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병원보다 먼저 집이 아픈 것 같았다. 누수 전문업체에 전화를 걸고, 기다리고, 사람이 왔다. 기다리는 동안 집 안은 이상하게 조용했다. 물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데, 어딘가에서 계속 새고 있다는 말만 방 안을 떠돌았다.
업체 직원은 집 안을 천천히 둘러보고, 아래 집에도 내려가 보더니 기계 하나를 꺼냈다. 바닥에 대고 천천히 움직였다. 마치 청진기를 대듯. 소리도 없이, 표정도 없이, 그는 바닥의 안쪽을 듣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숨을 죽였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집 안에서, 기계만 혼자 뭔가를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기계가 멈춘 자리, 그가 손가락으로 짚은 곳은 아무리 봐도 멀쩡했다. 마루는 평소처럼 반듯했고, 얼룩 하나 없었다. 조금 전까지도 아무 생각 없이 밟고 다니던 자리였다.
“거기가 맞아요?”
“맞아요. 기계가 정확해요.”
그는 더 말하지도 않고 자신있게 마루를 뜯기 시작했다. 가로 한 뼘, 세로 한 뼘. 바닥재가 잘려 나가는 소리가 생각보다 크게 들렸다. 집 안 어딘가가 아니라 내 속 어딘가를 긁는 소리 같았다. 틀렸으면 어쩌나, 맞으면 또 어쩌나. 틀려도 큰일이고, 맞아도 큰일이었다.
쪼개진 마루를 들어내자 그 안이 드러났다. 정말 거기에 있었다. 아주 가는 관 하나. 오래된 집이 오래 숨겨온 길이었다. 겉으로는 아무 일 없는 척 반듯하게 누워 있었는데, 안쪽에서는 물이 조금씩 새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작은 관 하나 때문에 아래층 천장까지 젖었다니, 이상하게 믿기지 않았다.
한동안 말을 잃었다. 집도 저럴 때가 있구나 싶었다. 겉은 멀쩡한데 속에서는 이미 한참 전부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괜찮은 줄 알고 밟고 다닌 자리 아래에서, 아무 말 없이 젖어가고 있는 것. 괜찮다고 말하는 동안, 안쪽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작은 물길이 새고 있는 날이 있다.
고치려면 열어야 했다. 열려면 잘라야 했다. 잘리는 소리가 날 수밖에 없었다.
직원은 익숙한 손놀림으로 관을 손보고, 젖은 자리를 정리하고, 뜯어낸 곳을 메웠다. 대단한 말도, 호들갑도 없었다. 그는 늘 하던 일을 하듯 차분했다. 그런데 그 차분함이 오히려 더 조마조마했다. 큰일은 지나갔다는데, 마음은 한참 늦게야 그 말을 알아들었다.
바닥은 예전처럼 돌아오지 않았다. 뜯긴 자리는 시멘트로 메워졌다. 다행히 하부장 아래라 겉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다. 누가 와도 그곳을 일부러 들여다보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거기 있다는 건 안다. 그 자리에 한동안 서 있었다. 눈에 띄지 않는다고 없어진 것은 아니었다.
가끔 하부장 앞을 지날 때마다 그쪽으로 눈이 갈 것 같다. 마루는 말끔한 얼굴을 하고 있겠지만, 그 밑 어딘가에는 아직도 그날의 두 뼘이 조용히 누워 있을 것이다. 겉으로는 아무 일 없는 하루가 다시 이어져도, 그 집 안쪽의 작은 수술 자국은 오래 혼자서 아물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