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냉큼
먼 자리부터 앉았다
태블릿 주문기가
무섭단다
" 아무도 피하지 않은 척
모두가 피한 자리."
모임 장소는 음식점 안쪽이었다. 둥근 테이블 한가운데에 검은 태블릿 하나가 떡하니 고정돼 있었다. 예전 메뉴판처럼 집어 들고 볼 수도 없고, 누가 먼저 집어 들면 되는 물건도 아니었다. 화면에는 색깔 고운 음식 사진이 넘실거리고, 아래쪽에는 장바구니와 주문내역이 붉은 버튼으로 반짝였다.
“여기 앉으면 되겠네.”
누군가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람들은 이상하게도 태블릿 가까운 자리만 남겨두고 앉기 시작했다. 한 사람은 창가 쪽으로, 한 사람은 벽 쪽으로, 또 한 사람은 “내가 여기 앉을게” 하며 제일 먼 의자를 냉큼 당겼다. 눈에 띄게 피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잠깐 사이에 주문기 앞자리만 쓸쓸하게 비어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웃음이 났다. 아무도 “저거 못 해요”라고 말하지 않았다. 요즘은 어디를 가도 테이블마다 하나씩 놓여 있으니, 이제는 익숙해질 때도 됐다. 그런데도 화면을 마주하면 손가락보다 마음이 먼저 굳는다. 메뉴를 잘못 누르면 어쩌나, 수량이 두 번 들어가면 어쩌나, 취소는 어디서 하는 건가. 음식 먹으러 왔다가 작은 시험이라도 치르는 기분이 된다.
“누가 주문할래?”
잠깐 조용했다.
그때 테블릿 주문기에서 제 일 먼 자리에 있던 친구가 나를 보며 말했다.
“야! 조규옥, 네가 저런 건 제일 잘하잖아?”
그 말에 다들 기다렸다는 듯 킥킥대며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주문기에서 제일 멀리 앉으려던 사람들이었다. 나는 어이없어 웃었다. 아까 그 빈자리가 왜 그렇게 빨리 비었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태블릿 화면을 들여다봤다. 글자들이 범벅이 돼 내 눈앞에 나타났다. 음식 사진만 선명해 보였다. 화면을 한 번 누르니 메뉴가 바뀌고, 또 한 번 누르니 장바구니가 열렸다. 생각보다 별일은 아니었다. 다만 옆에서 다섯 쌍의 눈이 내 손가락을 따라 움직이며 저마다 한마디씩 보태기 시작하자, 괜히 어깨가 조금 뻣뻣해졌다.
“이거 맞지?”
“응, 그거. 아, 그건 빼고.”
“잠깐, 만두도 하나 넣어.”
말들은 뒤에서 쏟아지는데, 주문 버튼은 내 앞에만 있었다. 결국 나는 그날 모임의 주문 담당이 되었다. 음식이 나오자 다들 “수고했어” 하며 젓가락을 들었다.
우리 나이쯤 되면 양보도 참 여러 가지다. 좋은 자리를 내주는 양보도 있고, 햇빛 드는 창가를 내주는 양보도 있다. 그리고 태블릿 주문기 앞자리를 아주 자연스럽게 내주는 양보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