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어머니 어깨에 손을 얹었다
숨 고르는 동안 신문을 보고
어머니는 햇살을 접었다
내 어깨에도 아들 손이 올랐다
" 저 느린 걸음 끝에
내 아들이 서 있었다."
공원 입구 돌담 아래, 나는 어느 날부터 그 두 사람을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아들은 육십 대 중반쯤, 어머니는 구십 살은 족히 되어 보였다. 햇볕이 약한 아침이나 저녁 무렵에만 모습을 보였다. 아마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사는 모양이었다. 아들은 늘 한 손에 신문이나 책을 들고 있었다. 다른 한 손은 어머니 어깨 위에 가만히 얹혀 있었다. 두 사람은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어머니가 지팡이 끝을 한 번 옮기면 아들도 한 걸음 움직였다. 그렇게 나란히, 아주 천천히 걸었다.
두 사람은 꼭 돌담 그늘 아래에서 쉬었다. 자리를 잡으면 아들은 제일 먼저 들고 온 매트를 꺼내 어머니가 앉을 자리에 깔았다. 그러고 나서야 옆에 자리를 잡고 신문을 펼쳤다. 어머니는 그냥 앉아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처럼. 돌담을 타고 내려오는 햇살을 바라보기도 하고, 눈을 스르르 감기도 했다. 지팡이는 두 손 사이에 가만히 세워두었다. 그 옆에서 아들은 말없이 신문을 넘겼다. 바람이 불 때마다 신문 귀퉁이가 들썩였다가 다시 무릎 위로 내려앉았다. 공원을 오가는 사람들은 제 속도로 지나갔지만, 돌담 아래 두 사람의 시간만은 서두를 일이 없는 듯했다.
한참을 그렇게 쉬다가 두 사람은 다시 일어섰다. 아들은 신문을 접고, 매트를 털어 한 손에 들었다. 그리고 비어 있는 손을 다시 어머니 어깨에 올렸다. 어머니가 지팡이를 앞으로 내밀면 아들도 발을 옮겼다. 한 걸음, 다시 한 걸음. 나는 두 사람의 뒷모습이 돌담 모퉁이를 돌아 보이지 않을 때까지 가만히 바라보았다.
아들은 퇴직하고 이제야 시간이 난 것일까. 아니면 오래전부터 저렇게 어머니와 걸었던 것일까. 알 수는 없었다. 다만 자기에게 생긴 하루의 얼마를 어머니의 느린 걸음에 맞추어 쓰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자꾸 마음에 남았다. 어머니가 앉을 자리에 먼저 매트를 깔고, 숨이 고르게 돌아올 때까지 신문 한 장을 넘기며 기다리는 사람.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오래전 몹시 아파 병원에 가던 날이 떠올랐다. 아들이 내 팔을 잡고 부축하려 하자 나는 힘들다며 손을 놓으라고 했다.
“이 팔 좀 놔. 혼자 걷는 게 더 편해.”
아들은 아무 말 없이 손을 거두고 내 옆을 따라 걸었다. 그때는 잡아주는 손보다 혼자 걷는 일이 더 편하다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돌담 아래 두 사람을 보고 있자니, 언젠가 내 걸음도 저 어머니처럼 느려질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내 아들이 다시 손을 내민다면 나는 또 놓으라고 할까.
아마도 처음에는 그럴 것이다. 그러다가 몇 걸음 못 가 슬그머니 아들 쪽으로 어깨를 디밀어 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