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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 접수 중

작성자서울아씨|작성시간26.06.23|조회수14 목록 댓글 0

몇 번을 찾아가도

번번이 퇴짜

 

바닥에 엎드려

온몸으로 두드리는 중

 

 

" 서류 한 줄이 빠지자
             내 집도 없었다."

 

 

북서울꿈의숲 창녕위궁재사에는 요즘 능소화가 한창이다. 돌담 곁에도 피고, 문간방 쪽에도 피고, 마당 한가운데에도 주황빛 꽃이 여기저기 피어 있었다. 꽃이 너무 많아 오히려 어느 쪽을 먼저 봐야 할지 망설여질 정도였다. 사람들도 하나둘 휴대폰을 들고 돌담 앞에 섰다. 누군가는 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누군가는 담장 위로 늘어진 꽃송이를 올려다보았다.

나는 그날 댓돌에 떨어진 꽃 한 송이 앞에서 한참을 쪼그려 앉아 있었다. 꽃잎은 바닥까지 닿도록 몸을 굽히고 있었고, 초록 받침은 고개를 처박은 사람처럼 보였다. 그냥 떨어진 꽃이라고 하기에는 자세가 너무 간절했다. 누군가의 발목을 붙들고 “제 말 좀 들어 보세요” 하고 매달리는 것 같았다.

그 모습이 자꾸 마음에 걸렸다. 꽃이 예뻐서가 아니라, 저 자세가 낯익어서였다.

내가 살던 집은 아파트 2층이었다. 토지세도 내고 건물세도 냈다. 세금 고지서는 한 번도 우리 집을 빼먹지 않았다. 그런데 주민센터에서 건물 서류를 떼어 보니 이상한 일이 벌어져 있었다. 건물 서류 안에 우리 집만 없었다. 아파트 한가운데 내 집 자리만 구멍이 뚫린 셈이었다.

처음에는 내가 서류를 잘못 본 줄 알았다. 다시 확인해 봤다. 그래도 없었다. 창구에 앉은 사람에게 물으니 한참 화면을 들여다보더니 말했다.

“이상하네요. 저희도 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세금은 꼬박꼬박 받아 가면서, 정작 서류 속에서는 내가 없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내 집에서 밥을 해 먹고, 창문을 열고, 장을 보고, 밤이면 불을 끄고 잠을 자는데, 행정 서류 속에는 내 집이 없었다. 참 묘한 기분이었다. 억울하다기보다, 내가 유령이 된 것 같았다. 분명히 살고 있는데 서류 속에서는 빠져 있고, 분명히 세금은 내는데 내 집은 없는 집이 되어 있었다.

직원은 곧 고쳐 놓겠다고 했다. 나는 그 말을 믿었다. 며칠 뒤 다시 갔다. 아직 그대로였다. 또 고쳐 놓겠다고 했다. 세 번째 찾아갔을 때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때는 웃음도 안 났다. 아니, 너무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날 뻔했다.

“그럼 제 집은 없는 집이에요?”

“그럼 세금은 왜 받아가요?”

내 말이 조금 커졌다. 창구 앞에 있던 사람들도 슬쩍 고개를 들었다. 나는 결국 언론에 알리겠다고까지 말했다. 그제야 직원들의 표정이 달라졌다. 바로 그 자리에서 고쳐진 것은 아니었지만, 그 뒤로 다시 확인하러 갔을 때 내 집은 서류 속 제자리에 들어가 있었다. 세 번이나 찾아가고서야 내 집이 다시 건물 안으로 돌아온 셈이었다.

그런데 그 기분은 오래갔다. 내 집에 돌아와서도 한동안은 내가 여기 있는 게 맞나 싶었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으러 갔을 뿐인데, 같은 설명을 자꾸 해야 하고, 다시 찾아가야 하고, 내 존재를 증명해야 했다. 종이 한 장에 이름이 빠졌을 뿐인데 사람은 그 종이 밖으로 밀려난 기분이 든다. 그제야 알았다. 서류에 적힌 글자 몇 줄이 사람을 얼마나 멀리 밀어낼 수 있는지를.

능소화 사진을 다시 본다. 꽃은 바닥에 몸을 접고 있다. 누가 들어주지 않아도, 자기 자리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듯이. 예쁘게 떨어진 꽃이라기보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댓돌을 두드리는 사람처럼 보인다.

나는 그 꽃이 예쁘기보다 조금 웃겼고, 조금 안쓰러웠다. 몇 번을 찾아가도 문이 열리지 않으면, 마지막에는 꽃잎처럼 몸을 굽혀서라도 자기 자리를 두드리게 된다. 말로 해도 안 되면 몸이 먼저 앞으로 나간다. 그때의 나도 그랬을 것이다. 없는 집으로 남아 있지 않으려고, 문서 속에서 사라진 사람으로 남아 있지 않으려고.

댓돌 위의 능소화는 아직 거기 있었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아도, 몸을 접은 채로.

없는 집이 되지 않으려고, 없는 사람이 되지 않으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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