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승지벽(好勝之癖)- 이기기를 좋아하는 병적인 버릇
조그마한 단체의 장이나, 시골 작은 면(面) 단위의 군의원 선거에서도 여러 명의 후보가 나오고, 당선되려면 엄청나게 힘들다.
그러니 큰 도시나 몇 개의 군에서 한 사람 뽑는 국회의원은 당선되기가 정말 힘들다. 국회의원으로 뽑히는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보통내기가 아니다.
젊어서부터 정치에 뜻을 둔 정치인 출신의 국회의원은, 말솜씨, 조직력, 통솔 능력, 친화감, 문제해결 능력, 적응 능력 등등 보통 사람들이 따라가지 못할 특출한 능력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직업적인 정치가 이외 화려한 전직 경력을 가진 국회의원들은 대부분 세상에서 말하는 출세한 사람들이다. 전직 국무총리에서부터 각부 장차관 및 고위 관료, 군대 총수인 참모총장, 경찰총수인 경찰청장, 검찰총수인 검찰총장, 은행장, 외교관, 기업가, 대학총장 및 교수, 유명 언론인 등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문분야의 박사학위 소지자도 적지 않다. 다시 국회의원을 하지 않더라도 이미 그 분야의 최고 가는 인물이 되어 있는 사람들이다.
국회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의 면면을 보면 다 입지전적(立志傳的)인 인물이고, 사회의 존경을 받을 만하다.
그러나 국회 회기가 열려 개원(開院)만 하면 대단한 국회의원들의 언행(言行)은 삽시간에 엉망이 된다. 사회의 지탄을 받는 폭력배들보다 폭력 정도가 조금도 못하지 않다. 특히 지난 연말의 2008년도 정기국회는 역대 어느 국회보다도 가장 난장판이었다. 국회의원 상호간에 난투극은 물론이고, 의사당 안의 기물도 마구 부수고, 심지어는 아주 위험한 흉기를 마구 휘둘렀다. 그들의 한심한 작태를 보고, 국민들은 정말 실망하였다. 외국에까지도 대망신을 하였다.
4년 주기로 국회의 대수(代數)가 바뀔 때마다 국민들은 이번 국회는 여야간에 싸움 없이 정상적인 국회가 되겠지 하고 기대한다. 그리고 국회의원 자신들도 잘하겠다고 국회에 등원(登院)할 적에 선서를 하고, 또 방송이나 신문 등에 나와서 잘하겠다고 다짐도 한다. 정말 이번 국회부터는 지금까지의 국회와는 달라지겠지 하고 국민들은 또다시 믿는다.
그러나 두어 달도 안 가서 지난 국회와 다를 바 없는 국회가 된다. 상호 비방 정도는 정상으로 봐 준다 하더라도 난투극을 하고 흉기를 휘두르면 어쩌겠는가? 그러고서 청소년 폭력을 금지하는 법률을 만들 자격이 있겠는가? 초등학생들에게 “폭력은 나쁜 것이고 사람은 착하게 살아야 한다”라고 교사가 가르친들, 학생들이 그 말을 믿고 따르겠는가?
국회의원들의 폭력은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그 가장 큰 원인은 우리나라의 교육에 있다. 학교교육뿐만 아니라 더 근본적인 가정교육에 문제가 있다. 학교고 가정이고 사람 되는 교육은 안 하고, 남을 이길 경쟁만 가르친다. 오늘날의 교육이라는 것이 글자의 뜻 그대로 ‘가르치고(敎) 기르는(育)’것은 아니고, 지식을 많이 주입시켜 경쟁에서 이기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니 계속 싸움꾼을 기르는 것이다. 인간의 생존을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라고 정의한 토마스 홉스의 말 자체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국회의원쯤 된 사람들은 어려서부터 이기기를 좋아하여(好勝), 각종 형태의 경쟁에서 져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다. 계속 이겨 왔기에 이기는 것의 쾌감을 느끼면서 싸워 이기기를 좋아하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이기기 좋아하는 정신상태가 병적인 습관(癖)이 되어 있다.
이기기 좋아하는 중독자 300명이 모인 국회이니, 싸움이 끝날 날이 있겠는가? 국회의원들도 당선되어 활동하는 동안에 회의만 하고 법률만 심의할 것이 아니고, 연수 등을 통해서 사람 되는 교육을 받아야 할 것이다.
학교나 가정에서 경쟁만을 최고로 삼는 교육을 지양하고, 사람 되는 교육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사람의 심성을 정화하는 문화와 예술이 중요하다는 것을 정치가들이 알아야 한다. 경쟁을 강조하는 교육이 계속될 때 세상은 더욱더 혼란해질 것이다. *好 : 좋아할 호. *勝 : 이길 승. *之 : ~의 지. *癖 : 버릇 벽.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