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운순환(天運循環)-하늘의 운수는 돌고 돈다
주자(朱子)가 지은 대학장구서(大學章句序)에, “하늘의 운수는 돌고 돌아 갔다가 돌아오지 않는 것이 없다(天運循環, 無往不復)”라는 구절이 있다. 대학장구서는 대학을 장(章:단락)과 구(句:구절)로 나누어 주석을 달고 있다. 주자의 말처럼 유교는 다시 일어나 800년 동안 전성기를 누렸다.
그러나 20세기 초에 완전히 쇠퇴하여 많은 사람들로부터 온갖 모욕을 당하였다. 중국이나 우리나라에서 공통적으로 지식인들이, 나라의 발전을 막아 나라를 망하게 만들었다는 죄목을 유교에 억울하게 뒤집어씌웠다.
1840년 아편전쟁에서 패한 중국에 서양문물과 사상이 물밀듯이 들어왔다. 중국의 민중들은 서양의 문화를 선망하게 되었고, 자기 나라의 문화를 천시하기 시작했다. 서양종교의 전파도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1919년 5·4운동이 일어나 서양에서 유학하고 온 북경대학 교수 등이 주축이 되어 새로운 서양문화를 배우자는 운동을 벌였다. 중국의 전통문화는 가치 없는 것으로 매도되었다. 이를 계기로 젊은 학생들의 서양 유학이 급속도로 증가하였다.
1966년부터 76년까지 문화대혁명 10여년 동안 중국의 전통문화는 철저히 파괴되었다. 특히 공자가 타도 대상 1호가 되어 참혹할 정도로 비판받고 학대를 당했다. 산동성(山東省) 곡부(曲阜)에 있는 공자 사당의 공자상의 목에 밧줄을 걸어 끌어내리고, 공자 무덤을 파려고까지 하였다. 모택동을 추종하는 무리들은, 유교는 구사상(舊思想), 구문화(舊文化)를 대표하는 것이라 하여 완전히 없애버리려고 했다.
그렇게 철저하게 파괴하려던 유교가 오늘날 중국에서 다시 살아나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고, 일반인에게도 환영을 받고 있다. 왜냐하면 사람이 살아가는 데 가장 필요한 학문이니까. 사서(四書)를 완전히 다 외우고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초등학생이 상당히 많이 있다. 방송이나 신문 등에도 수시로 유교관계 이야기나 기사가 등장한다.
우리나라도 일본에 나라가 망한 이후로 우리의 전통학문은 맥이 끊어졌다. 해방 이후에는 일제 때 한글을 사용하지 못하게 했던 것에 대한 반발심 때문에 우리말에 대한 사랑이 매우 고조되었다. 그래서 1948년 나라를 세우자 바로 한글전용법안을 통과시켜 언어정책은 한글전용을 원칙으로 하게 되었다. 그래도 언어대중은 계속 한자를 사용하니까, 1970년에는 강제로 한글전용정책을 실시하여 모든 교과서에서 한자를 추방하였다.
그러나 교육에서 한자 한문 교육을 외면했지만, 그 필요성을 안 일반 국민들이 한자를 배우기 시작했다. 지금 초등학생들이나 중학교 학생들은 한자 한문 실력이 상당하다. 한자능력시험을 치르는 시험장에는 한 번에 수천명이 모여든다. 자발적으로 한자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난다. 한문을 배우는 단체도 생겨나고, 각 고을의 향교(鄕校) 등에는 한문을 배우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완전히 없어져버릴 것 같은 한자와 한문의 공부를 통해서 유교 등 전통문화가 지금 다시 불붙듯이 힘차게 살아나고 있다. 주자의 “천운이 순환한다”는 말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한다.
*天 : 하늘 천. *運 : 구를 운. 운수 운. *循 : 쫓을 순. 돌 순. *環 : 고리 환. 돌 환.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