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기지(各從其志)- 각자 그의 뜻대로 한다
요즈음 젊은이들의 취업난이 심각하다. 그래서 고등학교 졸업생들이 대학 진학할 때 전공(專攻) 선택에 있어서 취직 잘되는 과목을 최우선에 둔다. 대학 들어와서도 수강과목 선택할 때도 역시 취직에 도움이 되는 과목을 가장 선호한다.
그래서 장래가 보장될 수 있는 의과대학, 한의과대학, 사범대학, 법학대학 등은 인기가 있고, 인문대학이나 자연대학 등은 인기가 영 없다.
취직이 어려운 이유는 모든 사람들이 인기 있겠다고 생각되는 직업에만 쏠리기 때문이다. 어떤 분야는 사람을 못 구해서 야단인 데도, 실업자는 넘쳐난다.
그러나 어디를 간들 자기가 자기 뜻을 세워 한눈팔지 않고 꾸준히 해 나가면 두각을 드러낼 수 있고, 살 수 있는 길이 있다. 자기 적성에도 맞지 않은데 취직 잘된다고 억지로 남 따라 전공을 선택해 봤자, 공부가 잘될 수도 없고, 어떻게 보면 뜻을 이루어 취직한다 해도 한평생이 괴롭게 된다. 또 취직이 꼭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요즈음은 의과대학 나와 전문의 자격을 따서 개업을 했다가 문 닫는 병원이 상당히 많다. 한의과대학을 나와 한의사 자격을 따도 개업할 장소가 없다고 한다. 치과의사도 옛날처럼 손님이 많은 것이 아니다. 사범대학을 어렵게 들어가도 교사로 임용되는 숫자는 전체 사범대학 졸업생 가운데서 그 비율이 너무 적다. 열심히 공부해서 어려운 사법고시를 통과한다 해도 또 법관으로 임용되는 사람은 합격자 1000명 가운데 200 명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변호사로 취직하거나 개업하는데, 자기 밥벌이도 안 되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행정고시에 합격하여 사무관이 된다 해도, 항상 구조조정이니, 정화니 해서 불안하게 만든다.
그럼 어떻게 할 것인가? 자기 적성과 취미에 맞는 일을 골라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
내가 아는 후배 한 사람은 별 이름 없는 지방대학 한문학과(漢文學科)를 나왔다. 한문공부도 열심히 했지만, 초서(草書)에 취미가 있어 초서를 익혔다. 초서라는 것은 한자를 날려 쓴 것으로 거의 암호에 가깝다. 한문을 잘하는 한문학자 가운데서도 초서를 잘 아는 사람은 드물다. 오늘날 초서를 해독할 수 있는 사람은 몇 손가락을 꼽을 정도다. 그러나 새로 발굴되는 문서들은 대부분 초서로 되어 있다. 옛날 학자들이 주고받은 서신은 거의 다 초서로 되어 있다. 새로운 사실을 알아내려면 학자들은 초서를 풀어내야 한다. 전공학자들이 자기 손으로 초서를 해독할 능력이 없으니까, 초서를 잘 해독하는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다.
이 사람이 초서를 잘한다는 소문이 나자, 초서의 해독이 필요한 개인은 물론이고, 각 문중(門中), 각 대학, 연구소 등에서 초서의 해독을 요청하는 일이 줄을 이었다. 그래서 서울 인사동(仁寺洞)에 사무실을 하나 내었다. 지금 이 사람은 그 수입 면에서 보면 유명한 변호사나 의사나 교수 못지않다. 그리고 자기 하고 싶은 공부, 좋아하는 공부를 날마다 하고 있으니, 항상 즐겁고 보람찬 나날을 보내고 있다.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란 시가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길이 꼭 자기가 가야 할 길이 아니다. 각자 자기의 뜻에 따라 자기의 길을 개척할 필요가 있다.(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各 : 각각 각. * 從 : 쫓을 종. *其 : 그 기. * 志 : 뜻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