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걸리로 피를 보충하는 피팔이와 혼을 빼앗긴 염소와 자신의 작품위에 앉아 죽은 전위화가와 갓난애을 쌀과 바궈 먹은 파렴치한 이웃과 행방불명된 아들을 찾아다니는 불행한 여자와 딸의 매음으로 살아가는 어미와 껌팔이 불구청년과 팔잘린 극작가와 바닥을 핥는 미친 동료와 밤낮없이 확성기로 떠들어대는 마을 반장과 사형집행관 친구와 결혼상담소 모델과 미치도록 살고싶다는 얼어죽은 남자와 지축을 바로잡고 싶은 스승에 대해 썼다. 인물들은 다소 과장되어있고 모두 미치거나 죽거나 계속해서 불행을 지속시키고 있는 반면에 서술자인 나는 이 불행의 목격자로서의 충분히 충격적인 감정을 한올도 드러내지 않는다. 다만 서술할 뿐이고 나는 여전히 고요한 평범을 지속시킬 뿐이다.
그러니 불행한 인간군상들의 상징성보다 더 끔찍한 것은 '나'의 동요하지 않는 목소리였다. 또한 그러니 인물들이 살았다. 또한 그러니 '나'와 '인물'의 그 넓은 거리, 그 막막한 공간에 내가 설 수 있었다는.
작가는 이 소설을 1976년에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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