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작가초대석]레이몽 라디게

작성자ccibu|작성시간04.10.19|조회수211 목록 댓글 4

<육체의 악마> 끄트머리에서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참된 예감은 우리들의 정신이 찾아들지 못하는 깊은 곳에서 생겨난다.
그러므로 그러한 예감이 우리들로 하여금 하게 하는 뭇 행위에 대해
우리들이 아주 그릇된 해석을 할 때가 간혹 있다.
무절제한 사람이 죽을 때가 가까이 와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자기 주변을 정돈하는 일이 때때로 있다.
그의 생활이 달라진다.
그는 서류를 분류한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저녁에 일찌감치 잔다.
나쁜 습관을 버린다.
그의 주위 사람들은 이것을 기뻐해 마지 않는다.
그러므로 느닷없는 그의 죽음은 그만큼 더 불공평하게 보인다.
그는 이제부터 행복하게 살려고 했는데. "

 

사개월 이후로 레이몽 라디게는 착실했다.
그는 잠도 자고, 정리도 하며, 원고 정리도 했다.
어리석게도 나는 이것을 보고 기뻐했다. 수정을 절단하는 기계의 복잡함을
나는 병적인 난잡이라고 잘못 생각했던 것이다.

 

여기 그의 마지막 말을 들어보자.

 

십 이월 구일 그는 내게 말했다.
"이봐요, 무서운 얘긴데 좀 들어봐요. 사흘 후에 난 하느님의 병사들에게 총살당하게 됐어요."
그만 나는 눈물이 복받쳐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나는 그와는 정반대의 정보를 만들어 들려주었다. 그랬더니, 그는 말을 계속하는 것이었다.
"당신의 정보는 내것보다 정확하지 않아요. 벌써 명령은 내렸는 걸요. 난 그 명령을 들었어요."
얼마후 그는 또 이렇게 말했다.
"무슨 빛깔이 오락가락해요. 그리고 그 빛깔 안에 사람들이 숨어 있어요."
나는 그 사람들을 쫓아버려야 하지 않느냐고 그에게 물었다.
그랬더니 그는 대답하는 것이었다. 
"당신은 그 사람들을 쫓아 낼 수가 없어요. 당신은 그 빛이 보이지 않는 걸요. "
그러고 나서 그는 무의식 상태에 빠져버렸다.
그는 입을 실룩거리기도 하고, 우리들의 이름을 불러보기도 하며,
깜짝 놀라서 시선을 그의 어머니나 아버지, 그의 손 위에 옮기기도 했다.

 

레이몽 라디게는 이제부터 시작한다.

 

그 이유는 그가 세권의 저서를 남겨놓았기 때문이다.
미발표 시가 한 권, <육체의 악마> 이것은 미래를 약속하는 걸작이다.
그리고 그 약속을 실행한 <도르젤 백작의 무도회>
그만한 나이에는 도저히 쓸 수 없는 소설 책을 발표하는
이십세의 소년을 세상 사람들은 두려워 한다.
그러나 이미 죽은 사람들은 영원에 속하는 것이다.
날짜 없는 작품의 연령 없는 저자, 이것이 바로 이 <무도회>의 저자인 것이다.
신열이 그를 삼켜버릴 듯 괴롭히고 있는 호텔 한 방에서
그는 이 <무도회>의 교정용 인쇄지를 받았다.
그는 아무런 수정도 더하지 않을 작정이었다.
죽음은 그의 형성에 대한 추억을 우리들에게 남겨놓지 않았다.

 

 

 내가 요구하는 단 하나의 명예는 죽음 후에 주어질 영광을
                                  생전에 벌써 레이몽 라디게에게 주었던 것이다.- 장 콕토-


   레이몽 라디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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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르젤 백작의 무도회>

 

이 소설에서는 심리가 로마네스크하다.
공상의 노력은 전부 이 점에 집중된다.
곧 외부적인 사건에 집중하려는 것이 아니라 감정의 분석에 집중된다.
순결한 연예소설이면서도 또 그와 동시에 음란한 소설로 한다.
문쳬는 서투른 것같은 문장을 쓴다.
마치 참다운 우아함이 수수한 모양을 띠고 있는 것처럼.

<사교적> 방면-어떤 종류의 감정의 전개에 유용한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며,
사교계 그 자체를 묘사하는 것은 아니다. 이 점이 프루스트와 다르다. 배경은 중요하지 않다.

 

                                                                -레이몽 라디게의 노트 중에서 발췌-

 

 

<육체의 악마>에 대하여 

                               -레이몽 라디게-

 

세상 사람들은 나의 이 소설을 고백이라고 보고 싶어했다.
이 무슨 오해인가!
젊은 남자들과 여자들에게서 흔히 찾아 볼 수 있는,
범하지도 않은 죄를 자기가 저지른 것처럼 허위의 참회를 하고 으쓱거리는,
영혼의 이 메카니즘을 사제들은 잘 알고 있다.
이 작품은 모두가 꾸며낸 것이라는 것은
<육체의 악마>에 소설적인 부조를 부여하기 위해서이고,
또 동시에 이 작품의 주인공인 젊은 남자의 심리를 묘사하기 위해서이다.
이러한 허세는 그의 성격의 일부인 것이다.

 

 

조숙한 신동도 크면 범인이 된다.
신동이 없는 가정이 있을 수 있겠는가?
신동이란 가정에서 만들어낸 말이다.
물론 신동이 있을 수 있기는 하다.
그러나 커서도 비범하기는 지극히 드물다.
연령은 아무것도 아니다.
내가 감탄하는 것은 랭보의 작품이고, 그 작품을 쓴 연령은 아니다.
위대한 시인은 모두 십 칠세에 시를 썼다.
그들이 그 시를 십 칠세에 썼다는 것을 잊게끔 하는 것이 위대한 시인인 것이다.

폴 발레리는 요 근래
"왜 당신은 글을 쓰십니까?"하는 질문에 대해
"약하기 때문에"라고 대답했다.

나는 그와 반대라고 생각한다.
즉 글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 약하기 때문일 것이다.
랭보는 자신감을 잃고서 자기 장래의 명예를 위해 글을 쓰기를 그만두었던 것일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시간이 경과하면 할수록 더 좋은 작품을 쓸 수가 있다.
그러나 나중에 보다 더 좋은 작품을 쓸 수 있을 때를 기다리면서
지금 그들의 작품을 감히 보여 주려 들지 않는 소심한 사람들이,
그들의 약함을 변명하는 구실을 여기에서 찾아내지는 못한다.
왜냐하면, 한층 더 데리케이트한 의미에서 말하자면,
사람은 보다 더 나쁜 작품을 쓰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장콕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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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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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다리우스 | 작성시간 04.10.19 라디게 미남이다!
  • 작성자ccibu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4.10.19 그렇습니다. 사실 저는 그의 글을 좋아하는게 아닙니다. 사실 그의 얼굴을 좋아합니다.^^
  • 작성자ccibu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4.10.20 아, 마지막 문장에서 큰 실수를 했네요. "사람은 보다 더 좋은 작품을 쓰는 것도 아니며, 보다 더 나쁜 작품을 쓰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로 정정해야 합니다. 세로 쓰기를 옮겨 젹다보니 한 줄을 통 채로 빼먹어버렸네요...윽 그리고 '연예소설'->'연애소설' 로 고쳐야 해요...
  • 작성자캐더린 | 작성시간 04.10.21 육체의 악마, 비디오로도 나와 있습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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