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폭염을 기록했던 여름이 지나가고 밤낮으로 스치는 시원한 바람에 계절의 변화가 더욱 반가운 9월입니다. 삼송마을을 가로지르는 바짝 말랐던 창릉천도 태풍 솔릭이 지난 후 내린 비에 범람이 우려될 정도였으나 이젠 넉넉한 수량으로 유유히 흐르는 모습이 더없이 여유로워 보입니다.
북한산에서 발원하여 행주산성 앞 한강으로 합류하는 창릉천은 삼송마을을 대표하는 하천입니다.
덕수근린공원 철문 입구 저류지 안내문 | 위성지도 사진 |
산책로와 자전거도로를 달리다 연못 위 시원한 분수를 보며 잠시 쉬어가는 삼송마을 18단지 앞 정자가 하나 있습니다. 운동 중 흐르는 땀을 닦으며 정자 위에 오르면 확 트인 공간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맞바람에 숨을 고르고 다시 발걸음을 옮길 힘을 얻게 됩니다. 주변의 근린공원과 달리 창릉천과 구분되어지고 계단을 내려가서 만날 수 있는 습지는 일반적인 하천과는 다른 생태환경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지도 검색으로 확인한 정확한 명칭은 덕수공원입니다. 창릉천이 이전에는 덕수천으로 불려진데서 유래되었습니다. 덕수공원은 삼송지구 개발로 지하에 침투하지 못하는 빗물을 저장하거나 홍수를 대비해서 만든 저류지 생태공원입니다. 갑자기 불어나는 물의 위험으로 많은 비가 내리는 날엔 철문을 닫아 놓기도 합니다. 일반적인 연못으로 생각했던 덕수공원의 습지가 이번 큰 비에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겠지요.
핫도그 모양의 부들 열매
연못에 다가서서 큰 키로 팔을 흔들며 먼저 수줍게 인사하는 새색시 같은 부들과 인사합니다. 바람에 부들부들 떨리는 잎의 모습이 이름이 되었답니다. 한여름 더위에도 바람에 살랑거리는 푸른 잎을 바라보면 눈의 피로가 싹 가시게 됩니다. 한참을 뛰놀다 배가 출출한 아이들은 부들 앞에서 핫도그를 떠올리기도 합니다. 손 한 뼘 정도 되는 부들 열매는 갓 튀겨낸 핫도그처럼 맛깔스러운 갈색으로 잘 여물어 하얀 솜털 같은 씨앗을 눈처럼 날리게 합니다.
애어리염낭거미 부들 주머니
부들잎 중에는 일부러 만든 것 같은 세모모양의 주머니들을 보게 됩니다. 이건 뭐지? 하고 덥썩 펼치다 느닷없이 벌레가 나와 기겁을 하기도 하지요. 애어리염낭거미는 부들잎에 알을 낳고 잎을 둥굴게 말아 알들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거미줄로 입구를 막고는 세상과 차단합니다. 부들로 만든 집 모양이 주머니 같다고 해서 염낭이라는 이름으로 불립니다. 거미줄로 스스로 문을 막은 어미는 태어나는 새끼들에게 자신의 몸을 먹이로 내어주면서 생을 마감합니다. 옛 어른들이 “쯧쯧 금수만도 못한 놈!~”하며 나무라던 말이 엄마 애어리염낭거미를 보면 떠오릅니다.
나무가드에 매달려있는 도롱이벌레
나무로 만들어진 안전가드에서 모성애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또 다른 곤충을 발견합니다. 작은 나무껍질들을 엮어 붙인 목조주택을 지어 통째로 매달아 놓은 도롱이벌레는 나뭇가지에 대롱대롱 매달려서 수컷은 도롱이나방(주머니나방)이 되어 날아갑니다. ‘도롱이’라는 말의 원래의 뜻은 선조들이 짚을 엮어 만들어 입던 비옷으로 암컷은 날개도 다리도 생기지 않아 이 도롱이에 갇힌 채 그대로 일생을 보냅니다. 도롱이 집에서 수컷과 결혼 후 암컷은 먹지도 않고, 도롱이 안에 수백 개의 알을 낳은 후 말라 비틀어 작아지고 나서야 죽음을 앞두고 도롱이 구멍에서 스스로 나와 땅으로 떨어지며 비로소 세상과 마주합니다.
덕수공원에서 포획한 황소개구리 올챙이
발걸음 소리에 연못에서 우엉~ 우엉~ 하던 울음소리가 딱 멈춥니다. 울음소리가 황소와 비슷하고 우렁차서 '황소개구리'라는 이름으로 불립니다.
황소개구리는 1970년 대 식용으로 수입됐다가 사육농가가 수익성이 떨어지자 무단 방류해 전국으로 확산됐는데 엄청난 포식성과 번식력으로 1998년 환경부에 관리하고 있는 생태계 교란 야생 생물입니다. 덕수공원의 황소개구리 민원으로 고양시 환경보호과와 자원봉사자들은 매년 초여름 포획을 실시하고 있지만 한 겨울 얼어있는 연못 밑에서도 올챙이로 2년까지 살 수 있다니 쉽게 볼 놈이 아닙니다. 성체가 되어 신부를 찾는 깊이 있는 수컷의 울음소리는 올해도 어김없이 자신들의 존재를 각인시켜줍니다.
사냥을 준비하는 물총새
사뿐히 걸음을 옮기며 다시 한 번 황소개구리 소리에 귀 기울일 때 눈앞에 번쩍하고 나타났다 사라지는 현란한 비취색의 빛깔에 잘못 본건가 눈을 껌벅이며 비벼봅니다. 내가 뭘 본거지? 실루엣을 찾아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마주한 작은 새 한 마리가 주인공 물총새입니다. 우리나라 텃새들과 달리 주황빛 몸통에 청색 광택의 화려한 날개를 번쩍이며 물속을 향해 빛의 속도로 빠르게 날아가는 사냥 모습은 ‘킹 피셔’(King fisher
사냥을 준비하는 물총새
유례없는 폭염과 한파가 반복되는 이상 기온을 겪으며 살기 힘들다고 투정 부리면서도 온몸으로 더위를 이겨낸 멋진 물총새, 물총새의 먹이 작은 물고기들, 덕수공원의 나무와 의미 없이 지나치던 풀벌레들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북한산의 숲과 맑은 창릉천에 반해 삼송지구로 이사 왔지만 더욱 편리하고 안락한 삶을 위한 개발로 이곳에 살던 생물들의 보금자리는 주민들에게 점점 자리를 내어줄 수 밖에 없습니다. 북한산 작은 계곡부터 한강의 큰 물줄기 까지 시멘트로 정비가 이루어지며 굽이치던 물길의 모래톱이 사라지고 새들도 쉴 곳을 잃었습니다. 각종 공사로 창릉천 도랑에 흘러든 건축 오폐수로 물고기들이 떠오르는 모습도 보게 됩니다. 산책길에 만난 뱀을 보고 무서워 호들갑 떨다가도 뱀의 먹이가 되어주는 생물들과 함께 공존을 배우며 살 수 있는 환경에 감사가 절로 나오게 됩니다. 언론에서는 앞으로 여름도 길어지고 기온도 더 오를 거라는 예측 기사를 쏟아냅니다. 아이들과 우리마을 맑은하천 창릉천에서 마음 놓고 물장구치며 줄새우, 동자개, 참게, 미꾸라지 친구들과 시원하게 물놀이 하는 날을 꿈 꾸어봅니다.
(자료제공 : 고양자연생태연구회) https://m.blog.naver.com/nanyoo1/221362774281
(자료제공 : 고양자연생태연구회)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