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 특성중 하나인 "집단 개화"와 "집단 사멸"]
대나무는 보통 수십년에서 백여년 사이에 한번 꽃을 피우는데
꽃을 피우고 씨앗을 맺으면 그 대나무 개체는 에너지가 전부 소모되고 죽어버린다.
그런데 대나무숲은 군락으로 보이지만 사실 숲이 아니라 하나의 개체, 하나의 대나무가
땅속의 줄기에서 새 줄기로 올라가 죽순이 되는 하나의 뿌리로 연결된 단일 클론 유기체
즉, 유전자 복제인 경우가 대부분이라 같이 꽃을 피우고 같이 죽어버린다.
신기한건 이 대나무를 나눠서 다른 곳으로 옮겨도 모두 같은 시기에 꽃을 피우고 같이 죽어버린다.
이 메커니즘은 아직 완전하게 밝혀진건 아니지만 "내부 생물학적 시계"라는 가설이 유력한데
대나무의 생물학 시계가 세포 수준으로 기억된다는 것이다.
땅에서 잘라내고 화분에 옮겨 심어도 기후가 달라져도 한번 정해진 생물학 시계는 똑같이 흐른다.
이렇게 진화한 이유로 짐작되는건 한 군락이 모두 같은 시기에 꽃을 피우면
씨앗이 엄청난 양으로 생성되기 때문에 새나 쥐, 곤충같은 포식자들이
씨앗을 먹어도 반드시 살아남는 씨앗이 있기 때문 이걸 포식자 포화 전략이라 부른다고 한다.
대나무의 집단 사멸은 보전 생물학적으로 중요한 현상이기도 한데
판다 서식지에서 대나무 집단 사멸이 일어나면 판다가 굶어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나무는 지하경이라고 하는 땅속 줄기를 옆으로 뻗어나가며 새 줄기를 계속 틔우는데
계속 옆으로 옆으로 어마어마하게 면적을 넓히는 "산포형"과
밖으로 안퍼지고 한덩이로 모여서 거대해지는 "총생형"이 있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대나무가 산포형인데
산포형 대나무 군락은 축구장 몇개를 합친 정도까지도 커질 수 있다.
총생형 대나무는 보통 열대 지방에 많다.
이러한 이유로 반드시 살아남는 씨앗이 있어서 죽은 자리에 새로운 대나무가 생기는건데
신기한건 대나무는 성장속도가 빠르기로 유명한데 씨앗상태일 때는 성장이 엄청나게 느리다.
처음 몇년은 거의 안자라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땅위로 올라오는 줄기도 진짜 작고 초라한데
사실 그 시간 동안에 모든 에너지가 지하경 (뿌리 네트워크)를 넓히는데 사용된다고 한다.
대나무 성장속도가 어마어마하게 빠른 이유가 이미 지하에서 모든 성장 네트워크를 충전해두고
죽순으로 올라오는거라 엄청난 속도로 자라기 때문이다.
죽순이 성장할 때의 세포 분열 속도는 척추식물 중 가장 빠른 수준이다.
꽃을 피울 때 다른 꽃과 꽃가루를 교환해서 수분하는거라 씨앗은 새로운 개체가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수십에서 백여년동안에는 계속 같은 유전자를 복제 하면서 클론으로 살다가
꽃을 피우는 순간 유전자가 섞여서 새로운 개체가 된다.
위 사진은 대나무 꽃이다.
벼과 식물이라서 화려한 꽃잎 없이 작고 수수한 이삭의 형태로
대나무 라고 부르지만 사실 나무가 아니라 풀이다.
대나무가 풀인데도 이름이 나무인 이유는
옛날 울타리 대신 대나무를 심어 산짐승 등으로부터 집을 보호하는 역할을 해서
"나무를 대신하다"라는 뜻에서 대나무로 불렀다고 한다.
대나무는 무게 대비 인장강도가 강철과 비슷하거나 높고
일반 나무보다 탄소 흡수가 훨씬 빠른데
산소 방출량은 30% 이상 높아서 기후변화 대응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또 줄기 내부가 비어있고 마디마디로 밀봉되어있는 구조라
불에 타면 공기가 팽창하면서 폭발하는데
폭죽이 없던 시절 중국에선 대나무를 태워서 귀신을 쫒는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폭죽의 한자 표기 爆竹의 竹이 바로 대나무)
대나무는 풀이면서 나무보다 강하고, 느리면서 가장 빠르고,
혼자이면서 숲을 이루는, 모순 덩어리 식물이라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