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 말리기 / 석민재
생선을 빨랫줄에 늘면서 생각하니
어떤 생선은 굽기만 해도 울컥해지고
어떤 생선은 이름만 들어도 퇴근길 시장 바닥이 보이고
물에서 벗어나 하늘을 익혀 가는 중인지
말라가는 생선은
더 이상 흘러가지 않아도 바람과 햇빛을 통과하고
계절이 바뀔 때 나뭇잎 하나 곱게 눌러
책갈피에 넣듯
한 생애를 접고 기억 속에 뀌어 두는 것 같아
말린다는 건
자신을 식히는 동안 남을 따뜻하게 만들
준비를 하는 일 같고
자신만의 밀도로 다시 생선의 중심이 되는 일
이젠 바다에 가지 않아
더 이상 뭔가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느긋한
항복
안쪽에서부터 조용해지고 있어
저것 봐, 절정이지
생선이 간절히 원했던 순간이지 빛 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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