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非行, 혹은 비행飛行 / 김지요
담 위에 선 닭을 보면 담 너머가 궁금하다
언제부터 날기 시작 했을까
담장을 딛고 날아올라 곧 들키고야 말
비행의 흥분을 궁구했을 터
굼뜬 내 걸음걸이 어디에도 비행의 흔적은 없다
스스로를 사육하게 된 이후 날개를 잊었다
非行을 즐길 때 飛行은 가능한 것일까
학교를 무단결석, 회사를 무단결근 할 때
내겐 숨겨진 날개가 있었다
저항은 바람을 뚫는 부력을 갖게 한다
공중 아니면 바닥
외줄 위의 어름산이처럼 부채를 흔들던
아니 날개를 퍼덕이던 사람들
명화, 기숙이 그리고 아버지
그들이 ‘날았다’고 믿는다
넘어야 할 담이 있는 자에게는 비행이 필요하다
있는 힘을 다해 ‘너머’를 읽으려는 결의
순간적 황홀에만 몰입했다간
벼랑 끝에 위태롭게 매달려 살아야 한다
마루에 앉아 웃자라는 발톱을 깍던 오후
담장 아래 날리는 갈기털을 보던 나는
겨드랑이가 근질거리기 시작했다
새가 아니란 걸 모르고 날아다니는 수탉 한 마리
부르르 날개를 떨 때
불현듯 내 안의 퇴화된 날개가 홰를 친다
날자 날자 날아보자꾸나 새처럼
붉은 울음이 낭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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