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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작시편

[[창작소개]]국민일보[시가 있는 휴일] 잎새라는 이름/ 허수경

작성자벽계수|작성시간26.06.12|조회수81 목록 댓글 0

 


잎새라는 이름을 가진 새가 있다면
아주 조금 먹고 길게 우는 새

잎새라는 이름을 가진 바람이 있다면
그 바람 속에서 날려가는 우산은 가볍겠지

잎새라는 이름을 가진 눈이 있다면
따뜻하고 보드라운 깃털일 거야

 

잎새라는 이름을 가진 폭풍이 있다면
잎새라는 이름을 가진 사막이 있다면
잎새라는 이름을 가진 심해가 있다면

잎새라는 이름의 탱크가 있다면
잎새라는 이름의 테러리스트가 있다면
잎새라는 이름의 전쟁이 있다면

잎새라는 이름을 가진 군인이 있다면
내가 기다리는 곳까지 와서
맑은 차를 마시다가 잠이 들 거야

잎새라는 이름을 가진 잘 차려진 저녁
잎새라는 이름을 가진 잘 저문 저녁
잎새라는 이름을 가진 잘 여문 밤

별이 새처럼 지저귀는 언덕에서
잠드는 해도 잎새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면

잠든 해 별의 먼지 아래
잎새라는 이름을 가진 당신이 있다면
얼마나 순한 눈썹을 당신은 가지고 있을까

잎새라는 이름을 가진
이미 뭉개진 꽃의 세월이 있다면

잎새라는 이름의 자전거를 타고
우주를 달리면서 세월은
잎새, 잎새라고 속삭이지 않을까

-허수경 시집 '만일 그대가 나보다 먼저 간다면'에서

 

국민일보(2026. 6.12<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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