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동안의 기록
읽히지 않고 들릴 때도 있다
한 장 한 장
오래오래
시간이 안쓰럽게 우리를 번역하고 있었다
비 오기 직전 구름 같은 우리의 마음을
마음의 생애를
그러다 언제쯤
우리가 공중에 뜬 저녁 같은 한 권의 책이 될 때 (후략)
- 허수경 '듣는 책' 부분
번역은 문자나 언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삶도 때로 번역된다. 멀리서 보면 사람의 삶은 한 권의 책과 같아서 나는 너를 펼쳐 보고, 네게 나를 펼쳐 보인다. 한 장 한 장, 오래오래 들여다봐야 하는 삶일수록 귀하다. 하지만 아무리 묵독해도 읽히지 않는 사람, 읽기 어려운 감정이 있다. 가만히 눈을 감아봐도 나와 너가 잘 보이지 않을 때, 아무리 들여다봐도 이전 페이지나 다음 페이지가 보이지 않을 때 우리는 번역되지 않는 생 앞에서 머뭇거린다. 누군가 내게 다가와 삶을 해독해주길 바라며.
[김유태 문화스포츠부 기자(시인)
매일경제(2026. 6.1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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