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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길 시조<길치>

작성자Doomaria|작성시간26.06.09|조회수20 목록 댓글 0

길치

 

김진길

 

 

아는 길, 모르는 길

번번이 허탕친 뒤

길눈이 어둡다고 자책이라도 하는 날엔

캄캄한 적막 앞에서 나는 적막이 되지

 

쩡, 하고 깨질 만큼

내 슬픔이 여물기도 전

매일 뜨는 해의 길도 저녁이면 엎드린다며

축 처진 어깻죽지를 왜바람이 툭툭 치지 

 

풀죽은 이불솜이 두드리면 일어나듯

늘어졌다 팽팽해지는

고무줄 같은 나의 길,

날렵한 학꽁치 떼가 그 길에서 캉캉 뛰놀지

 

비릿한 삶의 비늘,

잔뼈까지 털고 나면

허방을 연신 짚던 탁한 눈은 맑아지고

단단한 적막의 벽에 실금을 내며 나는 걷지

 

 

김진길 시집,『간빙기』,시와소금,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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