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
조영환
바람결 한층 깊어 들녘의 숨결 찹다
어느새 겨울 햇살 골마다 고여 있고
절여 둔 배추 몇 통이 베란다에 가지런히
굵은소금 뿌려두면 시간도 고요해져
속살 여민 손길마다 묵은 정 배어들고
한 잎씩 버무릴수록 깊어지는 겨울 맛
톡 쏘는 마늘 다져 고춧가루 풀어 넣어
붉은 숨결 감도는 매운 양념 향기 속에
아내의 손마디마다 삶의 깊이 붉게 밴다
해마다 같은 자리 늘 같은 순서여도
절임 통 들어 올릴 나이 또한 무거워라
푸짐한 한 해 묻었으니 이 겨울 든든하다
-<시조미학>, 2026년 여름호 신인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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