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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해 시 <가만히 건너간다>

작성자최성진|작성시간26.06.21|조회수10 목록 댓글 0

가만히 건너간다

 

박노해

 

가을볕이 좋은 공원에

휠체어를 탄 창백한 할아버지와

유모차를 탄 뽀이얀 손녀가

나란히 나란히 굴러간다

낙엽은 보도블럭 위를 굴러가고

구름은 푸른 하늘을 흘러가고

휠체어를 탄 할아버지가 벙그레

유모차를 탄 손녀에게 마른 손을 내밀어

말랑한 볼을 쓰다듬는다

고사리 손이 앙상한 손을 꼬옥 잡는다

한 생의 가을 햇살이

또 한 생의 봄 햇살로

가만히 건너간다

 

 

- 박노해 시집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2002년 느린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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