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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와 시 이야기

홍성란,<붉은머리오목눈이>(염창권 추천, <<시와소금>>2021.여름)

작성자Doomaria|작성시간21.06.14|조회수49 목록 댓글 1

추천 염창권)



붉은머리오목눈이

홍성란



무슨 의논일까
호두알만 한 것들이

언제 날아갈까 모르는 오, 친구여

터질 듯
부푼 세상을 가다 오래 보았네

―《좋은시조》, 2021년 봄호



▪시 읽기

‘붉은머리오목눈이’는 참새목 오목눈이과에 속하는 몸집이 작은 새이다. 이름이 들려주는 바와 같이 호두알처럼 혹은 탁구공처럼 귀엽게 통통 튀는 맛이 있다. 그러나 그들도 번식을 하며, 한 세상을 이룬다. “무슨 의논일까”와 같이, “호두알만 한” 몸집으로 오목하게 박혀 있는 눈동자를 굴리며, 여러 마리가 협업하여 새끼를 키우고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간다.
중장에서 “언제 날아갈까 모르는 오, 친구여”라고 했을 때, 시인의 감수성이 대상에게로 이입된다. 이때의 공기는 부풀어 오르고, 시적 순간은 날개를 단 듯이 가벼워진다. 내포된 비상(飛翔)의 의지는 새에게로 전이되며, 날아갈 것 같은 충동에 사로잡힌다. 이때, 공기 속에 부풀려진 꿈은 지상적 존재의 가벼워짐을 꿈꾸는 것이며, 영혼이 새어나가려는 것을 견디며 버티는 중이다. “언제 날아갈까 모르는” 비상에 대한 열망과 순간적인 존재의 폭발을 예기하면서, “오, 친구여”와 같이 영탄에 잇대어 돈호적 허락을 감수하는데, 이는 곧 시적 화자가 그들로부터 작은 존재가 갖는 비상의 힘과 초월적 비전을 전수받았기 때문이다.
이로써 지상적 존재의 가벼워진 몸은 공기 속에서 한없이 부풀어 오르고, 이입된 나의 정서는 상상 속에서 그들과 한 몸이 되어 하늘을 나는 꿈을 꾼다. “터질 듯/ 부푼 세상”은 하늘을 나는 꿈이자, 공기층을 타고 오르는 가벼워진 존재, 상승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준다. 끝에서 “가다 오래 보았네”라고 했을 때, 그들의 ‘하늘길’에 동참하고자 하는 욕망은 아직 꺼지지 않은 채 안으로 부풀려진 상태임을 나타낸다.
덤불 숲, 마른 가지에 앉아 있는 ‘붉은머리오목눈이’를 눈앞에서 보는 듯하다. 솜털처럼 부풀어 오르는 비상의 꿈과 함께. (추천 염창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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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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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홍성란 | 작성시간 21.06.16 재미있고 아름다운 해석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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