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일보가 만난 사람] 장선애 무용가 “대통령상은 스승과 제자들이 함께 만든 결실”
[충남일보가 만난 사람] 장선애 무용가 “대통령상은 스승과 제자들이 함께 만든 결실”제31회 한밭국악전국대회 최고상 영예… 후학 양성·전통예술 국제화 강조
장선애 무용가. (사진=손지유 기자)
[충남일보 손지유 기자] 40여 년간 한국무용과 전통예술 교육에 헌신해 온 장선애 무용가가 제31회 대통령상 한밭국악전국대회에서 최고 영예인 대통령상을 품에 안았다. 오랜 시간 교육자로 살아온 그는 이번 무대를 통해 다시 예술가로서 자신을 시험했고, 전통의 본질과 춤의 품격을 담아낸 살풀이로 최고상을 수상했다. 충남일보는 한국무용을 삶의 사명으로 삼아온 장선애 무용가를 만나 수상 소감과 전통예술에 대한 철학, 후학 양성에 대한 소신, 그리고 국악계의 미래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자기소개.
한국무용가이자 교육자 장선애다. 원광대학교 무용학과를 졸업하고 중앙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무용교육학 석사, 용인대학교 대학원에서 무용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98년 남원정보국악고등학교를 시작으로 가톨릭관동대학교와 중국 심양사범대학교, 심양대학교 등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한국 전통무용과 문화예술 교육에 힘써왔다. 현재는 국제가무악예술원 대표이사와 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 부이사장으로 활동하며 전통예술 계승과 국제 문화교류에 힘을 쏟고 있다.
제31회 대통령상 한밭국악전국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소감은.
무엇보다 큰 영광이며 감사한 마음이다. 무용수로 예술계에 입문했지만 오랜 기간 예술가보다 교육자로 활동해 왔다. 한밭국악전국대회는 교육자 장선애가 아닌 무용가이자 예술가 장선애로 다시 정진하기 위해 도전한 매우 뜻깊은 무대였다.
그 과정이 대통령상이라는 큰 결실로 이어져 더욱 의미 있게 생각한다. 이번 수상은 개인의 영광이 아니라 스승이신 이길주, 채향순, 정명숙, 정인삼 선생님과 함께해 온 시간, 그리고 제자들과 한국 전통예술을 사랑해 준 많은 분들이 함께 만들어 준 결과다. 앞으로도 더욱 겸손한 자세로 전통예술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
이번 경연을 준비하며 가장 중점을 둔 부분과 본인만의 강점은 무엇인가.
이번 무대에서는 화려한 기교보다 전통의 본질과 춤의 품격을 표현하는 데 가장 큰 중점을 뒀다. 살풀이는 언어 없이도 감정을 전달할 수 있는 춤으로,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과 연결되는 힘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흰 수건을 활용해 느림과 여백, 감정의 깊이, 절제된 아름다움을 표현하며 한국인의 정서와 미학을 담아내고자 노력했다.
나의 강점은 다양한 전통예술을 폭넓게 익혀온 경험이다. 스스로 춤에 특별한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기에 오히려 더 많이 배우고 연구하려 했다. 좋은 교육자가 되기 위해 여러 스승에게 가·무·악을 두루 사사했고, 그 과정에서 쌓은 경험이 춤을 보다 깊이 이해하는 밑거름이 됐다. 이번 경연에서도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춤사위 하나하나에 담긴 의미와 정신을 표현하고자 노력했다.
오랜 시간 전통무용의 길을 걸어왔다. 무용은 본인에게 어떤 의미인가.
한국무용은 내 삶 자체이자 평생의 사명이다. 춤을 통해 배우고 성장해 왔고 전통예술이 지닌 정신과 가치를 다음 세대에 전하는 일을 가장 중요한 역할로 여기고 있다.
특히 전통국악과 한국무용의 계승·발전을 위한 후진 양성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단순히 입시나 경연대회를 위한 교육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우리 전통예술을 이어갈 청소년과 청년들이 올바른 가치관과 예술적 소명을 갖춘 예술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또 한국무용의 국제화 역시 꾸준히 실천해 온 과제다. 중국 동북 3성 지역에서 현지 대학생들을 지도했고, 한국 전통국악인 삼고를 통해 중국 전국 대학생 예술대회에서 1등상을 수상하며 우수지도교수상도 받았다. 이를 통해 한국 전통예술의 우수성을 해외에 알릴 수 있었다. 특히 당시에는 지금처럼 한류 문화에 대한 국제적 지원 체계가 충분하지 않았던 시기였기에 더욱 뜻깊은 경험으로 남아 있다.
앞으로도 우리 전통국악과 한국무용이 세계 속에서 더욱 사랑받고 인정받을 수 있도록 국제교류와 후학 양성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
한밭국악전국대회는 다양한 국악 분야 예술인들이 참여하는 무대다. 앞으로 이 대회와 국악계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하길 바라나.
한밭국악전국대회는 단순히 우열을 가리는 경연의 장을 넘어 우리 전통문화를 계승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문화 플랫폼으로 발전해야 한다. 무엇보다 전통국악의 원형과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시대적 감각을 반영한 창작국악과 창작무용을 적극 수용해야 한다. 전통을 지키는 것과 새로운 시도를 받아들이는 것은 대립되는 가치가 아니라 함께 발전해야 할 가치라고 생각한다.
또 국내 중심의 행사에서 나아가 국제 문화교류를 확대하고 세계인들에게 우리 전통예술의 우수성을 알리는 문화 외교의 역할도 수행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나 또한 작은 힘이나마 보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아울러 청소년과 일반 국민의 참여 기회를 넓혀 전통국악의 저변을 확대하는 것도 중요하다. 퓨전국악과 창작 콘텐츠, 국악 프린지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경연 콘텐츠가 마련된다면 더 많은 세대가 공감하고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전통예술을 접하는 젊은 세대가 줄고 있다는 우려도 있다. 국악과 전통무용이 대중에게 더 가까워지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것은 전통문화예술의 접근성을 높이는 일이다. 대중음악이 거리공연과 프린지 문화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일상 속으로 스며들었듯 국악과 전통무용 역시 공연장을 넘어 공원과 광장, 지역축제 등 생활 공간에서 국민들이 쉽게 접할 수 있어야 한다.
또 다양한 장르와의 융합을 통한 콘텐츠 개발도 중요하다. K-팝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만큼 전통음악의 선율과 리듬을 활용해 대중음악, 힙합, 재즈, EDM, 뮤지컬 등과 결합한 새로운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국제 교류 확대도 필요하다. 전통예술이 현대적 요소와 결합해 세계 무대에 진출한다면 새로운 문화 콘텐츠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후학 양성에 대한 계획이나 전하고 싶은 가르침이 있다면.
앞으로도 후학 양성에 더욱 힘쓰고 싶다. 나는 예술에서 기술보다 더 중요한 것이 인성과 태도다. 춤은 하루아침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끊임없는 노력과 인내, 전통에 대한 존중이 바탕이 돼야 한다.
제자들에게는 항상 전통을 존중하되 자신만의 색깔을 만들어 가라고 이야기한다. 예술은 결국 사람을 향하는 것이기에 올바른 마음가짐과 책임감을 갖춘 예술인으로 성장하길 바란다.
또 한국 전통국악과 한국무용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실기 중심 교육을 넘어 이론과 경영, 기획 분야를 함께 갖춘 융합형 인재 양성이 필요하다. 전통예술 전공자들이 사회에서 자생력을 갖추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 콘텐츠가 마련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충남일보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우리 전통예술은 수많은 선조의 삶과 정신이 담긴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국악과 전통무용에 조금 더 관심을 갖고 가까이에서 함께 즐겨 주셨으면 좋겠다. 또 한국 전통예술이 국민과 함께 호흡하며 세계 속 문화유산으로 더욱 빛날 수 있도록 많은 응원과 사랑을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