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이미 안세영의 다리 부상과 관련해 정밀한 분석글을 본 까페에 게재한 바 있다.(아랫글 참조)
상황이 이러했기에, 이번 주 들어서 오랜 슬럼프를 깨고 최상의 컨디션을 회복한 천위페이에게 승리하기란 어려울 거라는 게 필자의 예측이었다. 그러나...... 위대한 배드민턴 여왕 안세영은 필자의 상상력을 월등히 뛰어넘는 실력과 정신력의 소유자였다.
지금까지 이런 드라마는 없었다! 안세영, '인니 오픈 결승' 진출! #SPOTIME #BWF - YouTube
오늘 경기를 라이브로 시청하는 중에도 필자의 예상은 세 번이나 빗나간다. 다리 부상 때문에 좀처럼 점프 스매시를 때리지 못하는 안세영이 제1게임을 따낸 것도 의외였고, 9 대 2, 11 대 4로 앞서며 그대로 완승을 거둘 것처럼 보였던 제2게임을 역전패로 내준 것과 7 대 17로 뒤지던 제3게임을 극적으로 뒤집으며 23 대 21로 이긴 것까지...... 그야말로 각본 없는 드라마이자, 올해를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질 '21점 3게임'제의 진수를 보여준 명승부였다 할 것이다. 오죽하면 안세영 본인도 이긴 게 신기하다는 소감을 남겼겠는가.(아래 영상 참조)
'10점 차 뒤집은 대역전극'‥안세영, 인니오픈 결승행 (2026.06.06/뉴스데스크/MBC)
오늘 경기의 전체 득점 장면 하이라이트 영상은 아래와 같다. 오늘의 승인으로는, 점프 높이는 여전히 안 나왔지만 그래도 그제와 어제보다는 훨씬 자유로웠던 발놀림과 스텝 스피드(오늘 경기에서는 오른쪽 무릎에 제대로 힘을 주는 모습이 확인된다. 다행히 통증이 많이 줄어든 것으로 짐작된다.), 그리고 오직 안세영만이 보여줄 수 있는 놀라운 반사 신경과 수비력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오늘 2 대 0으로 이길 수도 있었던 경기가 어렵게 흘러간 이유는 제2게임 11 대 4로 안세영이 앞서고 있던 상황에서 있었던 64구 랠리 탓이었다고 필자는 분석한다. 여자 단식 역사에 길이 남아야 할 이 엄청난 랠리에서 안세영은 놀라운 수비들을 연이어 보여주는데, 문제는 이때 너무 많은 체력을 소진하며 호흡이 흐트러졌고, 이후 완전히 리듬이 무너지며 천위페이에게 맹추격을 허용한 끝에 결국 제2게임을 내주면서 상황이 꼬였던 것이다.(이런 분석이 중요한 이유는 향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다. 안세영 본인이 자신의 지구력과 호흡의 한계가 어느 정도인지를 정확히 기억해 두어야 과도한 승부욕 때문에 1점과 1승을 맞바꾸는 우를 범하지 않을 수 있다. 때로는 줄 점수는 빨리 줘버리는 게 좀 더 쉽게 이기는 지름길이 된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이게 말이 돼?" 17-7을 뒤집은 안세영의 미친 좀비 디펜스 역대급 명경기 | 안세영 vs 천위페이 | 인도네시아오픈 2026
오늘 제2게임 초반 천위페이를 11 대 4로 압도할 때까지의 모습이 안세영이 정상적인 컨디션으로 5단 기어를 넣고 플레이하는 모습이다.(위에도 썼듯이, 바로 뒤이어 64구 랠리를 하며 무리한 수비 동작을 연발한 이후로 안세영은 그 좋은 리듬을 잃으며 오늘 경기를 놓칠 뻔했다.) 내일 야마구치를 상대로 2주 연속 우승을 달성하느냐 못하느냐는 바로 이 5단 기어까지 스텝 스피드를 끌어올릴 수 있느냐에 달렸다. 불편한 오른쪽 다리가 하룻밤 휴식을 통해 상태가 나아지느냐 악화하느냐가 관건이다. 분명한 것은 야마구치의 컨디션 역시 천위페이 못지않게 최상의 상태에 있고, 천위페이보다 월등히 빠른 선수이기에 안세영이 5단 기어를 넣지 못하면 지난주 싱가포르 오픈 결승전처럼 매우 힘든 경기가 될 거라는 점이다.(즉, 반대로 말하면 안세영이 건강하기만 하면, 그래서 경기 내내 5단 기어를 유지할 수만 있으면 야마구치가 아무리 최상의 컨디션이라 해도 안세영의 상대가 못 된다는 뜻이다.)
안세영의 다리가 많이 안 좋다는 것은 오늘 경기 이전에 이미 천위페이도 알았고, 내일 경기할 야마구치도 알 것이다. 그런데 그런 몸으로도 최상의 컨디션인 이 두 라이벌을 모두 제압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천위페이와 야마구치, 그리고 일찌감치 탈락하여 관중석에서 경기를 보고 있을 왕즈이가 안세영에게 느낄 공포감은 극대화되고, 이는 다음에 안세영과 대결할 때 세 선수에게 엄청난 중압감으로 작용하게 된다. 내일의 우승은 그런 점에서 쟁취할 가치가 충분하다.(물론, 연승 기록 등 여러 가지 기록이 걸려 있는 것도 있지만.)...... 지금 힘든 고비는 9부 능선을 이미 넘었고, 정상까지 마지막 한 걸음이 남았다. 안세영의 건투를 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