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열왕 21,1ㄴ-16, 마태 5,38-42): 영원한 기초가 될 사랑과 정의로 응답합시다
오늘도 새 주간의 평일을 주님께 의탁하며 문을 엽니다. 거룩한 주일을 주님 안에 영적 쉼과 숨돌림으로 하나의 숨표를 찍었다면, 다시금 저마다의 삶의 자리로 돌아가 소중한 일상을 엮어갈 발걸음을 재촉하게도 되는 때이지요. 혹은 우리 함께 이곳에 모여 마음을 다잡으며 사랑하는 이들을 영혼 깊이 새기면서 주님께 의탁하는 기도를 올리는 이 시간이기도 하구요.
이렇게 새로운 날들의 의미를 새길 때면, 때로는 마음이 쉴 곳 없이 부대끼는 현대의 삶 속에, 자연 속에 땀을 흘리며 순수한 삶으로 돌아가려 했던 이들의 여유로움이 파고들었으면 하는 소박한 바람을 가져보기도 합니다. 첨예한 경쟁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 우리가 가야 할 본질과 삶의 방향에 대해 고요하게 짚어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어서이지요.
오늘 주님 말씀은, 우리에게 힘겹게 옮겨가는 바쁜 발걸음을 잠시 멈추어, 우리가 참으로 어떤 목적을 향해 나아가고, 어떻게 삶의 열매를 맺어가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합니다.
먼저 열왕기 상권 21장 7절에서, 이즈라엘 사람 나봇의 포도밭을 강제적인 무력과 권력으로 빼앗으려는 아합에게 이제벨이 “이스라엘에 왕권을 행사하시는 분은 바로 당신이십니다. 일어나 음식을 드시고 마음을 편히 가지십시오.”라고 말을 건네지요. 하느님께서 주인이시라는 엄연한 사실을 저 멀리 던져버리고서 권력과 이기에 물들어 이루는 인간의 합리화와 편의주의가 얼마나 그 악의(惡意)를 품고 있는지를 드러내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것입니다.
결국 이 세상에 이루어지는 결과는, 어떤 힘을 갖고 어떤 자리에 있는가가 아니라, 그 힘과 권위를 어떤 지향으로 드러내고 활용하는가에 따라 달라지는 법이지요. 우리가 서로의 관계에서 맺는 언어를 비롯한 영적, 물질적인 어떤 도구라 할지라도, 그것을 조합하는 사람의 의지와 마음에 따라, 상처와 피해를 남기기도 하고, 희망과 빛을 비출 수도 있을 테니까요.
주님께서는 오늘 복음 말씀을 통해, 과연 당신을 따르며 응답해야 할 우리는 어떤 태도로 하느님의 뜻을 좇을 것인가에 대해 명확히 말씀하십니다. “악인에게 맞서지 마라. 누가 네 오른뺨을 치거든 다른 뺨마저 돌려 대어라. 겉옷까지 내주어라. 이천 걸음을 가 주어라. 달라는 자에게 주고 꾸려는 자를 물리치지 마라.”
어쩌면 세상적인 관점과 논리로는 도무지 받아들이기 어려울 정도로 어리석고 유약하게만 보이는 대처 방법인 듯하지요. 그러나, 주님께서 말씀하시고 십자가 위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수용하시는 모습은 결코 인간의 모순된 갈등과 죄악 앞에 마지못해 굴복하라는 의미가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분노가 마음을 삼켜 사랑을 포기하지 않도록, 상처를 상처로 되갚는 동태(動態)의 복수로써 진정한 정의를 이 땅 위에 세울 수 있는 지혜를 상실하지 않도록 일깨우는 말씀이지요. 잠시 도드라져 보이는 권력의 힘이 주는 유혹 때문에, 우리가 끝까지 추구해야 할 성숙한 존엄과 영속적인 가치를 잃지 않도록 붙드시는 호소입니다. 비단 이 세상은 서로를 가르는 힘의 우위가 아니라, 삶의 진실과 진정성을 지니고 살아갈 이들이 밝혀주어야 할 하느님의 진리가 엄연히 살아있는 까닭입니다.
이 세상의 날카로운 관계와 분주함 가운데 영혼을 잃어가는 사람들에게, 검소하고 묵묵한 행보를 통해 신선한 충격으로 경종을 울렸던 스콧 니어링과 그의 삶에 매료되어 평생을 함께 한 헬렌 니어링 은, 그들의 잔잔함 삶 자체를 통해 많은 메시지를 전해준 바 있답니다. 특히 헬렌은 그의 책,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라는 책의 한 대목에서, “성공은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유명함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는 반면, 정의로움은 영원한 진리의 반석이 된다. 사랑은 자신에게서 흘러나와서 돌아가는 법이 없다. 그것은 실패하든 성공하든 탐험을 계속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잠시의 부러움과 충격적인 기억으로 각인될 인간의 표면적인 위대함이 결론이 아닙니다.
영원한 진리의 반석이 되고, 사람들의 영혼 깊은 곳에서 회자되고 끊임없이 의미를 묻게 되면서 더욱 깊이를 더해갈, 사랑이 바탕을 둔 정의가 이 세상을 물들여야 하지요. 하느님 뜻에 맞갖은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갈 기초를 세워가야지요.
오늘도 우리는 소박한 일상 속에서 그렇게 살아가도록 주님의 자비로운 사랑으로 초대받습니다. 그 올곧은 사랑이 서로를 물들여, 우리 모두 하느님께로 한 발자국 다가서는 복된 은총이 될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해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