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열왕 21,17-29, 마태 5,43-48): 완전함은 완벽함이 아니라, 사랑의 결핍을 채우는 자비입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를 위한 뜨거운 열정과 사랑으로 아낌없이 쏟아 부으시는 주님의 성심(聖心)을 묵상하며 당신의 발걸음 붙좇고자 하는 날들입니다. 그 바람에 대한 응답과 같이, 예수님께서는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처럼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마태 5,48) 라고 우리가 지향해야 할 신앙과 삶의 목표를 명확히 일러주셨지요. 이 말씀을 들으면 행여 그 말씀에 다다르지 못할까봐 두려움이 앞서기도 합니다. 아직 우리 안에는 여전히 미움과 이기심이 있고, 하루에도 몇 번씩 무너지는 나약함이 있어 낙심할 때가 많으니까요.
그러나 복음이 말하는 ‘완전함(Perfectio)’은 단 하나의 흠집도 없는 ‘완벽함(Flawlessness)’을 뜻하지 않습니다. 하느님의 완전함은 본질적으로 ‘사랑의 결핍이 없는 상태’, 즉 그 어떤 이도 소외시키지 않고 모두를 품어 안도록 ‘한계를 긋지 않는 자비’를 의미하는 것이지요. 오늘 복음의 말씀처럼, 하느님께서는 악인에게나 선인에게나 똑같이 당신의 태양을 떠오르게 하시고, 의로운 이에게나 불의한 이에게나 똑같이 비를 내려주십니다. 하느님의 완전함은 계산하지 않는 사랑, 채우고 또 채워도 지치지 않는 넉넉한 품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종종 ‘완벽한 정의’의 이름으로 타인을 심판하고 단죄하려는 유혹에 흔들리기도 하고 심지어 자기 중심적 판단과 행위로 타인에게 아픔을 주기도 하지요. 오늘 제1독서에 등장하는 아합 임금과 이세벨은 자신들의 이익과 탐욕을 채우기 위해 나봇이라는 무고한 이를 죽이고 그의 포도밭을 빼앗았습니다. 완벽하게 권력을 휘두르고 자신의 유익을 취한 것처럼 보였지만, 그들의 영혼은 사랑이 철저히 결핍된 가장 비참한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이 잔인한 죄인 앞에서도 하느님의 자비는 멈추지 않습니다. 열왕기 상권 21장 29절에서, 엘리아 예언자의 엄중한 심판 날을 듣고 아합이 옷을 찢고 단식하며 겸손하게 기워 갚으려 하자, 하느님께서는 “아합이 내 앞에서 자신을 낮춘 보았느냐?”라고 하시며, 아합의 죄악보다, 그의 비어버린 영혼과 뉘우치는 마음에 주목하셨습니다. 이것이 바로 하느님의 완전함입니다. 타인의 부족함과 허물을 볼 때, 그것을 칼날처럼 들이대며 심판하는 것이 아니라, 그 부족한 사랑의 결핍을 나의 자비와 용서로 채워주는 것, 그것이 바로 예수님이 말씀하신 완전함의 길입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 우리는 이 미사를 봉헌하며 우리 마음의 시선을 아직 균열이 있고 상처가 아물지 않은 우리 주변의 관계들로 향해봅니다.
서로에게 완벽함을 요구할 때 관계는 깨어집니다. ‘나에게 왜 이것밖에 해주지 못할까?’, ‘왜 저 사람은 저 모양일까?’라는 기준은 상대방의 결핍만을 도드라지게 만들겠지요. 주님께서는 오늘 우리에게 그 깨어진 틈새에 ‘더 깊은 자비와 용서’라는 시멘트를 바르라고 초대하십니다.
원수를 사랑하고 나를 박해하는 자들을 위해 기도하는 것은 우리 인간적인 본성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러나 우리 역시 하느님 앞에서 날마다 결핍을 용서받는 죄인임을 기억할 때, 비로소 상대방을 포용할 수 있는 평화의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 힘이 아니라, 우리 안에 계신 완전한 사랑 자체이신 주님의 성령께서 그 상처를 아물게 해주시기를 청합시다.
그리고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지금도 전체를 보지 못하고 눈앞의 이익과 힘만을 추구하느라 수많은 반목과 갈등을 빚어내고 있지요. 나와 다른 이들을 철저히 배제하고, 내 집단, 내 국가의 이익만을 완벽하게 챙기려는 이기주의가 세상의 평화를 위협합니다. 이는 참으로 어리석은 일입니다. 우리는 분명 홀로 존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과 같이, 원수까지도 품어 안는 하늘 아버지의 사랑을 닮아갈 때, 비로소 이 세상의 갈등도 멈출 수 있습니다. 나에게 호의적인 사람만 사랑하는 ‘끼리끼리의 사랑’을 넘어, 나와 다른 이들, 심지어 나에게 상처를 준 이들에게까지 나의 기도와 마음의 공간을 넓혀가는 것, 그것이 이 세상을 치유하는 하느님 자녀들의 삶의 방식입니다.
오늘 이 거룩한 미사 중에 우리 모두가 주님의 완전한 사랑에 깊이 물들기를 기도합시다. 우리 마음속에 남아있는 미움의 찌꺼기를 거두어주시고,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 입은 관계들에 더 큰 용서와 자비를 베풀 수 있는 용기를 청합시다. 더 나아가 이 세상 지도자들과 모든 인류가 이기적인 갈등의 어리석음을 버리고, 함께 살고 함께 번영하는 공존의 길을 모색할 수 있도록 주님의 자비를 간절히 간구합시다.
우리가 완벽해지려 애쓰기보다, 누군가의 부족함을 내 사랑으로 채워줄 때, 하늘 아버지는 우리를 보며 기뻐하시며 “참으로 내 완전한 자녀다” 하고 안아주실 것입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