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레 20,10-13, 로마 5,12-15, 마태 10,26-33)
찬미 예수님!
우리도 주님 당신처럼 뜨거운 성심(聖心)을 안고 살아가도록 용기를 북돋아 주시는 예수성심성월의 은총을 안고서 걸음을 옮기는 즈음에 찾아뵙습니다.
항상 그렇게 느끼듯, 어느덧 올해의 가운데를 지나는 걸 생각하면, 오늘 역시 세월의 빠름을 고백할 수밖에 없네요.
그리고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면서, 현재 주어진 이 시간의 일상을 어떤 색감으로, 또 어떤 구도에 어떤 내용을 담아 그림을 그려가고 있는지 돌아봅니다.
계절에 따라 그 드리우는 빛깔이 다르듯이, 여러분의 마음과 영혼과 생각, 그리고 삶의 주변을 그린다면 어떤 모습을 상상하실 수 있을까요?!
물론 비록 배경의 주된 색깔은 신록과 녹음, 붉고 노란 색채와 흰 눈 덮인 풍경 등 대표적인 그때 그 시절의 모습을 떠올리시겠지요. 그러나 아마도 우리가 크게 다름없이 지향하고 원하는 건, 어둡고 그늘져서 부끄럽고 뒷걸음질 칠 느낌보다는 아무래도 ‘밝고 따뜻한’ 분위기가 아닐는지요?! 그처럼 평온하고 행복한 시간을 일상에서 채워가고, 또 그것이 언제가 우리가 돌아볼 인생의 모습이길 바랄 테니까요.
그런데, 전 여기서 그림을 밝고 따뜻한 색감으로 바꾸는 두 가지 방법과 그에 깃든 원리를 묵상해 보았습니다.
첫 번째 방법은, 그림에 채색된 기존의 어두운색을 제거하는 것이지요. 그러면 전체적인 톤을 밝게 만들 수 있겠지요. 그런데, 어두운색을 제거하고 나면 그림의 깊이나 섬세한 면이 사라지고, 밋밋해 보이고 분위기 전체가 바뀔 수도 있습니다.
두 번째 방법은 밝고 따뜻한 색을 기존의 그림에 더하는 것이지요. 이렇게 하면 원하던 색감으로 그림에 생동감과 활력을 불어넣을 수도 있고, 원래 그림이 지니고 있던 깊이나 섬세함을 유지할 수도 있을 거랍니다. 그런데 전체적인 톤이 너무 밝아지면, 산만한 느낌도 줄 수 있을 거예요.
그래서 두 가지 방법을 혼용할 때, 그림이 더욱 선명하고 뚜렷한 모습으로 각인되어 오래도록 기억에 간직되는 법이랍니다. 사실, 우리의 삶도 이런 양상을 띤 채 살아가는 거지요.
예레미야서 20장 12절에서, “의로운 이를 시험하시고 마음과 속을 꿰뚫어 보시는 만군의 주님 당신께 제 송사를 맡겨 드렸으니 당신께서 저들에게 복수하시는 것을 보게 해주소서.”라고 호소할 만큼, 불완전한 인간의 여물지 못한 미성숙함으로 부대끼고 아프게 되는 상처와 그늘이 드리워지는 때도 적지 않지요. 그것은 이미 우리 안에 내재한 타성, 곧 죄로 기울어질 수 있는 원죄의 속성이 완전히 지워지지 않은 나약함이 본질적으로 놓여있는 까닭입니다.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그런 본성적으로 기울어진 나약함을, 어둡고 그늘진 색을 그림에서 들어내듯이 지우지 않으십니다. 오히려 당신의 사랑과 자비로 충만한 은총을 통해 우리 영혼의 그늘에 밝은 빛을 비추어 더해주시지요.
로마서 5장 15절에서, “사실 그 한 사람(아담)의 범죄로 많은 사람이 죽었지만, 하느님의 은총과 예수 그리스도 한 사람의 은혜로운 선물은 많은 사람에게 충만히 내렸습니다.”라고 한 말씀과 같지요.
우리가 하느님의 숨결로 거룩하게 창조되었음에도, 동시에 넘어질 수 있는 인간으로서 지닌 힘겨움이나 부족함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빛을 지향하고 주님의 뜻에 맞갖게 나아가고자 하고 또 그렇게 살아가려 하면, 결국 그 모든 것은 ‘밝음’ 속에 증명이 되고, 기억하는 이들에게도 여운을 남기는 소중한 결실(結實)로 맺힐 것입니다.
마태오복음 10장 26절에서, “너희는 사람들을 두려워하지 마라. 숨겨진 것은 드러나기 마련이고 감추어진 것은 알려지기 마련이다.”라고 주님께서 말씀하셨듯이 말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어두움이나 빛바랜 그늘에 주저할 이유도, 과거에 묶인 채 주저할 이유도 없습니다. 그림자를 떨쳐내거나 지울 수 없는 존재이나, 동시에 빛을 향해 나아가고 아름다운 향기로 밝고 따뜻한 온기를 이 세상에 더욱 깊이 남길 수 있도록, 주님의 부르심을 받을 수 있는 소중한 하느님의 자녀니까요.
주님께서는 이어지는 복음의 30절부터 32절 사이에서, “그분께서는 너희의 머리카락까지 다 세어 두셨다. 그러나 두려워하지 마라. 누구든지 사람들 앞에서 나를 안다고 증언하면, 나도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 앞에서 그를 안다고 증언할 것이다.”라고 하지 않으셨나요?!
어둠이 없고 흠 없이 완벽해서 행복한 우리가 아니라, 모든 요소를 함께 지닌, 입체감 있게 살아있는 모습 그대로 주님의 길로 나아가는 우리이기에 복됩니다. 그 모습 그대로 함께 동시대를 걸어가는 이들에게, 진심 어린 눈물과 이해를 담아 스스럼없이 손 내밀어 초대할 수 있는 ‘사람 냄새 나는 사람’이기에 외롭지 않습니다. 이 모습 그대로 서로에게 밝음과 따사로움을 옮겨주어 이 세상이 그렇게 물들 수 있도록 변화시킬 소명이 있으니까요.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