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저택에 많은 하인을 거느리고 사는 부자가 있었다. 어느 날 그는 순례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그 여행은 몇 년이 걸릴지 몰랐고, 사실 온전히 돌아올 수 있을지도 확실치 않았다.
그는 길을 떠나기 전에 하인들을 모두 모아 놓고 말했다.
"명심들 해라. 나는 먼 길을 떠나지만 언제라도 불시에 돌아올지 모른다. 나는 순례 여행을 다 끝마치지 못하고 도중에 돌아올 수도 있다. 그러니 너희들은 게으름을 피워서는 안 될 것이다. 언제라도 나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으라. 항상 열심히 쓸고 닦고 정돈하고... 깨끗이 하라."
하인들은 모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처음 얼마 동안은 그들도 열심히 일했다. 그러나 1년, 2년이 지나고 3년이 지나자 하인들은 점점 게으름을 피우기 시작했다. 사실 3년은 너무 긴 시간이었다. 주인은 돌아오지 않았다. 어쩌면 그가 죽었거나 세속을 포기한 수도승이 됐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집 안의 청소는 물론이고 모든 일이 서서히 중단되었다. 하인들은 회의를 해서 교대로 정문으로 나가 망을 보기로 결정했다.
"혹시 모르는 일이니까, 망을 보도록 하자. 주인의 마차가 보이면 즉시 알려라. 그러면 우린 재빨리 모든 일을 처리할 테니까. 주인이 돌아오지 않을 거라면 우리가 뭐하러 청소를 계속한단 말인가?"
그 집은 숲속에 아름답게 자리잡고 있었다. 게다가 아주 독특한 양식으로 지어진 집이었다. 그래서 그 집 앞을 지나가는 여행자들이 정문을 지키는 하인에게 묻곤 했다.
"이 집의 주인이 누구요?"
하인들 모두가 주인이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믿었다. 그들은 그렇게 믿고 싶었다. 이건 사실 인간의 약점이다. 무엇이든지 믿고 싶어할 때, 인간은 진짜로 믿기 시작한다. 그래서 교대로 정문을 지키던 하인들은 이렇게 대답하곤 했다.
"이 집은 내 집이오. 내가 바로 주인이오."
그러자 여행자들은 매우 혼란스러웠다. 왜냐면 그들이 돌아오는 길에 보면 다른 사람이 정문에 서 있었는데 그 사람 역시 자기가 그 집의 주인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하나같이 뻔뻔하게 거들먹거리며 이렇게 말했다.
"아니, 척보면 모르겠소. 나요, 나. 내가 이 집 주인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