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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워킹산행]집 떠나면 개(皆)고생 – 소오대산 1박2일 5대 종주 실패기 (5)

작성자7th 최홍석|작성시간09.09.16|조회수33 목록 댓글 1

 

 

  

     무지개 그림자

 

 

     우리네 모든 일이 항상 그렇듯이 힘든 고생은, 그 힘듦의 세기에 따라 잊혀지거나 추억으로 남거나 심지어는

     두고두고  내가 옛날에 말이야……’로 시작되는 인생의 전설로 바뀌게 마련이다.

    

     간식을 먹으며 잠깐 쉰 휴식에 벌써 벌떡산의 힘든 기억은 ! 결국 올라왔구나!’ 조그만 성취감으로 바뀌었다.

 

     자 또 가자! 갈 길이 멀다. 잠시 이야기를 나눈 중국 산객들에게 나 간다! 좋은 시간 보내라!’ 한마디 던지고는

     툭툭 털고 일어섰다.

     염려스런 눈으로 지켜보는 중국 산객들의 시선이 등뒤로 느껴진다. 국적은 달라도 산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친구처럼 서로를 염려하는 동질감이 있다. 그 느낌이 좋다.

 

     삼거리에서 중대 가는 길은 시야도 좋고 경사도 완만한 오름길이다. 도상거리 1.8km 2km, 빈 몸으로 가면

     30분도 안 걸릴 것 같다.

     중대 오른쪽 어깨 옆으로 멀리 오늘의 최종 목적지인 남대가 처음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지금이 다섯 시,

     저기까지 5시간, 10시 까지는 가능할 것 같다. 체력이 떨어진 것이 느껴지지만 쉬엄쉬엄 가면 아무리 늦어도

     오늘 중으로는 도착한다. 힘을 내서 중대를 단 숨에 오른다.

 

     바람과 구름의 싸움은 어느덧 해가 기울어 서서히 붉은 기운을 띄기 시작하는데도 계속되고 있었다. 하지만 그

     기세는 한 풀 꺾여 보인다.

 

 

 

 

< 왼쪽 봉우리가 중대, 오른쪽 멀리 남대 정상이 보인다. >

 

 

 

< 중대 오르는 길. 정상에 돌 무더기가 작게 보인다. >

 

 

 

 

 

< 구름과 바람의 전쟁은 진행 중이다 >

 

 

 

     문득 왼쪽의 하늘 구름 속에 작은 반원 형의 무지개 덩어리가 보였다. 그냥 착각이려니 하다가 문득 아! 저것이

     중국 사람들이 불광(佛光)이라고 부르는 것이로구나. 인터넷에서 사진으로만 본 것이다.  - 마땅한 우리 말이 없어

     그림자 무지개로 부르기로 한다. -

 

 

 

 

< 자동 카메라는 촛점이 안 잡히면 찍히지를 않는다. 게다가 구름이 수시로 바뀌어 선명한 사진을 잡기 힘들었다.

겨우 건진 사진 한 장 > 

 

 

     고산의 산 능선에서 해와 사람과 구름이 일직선 상에 있을 때 구름에 비친 사람의 그림자 주위로 무지개가

     보이는 것이다.

     조금 더 가자 이제는 하늘 허공 중에 멀리 보이는 것이 아니라 마치 손에 닿을 거리에 선명하게 보인다.

     정말 신비롭다.

     일생에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신기한 구경을 한다.

 

 

 

< 나의 무지개 그림자 >

 

 

 

 

 

 

 

 

 

 

 

< 모자를 쓴 모습 >

 

 

 

 

 

 

 

< 스틱을 집고 옆으로 서서 >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한다. 구름에 그림자가 생기려면 해가 옆에 있어야 하므로 새벽에 만약 3시간을 늦게

      출발하지 않았다면 지금 나의 그림자 무지개는 보지 못했을 것이다. 이 신기한 행운을 만나려고 길을 못

      찾았나 보다역시 인간의 행복과 불행은 종이의 양면과 같다는 것을 실감한다.

 

 

 

       오후 5 40분 중대 정상에 섰다. 북대, 동대 정상과는 달리 넓다. 정상에는 돌 무더기가 가득 쌓여 있었다.

       옛날 불교 유적이라고 한다.

       인터넷에서 정보 검색을 하다 본 내용에 의하면 예전에는 소오대산에 불교가 왕성했다고 한다. 각 계곡에는

       큰 절이 있었고, 5대 봉우리의 정상에는 크고 작은 탑이나 부처님을 모신 암자가 세워 졌었다고 한다.

       하지만 청나라 때부터 여러 이유로 불교활동의 중심이 지금의 오대산(산서성)으로 옮겨 가 지금은 폐허만

       남았다고 한다.

 

       중대는 또 무채아가씨의 전설이 있는 곳이다. 옛날 산 좋고 물 좋은 이 동네에 머리에 뿔 달린 괴물이 나타나

       온 마을의 우물물을 마셔 버렸다고 한다.

       이에 무채아가씨가 분연히 나서서 밤낮을 싸워 마침내 괴물을 물리쳤다고 한다. 하지만 싸움에 너무 지쳐 그

       자리에서 산으로 변하였는데 그 산이 여기 중대라고 한다. 또 괴물은 무채아가씨의 칼에 맞아 네 조각으로

       나뉘어 동서남북으로 흩어졌는데 모두 산으로 변하여 지금의  소오대산이 되었다고 한다.

       – 천진 산 사랑회, 산신령님 글 중에서 인용

 

 

       무채아가씨를 뒤로 하고 남대로 내려가는 길 입구에 섰다. ! 온 하늘에 구름이 가득하다. 경사가 급한 내리막

       길이다. 하지만 가스 (산에서 안개 구름을 모두 가스라고 부른다)가 가득 차 가시거리가 20여 미터가 채 안 된다.

       조금 전까지 중대 살짝 어깨 너머로 남대가  보이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 중대 정상에서....왼쪽 끝의 봉우리가 삼거리다 >

 

 

 

 

 

       무채아가씨의 품에 누워 중천의 별을 세다.

 

 

       이건 문제다. 발을 멈추었다. 지금까지는 구름과 바람의 경계에서 그래도 가는 길의 방향을 보면서 끊임없이

       길을 확인하면서 왔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완전히 구름과 안개의 세계다. 앞으로 2시간 정도면 해가 진다. 그러면 나머지

       세시간 정도는 랜턴으로 길을 찾으며 가야 한다.  밤에, 더구나 이런 안개 속을 뚫고 나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더군다나 초행길이다. 만약 삼거리 오를 때처럼 벌떡산을 만난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내려가던 발을 멈추고 중대 정상으로 다시 올라갔다. 간단하게 에너지를 보충하면서 구름이 걷히기를 기다리기로

       한다배낭에서 계란과 오이, 쵸코렛 등을 꺼내어 요기를 한다. 점심 때처럼 미숫가루를 타서 마신다.

       바람은 끊임없이 분다.

 

       10여분이 지났을까 도대체 구름이 걷힐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러다 오늘 중으로 가겠나? 걱정스런 마음이

       스멀스멀 마음속에 피어오르기 시작할 때, 갑자기 온 몸이 사시나무 떨듯 떨려 온다. 손이 덜덜 떨려서 물건을

       수습을 못할 정도다.

      

       아차! 찬 물을 너무 많이 마셨다. 직감으로 이 추위는 밖에서 온 것이 아니라 몸 안에서부터 오는 추위임을 안다.

 

        중대 정상에서 간식을 하며 찬 바람에 오래 노출도 되었지만, 방금 전 마신 찬 미숫가루 때문에 몸이 체온 조절

        기능을 잃어 버린 것이다무거운 짐에 체력도 떨어진 데다가 조금 전 삼거리 올라올 때 심하게 땀 흘리며

        두 시간 넘게 냉 온탕 사우나를 한 것이 결정타가 되었다.

 

        저체온증(Hypothermia)의 초기 증상이다. 빨리 체온을 올려야 한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배낭을 뒤져 비상용으로 가져온 알궈토우 백주를 꺼냈다. 한 모금 마시고는 비박색을

        꺼내어 몸에 두른다고산에서는 술은 독이지만 조금은 오히려 약이 되기도 한다. 52도짜리 알궈토우는 산에서

        술이 아니라 연료다조금 지나자 몸의 떨림이 조금 잦아든다. 빨리 구름이 걷혀서 걸어야 되는데……

 

       고산에서는 술이 빨리 취한다. 한 모금 마신 술에 몸이 따뜻해지자 이제는 오히려 졸음이 쏟아진다. 지난 밤

       몇 시간 잠을 못 잤지 않은가? 에라 모르겠다. 구름 걷힐 때까지 한 잠 자고 가자. 잠깐 자면 체력도 회복이

       되겠지. 고산 산행 중에 추위와 피곤으로 혼자 잠자는 것은 거의 자살행위에 가깝지만 장비가 충분하다.

       최대한 보온을 위해 매트리스도 깔고 침낭도 꺼내어 비박색 속에 깔고는 속에 들어가 누웠다.

       마침 바람 불어오는 쪽 능선에 약간의 둔덕이 있어 바람도 살짝 피할 수 있었다.

 

        차가운 기운에 눈이 떠졌다. 하늘은 완전히 어두워져 반달이 휘영청 떴다. 화들짝 놀라 시계를 보니 밤 8시 반.

        ~! 두 시간 반도 넘게 잠이 들었다. 구름은 온데 간데 없고 청명한 날씨에 달빛만 온 천지에 가득 차 있다.

        찬 바람은 여전히 쉼 없이 불어 오고 있었다. 멀리 남대 능선이 캄캄한 밤하늘에도 선명하다.

 

        이 정도 달빛이면 방향을 잡는데 충분하다. 달의 높이로 보아 서너 시간 정도 여유가 있다. 후다닥 일어나

        배낭을 꾸린다침낭과 비박색을 접는데 문득 조금 전의 구름 생각이 났다. 온 종일 바람이 불어 그친 적이

        없는데도 왜 하필이면 남대 가려는 그 순간에 그렇게 구름이 온 산을 뒤덮었을까? 바람의 방향도 변함이 없고

        중대 오르면서는 남대 정상도 선명하게 보이지 않았던가……

        아무리 고산의 기후 변덕이 심하다고는 하지만 참으로 공교롭지 않은가?

 

        ……

 

        이건 하늘의 계시야. 남대에 가지 말라는 거야. 너의 체력으로 무리라는 것을 산이 경고하느라 그런 거야!

       

         ……

         ……

 

   그 순간 지난 석 달 동안 가슴에 가지고 다녔던 소오대산 종주에 대한 화두를 놓아 버렸다.

   음~! 그래! 남대는 남겨 놓자.

 

 

         나이가 들면서 스스로를 괜찮게 평가할 때가 있다. 스스로 부족함을 마음 깊이 진정으로 깨닫는 순간이다.

         그래서 옛말에 나이 50을 '知天命'이라 했나보다.

 

 

         ‘무채아가씨가 나에게 체력을 길러 나중에 다시 오라고 하는구나!’

         ‘그 동안 외로우셨던 모양이군. 하루 묵고 가라고 하시네. 그런데 하필 총각도 아닌 유부남을......^^

 

         찬 밤 바람이 얼굴에 상쾌하다.

 

  

 

        잠 자리를 돌무더기 폐허 옆으로 옮긴다. 쓰레기더미 옆이긴 하지만 불어 오는 바람을 피하기는 좋다.

        비는 안 올 것 같아 다행이다. 주위를 정리하고 잠 자리를 정리한 다음 버너와 콕헬을 꺼내 국과 밥을 데운다.

        더운 음식이 몸에 들어가자 한결 낫다. 물을 데워 수통에 채운 다음, 품에 넣고 침낭 속에 누웠다.

 

        밤하늘이 코 앞에 있다. 달이 아직은 높이 있어 별빛은 그리 밝지 않다. 그래도 은하수가 선명하다.

        은하수 아래 누워 잠을 다 자게 되는구나. 은하수 하늘, 달은 허공에 고요하고 그저 바람 소리만 휘이~

        천지 사방에 가득하다가슴은 수통의 더운 물로 따뜻하지만 밖에 내 놓은 얼굴이 시려온다.

 

 

 

        갑자기 오른쪽 옆구리가 시려오는 바람에 잠이 깼다.

 

        비몽사몽 중에도 이렇게 한쪽만 추울 리가 없는데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랜턴을 켜고 보니 컥! 비박

        색의 오른쪽으로 구멍이 길게 나 있다. 추위에 몸을 쪼그리며 자느라 찢어진 것 같았다.

        가슴에 품었던 수통의 물은 이미 식어 싸늘하고……시계를 보니 1230! 해가 뜨려면 아직 5시간은 더 있어야

        하는데……

       

        버너를 다시 켜고 주전자에 식어버린 물을 데운다. 비박색을 돌려서 터진 부분을 등쪽으로 향하게 한다.

        어떻게 하든 찬바람을 막아야 한다.

 

        기온이 차서 가스 버너의 화력이 영 아니다. 손으로 가스를 감싸 화력을 높여 보지만 손이 시리다.

        그냥 놔 두고 누워서 물이 더워지기를 기다리기로 한다. 달은 이미 졌다. 하늘에 별이 아까보다 훨씬 밝다.

        별똥별이 하나 은하수를 가로 지른다.

        곧 또 한 개 저쪽에서, 오오! 저쪽 하늘에 또 하나.  이번 것은 아까 것 보다 훨씬 길다. 한참을 보다 보니

        밤 하늘을 곧장 가로지르며 움직이는 별이 있다. 잘 못 본 것 같아 눈을 비비면서 보았지만 틀림없이 움직이고

        있다. ! 저게 인공위성인가 보다.

        한 개가 하늘 저쪽으로 사라지고 난 다음 조금 다른 위치에 또 하나, 그리고 또 하나……인공위성이 많기는 많은

        모양이군. 하루 밤에 세 개씩이나 보게 되다니……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달도 없는 캄캄한 밤, 백두산 보다 더 높은 산꼭대기에 혼자 누워, 추위에 덜덜 떨면서

        밤하늘의 별을 센다.

        – ! 그런데 이런 것도 즐긴다고 할 수 있는 건가? 이 추위에 이 산꼭대기에서 혼자……

          역시 편한 집 떠나면 모든 게……

 

 

    6 편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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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30th 이송해 | 작성시간 09.09.17 예술이예요 ^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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