家長의 밥벌이
고급레스토랑에서 정장 차림으로 와인을 곁들인 멋진 외식을
하고 싶지 않습니까.
그럴 형편이 못 되는 분을 위해, 혹은
그걸 원하는 가족을 설득해야 할 입장에 놓인 '돈푼 없는' 가장(家長)을 위해,
이런 말씀이 준비돼 있습니다.
"식탁 위에 차려진 훌륭한 음식이란
실상 물고기나 새, 소, 돼지 등의 '시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고급 포도주는 포도의 발효된 즙에 불과하며,
당신이 입고 있는 자줏빛 옷은 조개를 염료로 써서 양털을 물들인 것에
불과할 뿐이다."
그렇다면 고급레스토랑 대신 동네 식당으로 겸손하게 발걸음을 돌립니다.
사실 서민들은 동네 식당에서 외식하는 것조차 쉽지 않지요.
이런 외식을 하는데도, 주머니 속을 살피고,
'혹시 가장으로서 쩨쩨하게 비칠까봐' 자녀의 눈치를 보고,
그런 뒤 결단해야 합니다.
정치인들이 흔히 애용하는 나라를 위한 '결단' 보다 훨씬 더 절절한 것이지요.
대부분 가장은 가족을 부양하는 책무에 자신의 모든 것을 겁니다.
매일 아침 생도처럼 벌떡 일어나 달려나갑니다.
만원지하철에서 손잡이를 잡고 졸 때도 있지요.
밥벌이 책무를 잊는 순간 가장이 될 수 없다는 걸 아는 것이지요.
하지만 그렇게 간절히 찾아간 직장인데,
칭찬보다 질책을 통상 더 많이 받습니다.
이럴 경우 혼자서 끙끙 앓거나, 퇴근 뒤 술잔을 비우거나,
혹은 집구석에서 '만만한' 가족을 상대로 화풀이를 하든가,
"나는 평온하게 살려고 하는데 주변에는 왜 이리 집적거리는 인간들이 많나"
라는 독백도 늘어놓겠지요.
만약 그렇다면 이런 말씀이 준비돼 있습니다.
"어떤 사람의 몰상식한 행동으로 화가 났을 때는 즉시 다음과 같이 자문하라.
'무례한 자가 존재하지 않는 세계가 있을 수 있을까?'
그런 불가능한 것을 요구하지 마라.
악한이나 신의 없는 사람, 그 밖의 불성실한 사람을 대할 때마다
그러한 종류의 사람도 반드시 있게 마련인 존재라는 점을 상기하라.
그래야 당신은 그들에게 좀 더 관대한 태도를 취할 수 있다."
이 단계를 극복했다면 이제 명예욕으로 넘어갑니다.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것에는 돈 - 권력의 추구도 있지만,
이름의 욕망도 숨어 있습니다.
세상에 자기 이름, 자기 존재를 좀 알리려는 것이지요.
그런 욕망은 권력자 - 국회의원 - 돈 많은 부자 - 연예인 - 교수 - 스포츠맨
- 언론인 등은 물론이고, 인터넷에 끊임없이 '악플'을 다는 이들에게도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여기에도 소외된 사람들이 있다면, 이런 말씀이 준비돼 있습니다.
"명성을 구하고 싶은 욕망이 당신을 괴롭힐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당신의 눈앞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얼마나 빨리 잊혀지는지를,
과거와 미래의 무한한 시간에 비해
현재는 얼마나 짧은 순간에 지나지 않는지를 생각하라.
박수갈채의 공허함, 우리를 찬양하는 사람들의 판단은
얼마나 허점이 많으며 쉽게 변하는가,
또 그 찬양이 전해지는 공간이 얼마나 좁은지를 생각하라.
어째서 당신은 결점투성이인 몇 안 되는 사람들의 칭찬을 받기 위해
마음 졸이며 스스로 괴롭히고 있는가."
위의 말씀은 121년~180년에 살았던
로마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冥想錄)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저 높은 곳을 쳐다본 아우렐리우스 황제가 실제 삶의 대부분은
'다툼'의 전쟁터에서 지냈던 것이지요.
가족 관계로는 신하들과 끊임없이 바람 피운 부인(파우스티나)과
악명 높은 아들(콤모도스 황제)이 있었지요.
세상 물정을 모르고 황제는 "검소한 아내를 내려주신 신께 감사한다" 고 했고,
망나니 아들을 맹목적으로 편애했다고 합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가장으로 사는 것은 힘든 노릇이지요.
만약 훌륭한 가장이라고 자부할 수 있다면
천하의 아우렐리우스 황제보다 더 낫다는 뜻도 됩니다.
좋은 주말 보내십시오.
- '최보식'의 "편집자 쪽지" 중에서 -
* 이 글은~
어제 늦은 밤,
무척~ 오래된, 저의.. '신문스크랩화일'에서,
문득~ 제 눈에 띄었더랬습니다.
이 글을 쓴 '최보식'이란 분은,
아주~ 오래전.. 지난 세월중 그 어느때인가부터..
신문을 통해 그 분의 글을 처음 만나게 되면서부터~,
그냥.. 무조건 찾아 읽을 정도로.. 저를 사로잡았습니다.
물론, 지금까지도 그러하구요~.^^
이 분의 글은..
참.. 전체적인 내용이 좋으면서..
또한~ 그 전체적인 글 속에, 그 글의 맛이,
맛깔스럽게(?) 배어있는.. 그런...
여전히~ 어느때라도~
다시 꺼내어 들고앉아 읽어내려가다보면..
제 입가엔, 어느새~ 슬며시 미소가 지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