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문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퍼가도 퍼가도 전라도 실핏줄 같은 개울물들이 끊기지 않고 모여 흐르며 해 저물면 저무는 강변에 쌀밥 같은 토끼풀꽃, 숯불 같은 자운영 꽃 머리에 이어주며 지도에도 없는 동네 강변 식물도감에도 없는 풀에 어둠을 끌어다 죽이며 그을린 이마 훤하게 꽃 등도 달아준다
우산 없이 학교 갔다 오다 소낙비 만난 여름날 네 그늘로 뛰어들어 네 몸에 내 몸을 기대고 서서 비 피할 때 저 꼭대기 푸른 잎사귀에서 제일 아래 잎까지 후둑후둑 떨어지는 큰 물방울들을 맞으며 나는 왠지 서러웠다 뿌연 빗줄기 적막한 들판 오도 가도 못하고 서서 바라보는 먼 산 느닷없는 저 소낙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