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국 시 모음 15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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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9월의 가을을 느끼며
김영국
높아만 가는
파란 하늘빛이 어찌나 고운지
새하얀 새털구름이 시샘하듯
우아하게 뽐내듯이 날갯짓을 하고
부끄러운 듯 하늘거리는
코스모스의 가녀린 꽃대엔
연분홍 치마저고리 걸치고
수줍은 미소를 보내오는 모습을 보니
가을이 성큼 다가옴을 느낍니다
황금빛으로 물들어가는 들녘에는
알알이 익어가는 나락
동구 밖 과수원에는
탐스럽게 속을 꽉 채우는 실과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을 닦아내는
농부의 입가에는 흐뭇한 미소가 흐르고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
산들산들 불어오는 가을바람의 연주 속에
빨간 고추잠자리 어여쁘게 춤을 추며
풍요로운 가을을 노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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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2월을 맞으며
김영국
다 타고만 붉은 단풍이
한 줌의 재로 남은 가을이 진다
홀연히 길떠나는 11월
그리움만 남겨둔 채 떠나보내고
하얀 눈 꽃송이 날리는 12월을 맞이하련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마음속에 차곡차곡 쌓아 두었던
아름다운 추억들
접어 두었던 이상의 꿈들을
12월을 맞이하여
마음속에 평안과 행복
결실의 알곡으로 이루어지기를
소망해 본다
성탄의 축복이 깃든 12월
새로운 마음으로 각오를 다지고
새해를 준비하는 희망으로
마음속의 묵은 때 말끔히 씻어 버리고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
겸허하게 12월을 품에 안으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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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가을 여인
김영국
은빛 억새 바람에 춤추듯이
가녀린 몸매 물결치면
코끝에 저며오는
가을 향기의 쓸쓸함
한적한 길모퉁이 찻집에
가을을 노래하는
이름 모를 가사들이 흐른다
향 짙은 차 한잔에
고독의 열병을 넣어 마시는 여인
그리움에 지쳐 외로움에 몸부림치고
메말라 버린 사랑의 아쉬움에
못내 서러워
눈가에 이슬이 내린다
빈 가슴에 오는
계절의 공허함이여
가을바람은
찻잔 속의 향기마저
가을 저편으로 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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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가을꽃의 향기처럼
김영국
파란 하늘빛으로
그대 마음을 그려봅니다
굳게 닫혀 있는
그대 마음의 빗장을 열어
노란 산국의 미소처럼
활짝 웃을 수 있는 그대이기를….
차 한잔을 마시며
여유로운 담소를 나누고
따사로운 가을 햇살 맞으며
가벼운 산책길을 걷는
정겨운 그대이기를….
그대여
쑥부쟁이 보라색 물감으로
온 동산을 물들이듯
그 향기 그대 마음속에 담아
사랑으로 물들여진
행복이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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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가을비는 내리고
김영국
내 마음을 적시는 가을비는 내리고
문득 사색에 잠겨
빗방울 스미는 창가를 서성이다
흘러내리는 빗방울에
잠시 내 마음을 세워둔다
쏟아지는 빗방울 소리에
무심한 그리움이 비틀거리고
뭔가 어색한 몸짓으로 중얼거리다
이내 그리움 속으로 묻혀버리고 말았다
하염없이 바라보는 빈 하늘엔
쏟아지는 빗방울이 애처롭게 슬피 울고
그리움에 지쳐 쓰러진 영혼은
허공 속에서 헤매다
그대라는 이름 속에 잠들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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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가을이 주는 여유로움
김영국
청명한 하늘엔 흰 구름이 미소짓고,
은빛 억새 서걱서걱 가을 얘기 속삭인다
국화 향기 은은하게 코끝에 스치고,
형형색색 단풍잎은 갈바람에 나풀댄다
아 ~
가을이 주는 여유로움 속에
시인의 마음은
가을 속으로 걸어가고,
가을빛에 물든 고즈넉한 찻집에선
귀에 익은 가을 노래가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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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그대가 그리워지는 날이면
김영국
그대가 그리워지는 날이면
언제부터인가
멍하니 하늘만 쳐다보며
눈물 흘리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그리움이 사무쳐
행여, 그대를 볼 수 없다는 생각이
가슴을 쥐어짜듯이 헤집고
시커먼 암흑 속으로
떨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비 오는 날이면
빗줄기 넘나드는 창가를
괜스레 서성이다
이내 풀썩 주저앉아
넋이 나간 사람처럼
비를 맞으며 그대 이름 부르다
지쳐버린 눈물만 쏟고 말았습니다
그대는 아시는지요
사랑이 이토록 슬프고
아려오는 눈물이란 걸
그리움이 이렇게 가슴 아프고
서러운 것인지를
이제는 가슴에 멍이 들어
숨을 쉴 수가 없습니다
고통이 밀려와
서 있는 것조차 힘이 듭니다
내 슬픈 외로움이
갈 곳을 잃고 헤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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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그리움의 비가 내립니다
김영국
주룩주룩
그대 모습 닮음비가 내립니다
그리움의 비가 되어
창문을 똑똑 두드리며
금방이라도
내 곁으로 와 줄 것만 같은 착각 속에
그대 이름 부르는데
엷은 바람이 살며시 다가와
숨을 고르며
내게 말해 줍니다
그리움에 아파하지 말고
외로움에 몸부림치지 말고
괴로움에 눈물짓지 말라고
근데, 자꾸만
눈물이 나는 걸 어찌하나요
가슴이 너무 아파
눈물이 눈물을 쏟아내는 걸
어찌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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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길을 걸었어
김영국
온종일 너 생각에 길을 걸었어
보고 싶음을 잊으려고
그렇게 걸었어
걸어도, 걸어도 끝이 없었어
내가 지금 어디로 가는지
목적지도 없이 이끌면 이끄는 데로
그렇게 걸었어
한참을 걷다가
두 눈에 슬픔이 내렸나 봐
볼을 타고 내려오는 눈물이
입가에 머물렀어
이내, 심장을 타고 들어가
숨이 막히는 줄 알았어
햇살이 빛을 잃었나 봐
그냥 깜깜하기만 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길을
무작정 걷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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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나는 지금
김영국
오롯이
봄은 오고 있는데
나는, 지금
무얼 하고 있나
영혼은 자유를 잃고
깊은 망각 속에서
헤매고 있는데
빈 가지에
찬바람 스치듯
내 마음은
슬픈 겨울에 머물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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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나는 참 좋았습니다
김영국
상큼한 아카시아 꽃향기 같은
당신 그리움이 있어
나는 참 좋았습니다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뭉클한 사랑이 있어
나는 참 좋았습니다
철썩거리는 파도처럼
밀려오는 그대 마음이 있어
나는 참 좋았습니다
끝이 없는 당신 사랑 다 내게 주어도
항상 포근한 사랑이 있는 당신이
나는 참 좋았습니다
내가 당신에게 준 사랑은
작고 조그만 사랑이지만
그 사랑을 소중히 여기며 기뻐하는 당신이
나는 참 좋았습니다
옹달샘처럼 솟아나는 당신과 나의 사랑
먼 곳에 있어도
언제까지나 함께할 수 있는 사랑의 힘으로
서로 위로하고 기쁨을 함께 나누는 사랑이 있기에
나는 참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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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때늦은 후회
김영국
이별의 아픔이
내 가슴을 파고들을 때
진정,
너의 진심을 알았어
사랑이었다는 걸
이젠,
돌이킬 수 없는
때늦은 후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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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바람 속의 그리움
김영국
그리워질 수 있는 그대이기에
보고 파할 수 있는 그대이기에
바람결에 그리움을 날려봅니다
잔잔했던 강물 속에
가라앉은 조약돌처럼
바람에도 움직이지 않는 바위처럼
아무런 말없이
고요해진 가슴 쓸어 담으며
그리움을 향해
내 마음의 꽃잎을 날려봅니다
바람이
꽃잎을 물고 다닙니다
바람이
내 마음의 창을 흔들어댑니다
얼마나 많은 날을 그리워할까요
얼마나 많은 날을 아파해야 되나요
바람은
외로이
허공만 맴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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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봄은 여인의 모습에서
김영국
향긋한 꽃향기가
풍겨오는 느낌일까
솔솔 불어오는
연한 솔 향기의 느낌일까
맑고 푸른 하늘에서
따스하게 내리쬐는 햇살만큼
가벼운 옷차림이
왠지 낯설지가 않으니
겨우내 겹겹이 껴입은
옷매무새 때문에
처녀들 애간장을 끓였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봄바람에 살랑이며
맵시 뽐내는 봄 처녀의 모습에서
여인네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걸 보니
아마도, 봄은
여인의 모습에서 시작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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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사랑하는 내 여인이여
김영국
문득 그대 모습이
스치고 지나갑니다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들의 수만큼
내 마음속에 반짝이는 그대는
내 사랑의 여인입니다
잠시라도
그대를 잊을 수 없기에
깊고 깊은 이 밤에도
별을 헤아리듯
그대 모습 그리고 있습니다
그대여
오늘따라 유난히도 별이 반짝이고
그대 향기가 그리워집니다
달빛이 흐르고
별빛이 반짝이는 밤하늘에
그대 이름 불러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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