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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오페라의 첫 번째 아리아를 들었을 때는 ‘옛 음악이 이렇게 멋지고 다채롭다니!’ 하며 기뻐하지만, 열 번째 아리아쯤
가면 ‘이거 아까 나왔던 멜로디 아냐?’라고 갸우뚱거릴 만큼 비슷비슷한 멜로디와 음형이 되풀이된답니다. 바로크 음악에
익숙하지 않은 청중이라면 15분쯤 지난 뒤부터 벌써 졸기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당시 주인공 역의 카스트라토 가수는 기본적으로 다섯 곡의 아리아를 불렀는데요, 비장한 아리아, 기교적인 아리아,
낭송조의 아리아, 혼합적인 성격의 아리아, 그리고 밝고 화려한 아리아 등이었습니다. 또 당시의 오페라 작곡가들은
보편적 정서를 담은 아리아들을 작곡해, 음악에 특별히 조예가 깊지 않은 평범한 관객들을 만족시켰다고 합니다. 헨델의
오페라들을 보면 베르디나 푸치니 못지않게 질투나 분노의 감정이 자주 표현되거든요. 연인끼리의 약속, 연인과 떨어져
지내는 괴로움과 그리움 등 실제의 삶에서 연인 간에 벌어질 수 있는 일상적인 상황들이 오페라 속에 들어 있어,
오페라가 끝난 뒤 일상으로 돌아간 관객들이 그 아리아의 가사를 적절히 이용할 수 있게 해주었답니다.
헨델 다카포 아리아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영화 [파리넬리]로 유명해진 오페라 [리날도]의 ‘울게 하소서’입니다.
이 [리날도]는 11세기 십자군 전쟁을 소재로 삼은 극이죠, 배경이 십자군 전쟁이긴 했지만 사실 당시 대본을 쓴 작가
애런 힐의 목표는 18세기 영국이 요구한 궁정신사(galant homme)의 모델을 제시하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오페라 속의 젊은 리날도 장군은 처음에는 완벽한 남성이 아니지만, 알미레나 공주의 사랑을 통해 용기를 얻으면서
현명하고 용맹한 장수로 거듭납니다. 애런 힐은 이런 리날도를 통해 ‘사랑과 사회적 의무를 조화시킨 이상적 남성상’
을 제시하려 했다는군요.
헨델은 1711년에 초연한 [리날도]를 여러 번 손질해 1731년에는 개정판을 공연했습니다. 주인공 리날도 역은 초판과
개정판 모두 알토 카스트라토의 배역이었고, 여주인공 알미레나 역시 양쪽 모두 소프라노 배역이었지요.
그러나 초판에서 알토 가수가 불렀던 고프레도 역은 개정판에서 테너로 바뀌었고, 알토 카스트라토 배역이었던
고프레도의 형제 에우스타치오 역은 개정판에서 사라졌습니다. 아르간테 역은 원래 베이스 배역이었다가 개정판에서
알토 역으로 바뀌었고, 아르미다는 소프라노에서 알토 역으로 교체되었답니다.
성부에 따른 부드러운 남성상과 강한 여성상
헨델의 [줄리오 체자레]는 [리날도]보다 훨씬 음악적으로 풍요로워진 작품입니다. 멜로디와 화성이 다채로워졌고,
등장인물들의 복합적인 감정을 깊이 있게 표현하는 음악이 쓰였습니다. 로마 총독 줄리어스 시저와 이집트 여왕
클레오파트라의 사랑을 소재로 한 이 작품은 시저가 부르는 아리아 ‘교활한 사냥꾼은 말없이 숨어서 먹잇감을 노린다’,
‘아름답게 꽃핀 초원에’, 그리고 클레오파트라가 시저를 유혹하는 ‘사랑스런 눈동자여, 사랑의 화살이여’ 같은 걸작
아리아들을 담고 있습니다. 이 클레오파트라의 아리아는 입시곡으로도 자주 등장합니다. 시저 역은 카스트라토가
존재하지 않는 오늘날, 대개 메조소프라노나 카운터테너가 부르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