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디, 운명의 힘 Verdi, La Forza Del Destino Giuseppe Verdi, 1813∼1901 베르디는 북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 론콜레(Roncole)에서 여인숙 겸 식료품상을 하는 카를로 주세페의 맏아들로 10월 10일 태어났다. 이 해에는 나폴레옹이 모스크바에서 패퇴하고 바그너(독일)가 태어났다. 오가는 유랑 예인의 음악에 끌린 어린 주세페는 이윽고 마을 교회에서 오르간을 배우고, 10세 때 교회 오르가니스트가 되었다.
베르디 : 운명의 힘 서곡
오페라 '운명의 힘'중 '신이여 평화를 주소서'_베르디 곡_소프라노-이화영 주세페 베르디(Giuseppe Verdi, 1813-1901)의 거의 모든 오페라는 운명의 힘에 휘둘리는 등장인물들의 기막힌 비극을 그려냅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운명의 힘]이라는 제목을 붙인 이 작품은 운명으로 얽힌 젊은 주역 세 사람이 모두 파멸하는 가장 처절한 비극입니다. 스페인 작가 앙헬 페레스 데 사베드라의 희곡 [돈 알바로 또는 운명의 힘]을 토대로 한 이 오페라는 러시아 궁정의 의뢰로 1862년 상트 페테르부르크 황실극장에서 초연되었습니다. 작곡시기로 보면 [시몬 보카네그라], [가면 무도회], [돈 카를로]와 함께 분류됩니다. 가장 인기 있는 베르디 오페라 [리골레토]나 [라 트라비아타]에 비해 관현악이 훨씬 깊어지고 발전한 시기의 작품이죠.
이 오페라는 어떤 장면보다도 서곡이 유명합니다. 금관악기가 운명의 타격을 표현하는 듯한 장중한 음으로 곡을 열면, 현악기들이 휘몰아치는 운명의 소용돌이를 그려내고, 뒤이어 목관악기가 남자주인공 돈 알바로의 구슬픈 테마를 연주합니다. 그에 이어지는 현악기의 트레몰로는 여주인공 레오노라의 간절한 기도와 비극적 운명을 나타냅니다. 후반부로 가면서 곡은 점점 박진감이 넘치고 팀파니와 심벌즈 등의 타악기까지 가세해 밝고 힘찬 분위기로 전진해가지만, 결국 이 모든 역동성과 파워는 인간을 파멸로 이끄는 운명의 힘의 승리를 말해줍니다
운명의 힘 서곡
Maria Callas: Pace, pace mio Dio De La Forza del Destino (Giuseppe Verdi)
카를로의 칼에 찔려 죽어가는 레오노라와 알바로(엔리코 카루소) 그리고 수도원장이 등장하는 마지막 장면
운명의 첫 번째 일격 : 사고에 의한 살인 스페인의 대 귀족 칼라트라바 후작의 딸 레오노라는 잉카 제국 왕가 혈통인 돈 알바로와 사랑하는 사이입니다. 후작이 두 사람의 결혼을 극구 반대하자 레오노라와 알바로는 도망가서 결혼하기로 작정합니다. 그러나 알바로의 권총이 격발되는 사고로, 후작은 총을 맞고 죽어가며 딸을 저주합니다. 알바로와 레오노라의 사랑의 이중창을 통해 오페라에 흔치 않은 드라마틱 소프라노와 드라마틱 테너의 팽팽한 대결을 체험할 수 있는 장면입니다.
레오노라의 오빠 돈 카를로는 아버지인 후작의 원수를 갚으려고 변장을 한 채 동생 레오노라와 알바로를 찾으러 다닙니다. 집시 여인 프레치오실라가 여관 손님들 앞에서 참전(이탈리아와 스페인이 오스트리아에 맞서 싸운 전쟁)을 독려하는 노래 ‘북소리에 맞춰'를 노래하는데, 카를로는 남장한 동생을 여관에서 발견하고 혹시 레오노라가 아닌가 의심하죠. 여관에 묵는 사람들이 신분을 물으니 카를로는 가짜 이름을 대며, 마치 친구의 집안에서 일어난 일인 것인 양 꾸며 자기 집안의 사건을 이야기합니다. 2막 2장에서는 교회음악의 장중함도 맛볼 수 있습니다. 레오노라는 자기 집안을 잘 아는 과르디아노 원장신부를 찾아 바위산 속 수도원으로 갑니다. 수녀원에 가면 오빠 카를로가 금방 찾아낼 것 같아서죠. 수도원장은 그녀의 신분과 가족사를 알면서도 수도원 입회를 허락하고, 레오노라는 남자 수도복을 입고 입회예식에 참례합니다. 수도원장은 ‘이 수도자는 바위 동굴에서 혼자 수행을 할 것이니 접근 말라’고 다른 수도자들에게 일러둡니다. 레오노라가 부르는 아리아 ‘자애로운 성모 마리아여’와 라틴어로 부르는 수도자들의 합창이 어우러지면서 경건한 종교적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목숨처럼 사랑하던 사람과 생이별한 채 수도의 길에 들어선 여주인공의 고통과 상처가 관객을 전율하게 하는 음악입니다. 운명의 두 번째 일격 : 외나무다리에서 원수를 만나다 3막입니다. 이탈리아 전선에 와서 싸우고 있는 알바로는 자기를 떠난 레오노라가 틀림없이 죽었다고 믿고, 그녀를 그리워하며 자신의 기구한 운명과 암담한 미래를 탄식합니다('오, 천사들과 함께 있는 그대여'). 오로지 죽음을 갈망하며 몸을 내던져 싸운 그는 어느 새 전쟁터의 영웅이 되었습니다. 알바로는 과거를 회상합니다. 자신의 아버지는 스페인 정복자들의 손에서 민족을 해방시키려고 잉카의 마지막 왕족과 결혼했지만, 감옥에서 알바로가 태어난 뒤 아내와 더불어 처형되었습니다. 휴식시간에 병사들이 도박을 하다 싸우고, 알바로는 거기서 위기에 처한 장교를 구해줍니다. 그가 바로 레오노라의 오빠인 카를로지만, 알바로와 카를로는 상대방이 누구인가를 모르는 채로 영원한 우정을 맹세합니다. 곧 다시 전투에 나간 알바로는 중상을 입고 돌아오는데요, 카를로는 알바로가 맡긴 편지상자에 기묘한 예감을 느껴 그가 수술 받는 동안 상자를 열어봅니다(‘이 안에 내 운명이'). 그 안에서 자기 여동생 레오노라의 초상화를 발견하고 알바로의 정체를 확인한 카를로는 곧 알바로에게 결투를 신청합니다. 그러나 결투는 이루어지지 않고, 삶에 깊은 회의를 느낀 알바로는 군복을 벗고 수도원에 들어갑니다. 한편 스페인에서 이탈리아 전선으로 온 집시 프레치오실라는 이곳에서 다시 전쟁터에서 싸우는 군인들을 독려하는 ‘라타플란(Rataplan)’을 노래하며 극의 분위기를 띄웁니다. 이런 방식으로 베르디는 19세기 시민사회에서 ‘전쟁과 교회의 역할’, ‘기도와 세속적 소음의 대비’ 등의 주제들을 짚어내고 있습니다. 운명의 세 번째 일격 : 추적과 재회 그리고 결투 5년이 지났습니다. 4막입니다. 알바로는 이제 수도원에서 ‘라파엘 수사’로 불리고 있습니다. 끈질기게 알바로를 추적하던 카를로는 마침내 그를 찾아내 결투를 청합니다. 그러나 5년 간 수행을 하며 분노와 회한을 정리한 알바로는 서곡에 등장하는 알바로의 테마가 구체화되는 "어떤 위협도 욕설도 바람에 날려가리라"며 결투를 피합니다. 그러나 따귀를 때리며 모욕하자 결국 알바로도 칼을 빼들며, 둘은 결투를 하러 바위동굴 앞으로 갑니다. 오발된 권총의 적중, 주인공들이 끊임없이 마주치게 되는 우연의 연속 등의 설정 때문에 많은 평론가들이 이 작품에서 ‘인물과 사건의 비현실성’을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베르디는 이 전체의 내용을 현실 그 자체가 아닌 ‘현실의 메타포’로 간주했습니다. 레오노라는 그동안 바위동굴 안에서 빵과 물만 먹으며 명상과 기도로 세월을 보냈습니다. 다른 수사들이 동굴 앞에 갖다놓은 빵을 가지러 나온 그녀는 자신의 운명을 탄식하는 아리아 '주님, 제게 평화를 주소서'를 노래합니다. 아무리 수행을 해도 알바로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지울 수 없고, 이처럼 비참한 신세로 살아가는 것이 한스럽다는 내용입니다. 레오노라는 어서 죽음이 찾아와 평화를 얻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한편 결투에서 알바로에게 찔린 카를로는 죽어가면서 종부성사를 간청하고, 알바로는 동굴 안에 사는 수사에게 다급하게 도움을 청합니다. 레오노라는 알바로와 죽어가는 오빠 카를로를 함께 발견하고는 소스라치게 놀라지요. 레오노라를 알아본 카를로는 마지막 힘을 다해 저주를 퍼부으며 여동생을 칼로 찌릅니다. 이때 수도원장 과르디아노 신부가 달려옵니다. 레오노라는 오빠를 용서하고 알바로에게 하늘나라에서 다시 만나자고 약속한 뒤 세상을 떠납니다. 과르디아노 신부는 ‘저주하지 말고, 주님 앞에 겸허하게' 라고 노래하며, 세상을 떠나는 영혼을 위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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