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지 도로 사용료, 90년 된 도로 땅주인이 돈 돌려받을 수 있을까?

작성자부동산백화점장|작성시간26.06.06|조회수25 목록 댓글 0

<아무 말 안 했다고 포기한 거 아닙니다>

 



경남 거제에 1931년부터 동네 사람들이 걸어 다니던 도로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도로, 사실은 개인 땅이었습니다.



1914년 한 할아버지가 사정받은 농경지였는데, 1931년 갑자기 쪼개지면서 일부가 지목 '도로'로 바뀌어버립니다. 당시 토지 분할이 본인 신청인지, 관청이 절차를 제대로 밟았는지, 도로 사용에 대한 동의가 있었는지조차 기록이 없습니다. 심지어 측량원도를 보면 인근 여러 필지가 한꺼번에 도로부지로 편입된 정황이 있어, 관청이 사실상 직권으로 처리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아무런 보상도 없이 90년이 흘렀습니다.



2021년 상속인들이 소유권등기를 마치고, 한 회사가 지분을 사들여 거제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합니다. "90년 동안 내 땅 썼으면 사용료 내세요." 법에서는 이를 부당이득반환청구라고 합니다. 회사는 소멸시효가 남아 있는 과거 5년치 임료와 앞으로의 사용료를 청구했습니다. 땅을 돌려달라는 게 아니라, 쓴 만큼 돈을 내라는 요구였습니다.



1심과 2심은 회사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장기간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으니 독점적·배타적 사용·수익권을 포기한 것으로 봤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있습니다. 소유권 자체가 사라진 게 아니라, 이 땅으로 돈을 받을 권리만 제한된다는 개념입니다. 쉽게 말해 "땅은 여전히 네 것이지만, 사용료를 청구할 수는 없다"는 결론이었습니다. 하급심은 여기에 더해 "이 회사, 처음부터 돈을 노리고 땅을 산 것 아니냐"는 점도 판단에 반영했습니다.



그런데 대법원 생각은 달랐습니다. 소유자에게는 권리를 행사할 자유뿐 아니라 행사하지 않을 자유도 있습니다. 오래 가만히 있었다는 것만으로 권리를 포기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겁니다. 한마디로 "말 안 했다고 포기한 게 아니다"는 뜻입니다. 설령 매수 목적이 수익에 있었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소유자의 정당한 권리 행사를 막을 수는 없다고도 했습니다.



대법원은 사용·수익권이 제한되려면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따져야 한다고 했습니다. 스스로 도로를 내줬는지, 보상을 받았는지, 본인도 이익을 봤는지, 나머지 땅의 가치가 올랐는지, 주변 환경과 토지 형태는 어떤지, 일반 시민들이 오랫동안 믿고 사용해온 정도는 어느 수준인지 등 다양한 요소를 함께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보상을 받았거나 이득을 봤다는 자료가 전혀 없었습니다. 결국 "포기를 너무 쉽게 인정했다, 더 꼼꼼히 따져라"며 파기환송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 판결은 일제강점기나 산업화 시대에 보상 없이 도로로 편입된 땅이 전국에 적지 않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오래됐다고 무조건 포기된 게 아니다"는 점을 분명히 했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이 법리는 소유자 권리를 제한하는 예외적인 규정인 만큼, 제한을 주장하는 쪽이 그 요건을 직접 증명해야 한다는 점도 못 박았습니다. 단, 반대로 무조건 사용료를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여러 사정을 종합해 사용·수익권 행사가 제한된다고 판단되면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내 땅이 도로로 쓰이고 있다면, 한 번쯤 권리관계를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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